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병원 내분비내과센터장 재직, 학창 시절부터 지식 공유에 관심···업체 창업으로 꿈 현실화

조재형 아이쿱 대표 / 사진=시사저널e
조재형 아이쿱 대표. / 사진=시사저널e

대개 의사 직업과 동시에 다른 무엇을 활발하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의사 본연의 업무인 환자 진료에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 차가 있어 드물지만 의사로 일하며 사업을 하는 사례를 찾을 수 있다. 기자가 최근 만난 조재형 아이쿱 대표(가톨릭의과대학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센터장)는 한마디로 깨어있고 열려있는 사람이다. 우선 아이쿱 창업 과정 등 그가 살아온 경력부터 들어봤다. 

“지난 2007년 본격 진료를 시작한 제가 2011년 설립한 아이쿱은 사명부터 어렵지 않습니다. 사명을 뒤집으면 BooKi가 됩니다. ‘Internet 기반, interactive, intelligent하게 책을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저와 책의 인연부터 설명해야겠습니다.”

지난 1996년 조 대표가 의과 본과 4학년 때 그가 공부한 의학에 대한 내용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수강한 강의 내용에 그가 공부한 내용을 지도처럼 도식화해서 정리하면 아이디어도 정리되고 장점도 많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친 책이 ‘Medical map with history’입니다. 이를 보완해 지난 2004년 출판한 것이 ‘Clinical Road Map of Internal Medicine’입니다. 이 책에는 제가 직접 그린 그림과 타자작업, 그래픽 작업 등이 온전히 포함돼있습니다. 이 책은 2판까지 총 8000여권이 판매됐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조 대표는 우리는 왜 외국에 이같은 책을 팔지 못하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지식산업은 해외 선진국이 네트워크를 쥐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제가 책을 만들 때 100명이 모여 1페이지씩 작업하면 총 100페이지 책이 됩니다. 구성원들끼리 서로 소통해서 그 지식을 모으고 콘텐츠를 다르게 배열하는 것 자체가 새롭고 다른 지식이 되기도 합니다.”

그가 들려준 상상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제주도에 사는 중학생 10명이 각자 사진도 넣고 글도 써서 작업한 후 0.5달러에 가격을 책정해 올려놓으면 전 세계에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면 새로운 지식이 탄생될 수 있다. “그 지식이나 정보를 모아 형태를 갖춰 누군가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수익금으로 기부도 할 수 있구요. 즉 지식공유 플랫폼을 만들자는 겁니다.”

이에 조 대표는 지난 2011년 8월 아이쿱을 설립한 후 아이패드에 책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겼다고 한다. 당시 제품 이름을 ‘직지’로 하려고 했다. 우리나라가 최초로 금속활자를 만든 나라인 만큼 함께 책을 만드는 시스템 또한 금속활자와 같이 많은 책을 만들고 배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에는 출시 후 1개월 내 5만명이 다운로드를 받는 성과를 달성했다.

“당시는 고난의 시작이기도 했습니다. 사용하는 사람이 지속적으로 사용해야할 뿐만 아니라 필요한 많은 기능을 충족해야 하는 고충이 있었습니다. 이어 지난 2012년에는 아이쿱 프로 4.9달러의 유료 버전을 출시했습니다.”

당시에는 아이패드를 고집한 것도 고난의 원인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결국 웹에서 편집이 가능한 PC버전을 만들었다. “아이패드와 PC 상호 호환이 안 되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지난 2013년 1월 결국 포기하는 수순에 이르렀죠.” 조 대표는 당시 아이쿱을 활용, 일반 회사 직원끼리도 노트를 공유하고 지식을 축적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 시스템을 복수의 글로벌 제약사에 판매하기도 했다. 

“지난 2013년 5월부터 1년 6개월 동안 1주일에 2번씩 화상회의를 했습니다. 제가 미국에 연수를 떠나며 한국을 비우는 시간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이로 인한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조 대표는 당시 미국에서 아이쿱에 대한 기획을 새롭게 하고 여러 관계자들에게 홍보를 하고 다니면서 많은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스탠포드대학교에 있을 당시 문득 떠오른 것이 진료 과정의 아이디어다. 진료 과정에서 이뤄진 소통 결과를 환자에게 제공한다면 환자는 이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이를 좀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또 조 대표의 미국 연수기간 동안 교육을 디지털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도 생겼다고 한다. 디지털 환자교육인 아이쿱클리닉 태동 배경이다.

“지난 2015년 한국으로 돌아온 후 회사 내부 인력으로는 여력이 안 된다고 판단해 주변의 좀더 많은 도움을 얻고자 노력했습니다. 변리사들에게 물어보니 특허가 될 것 같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같은 아이디어를 종합한 그는 이듬해 4월 오픈식을 갖고 의료분야 아이쿱클리닉, 연구분야 다빈치노트, 교육분야 컨퍼런스 등 IT플랫폼을 제공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는 국내에서 의사들과 환자들이 아이쿱클리닉을 활용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병원 일과 회사 일을 모두 잘 해내기 위해 눈코 뜰 새 없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제가 의대 학생 시절부터 꿈꿔왔던 작업을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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