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문가들 “한미 정상,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 교감했을 것”···남북회담서 문 대통령 중재 역할 주목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미정상회담에서 공개적으로 발표하진 않았지만 양국 정상이 비핵화 방식의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 방안을 교감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것이 북한에 보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공개 메시지일 것으로 분석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방식의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 방안이 교감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12일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방식에 대해 일괄적 타결은 유지하더라도 이행은 단계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런 점에서 한국과 접점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의 완전한 일괄타결 원칙과 달리 단계적 이행이라는 의미가 포함되는 얘기를 했다. 북한이 받을만한 타협안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한미 정상이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 수준에 대해 어느 정도의 접점을 이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북한이 받을만한 타협안이 어느 정도 합의됐다고 봐야한다”며 “그것이 김정은 위원장에 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일 것”이라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 방안에 대해 충분히 교감이 있었다고 본다”며 “비핵화 방식에 대해 미국의 안과 한국의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 방안이 사실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시작 전 ‘북한이 비핵화에 관한 완전한 로드맵을 제안한다면 북한에 대한 제재 해제와 완화조치를 논의할 계획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분명 오늘 회담에서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제안한 ‘스몰딜’을 받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 딜이 어떤 것인지 봐야한다. 다양한 스몰딜들이 이뤄질 수 있다. 한걸음씩 조각조각 할 수 있다”며 “현시점에서 우리는 빅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빅딜이란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빅딜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다양한 스몰딜들이 이뤄질 수 있다는 여지를 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열릴 가능성이 있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홍 실장은 “한미정상회담 결과가 북미대화 재개와 비핵화 진전으로 갈 지는 문 대통령이 중재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려있다”며 “절박한 심정으로 4차 남북정상회담을 꼭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홍 실장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북 제재를 언제 해제할 것이지, 해제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 공감대가 있었을 것”이라며 “미국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 신고·폐기·검증에 대한 확약, 대량살상무기 폐기 로드맵 제시, 핵물질 생산시설 전체에 대한 폐기에 합의하면 제재 해제 등 유연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고 했다.

이어 “북한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5개의 유엔 제재 결의안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는데, 이를 쪼개서 단계적으로 할 수 있다. 하나의 제재 결의안도 제재 품목이나 항목이 세분화될 수 있다”며 “우선 해외 근로자 파견 등 한두개를 풀어주고 비핵화가 진전하면 더 해제하는 방식이다. 이것이 한국 정부가 중재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발표한 한미정상회담 결과 언론발표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조만간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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