전경련 압박해 특정 보수단체 지원한 혐의···2심 “직권남용, 외형과 형식 갖췄다” 판단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 사진=연합뉴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압박해 특정 보수단체를 불법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2심은 강요 혐의는 물론, 1심이 무죄로 판단한 직권남용 혐의까지 유죄로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오석준 부장판사)는 12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선고 형량은 1심과 같다.

2심은 1심과 달리 직권남용 혐의도 유죄로 봤다. 1심은 화이트리스트 실행이 대통령 비서실의 일반적인 직무라고 보기 어렵다며 직권남용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전경련에 대한 자금 지원요청이 비서실장의 직무권한에 포함된다는 이유 등으로 외형과 형식을 갖췄다며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범죄 행위 하나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는 ‘상상적 경합범’ 관계를 이유로 형량을 올리진 않았다. 직권남용죄에 대한 형량이 이미 강요죄 형량에 반영돼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전 실장 등은 2014년 2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 전경련에게 어버이연합 등 21개 보수단체에 23억8900여만원을 지원토록 한 혐의를, 조 전 장관은 2015년 1월부터 다음 해 1월까지 31개 단체에 35억여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한편 이날 함께 재판에 넘겨진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은 징역 1년을, 현기환 전 정무수석은 징역 2년10개월을 각각 선고받았다. 박준우 전 정무수석과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정관주 전 문체부 제1차관, 오도성 전 국민소통비서관은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전 정무수석)은 1심처럼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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