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투본 “금융당국 카드산업 대책, 구체성 결여되고 미흡해”
대형가맹점 수수료 하한·레버리지 규제 완화 등 3가지 요구안 수용 촉구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가운데)과 카드사 노조 관계자들이 12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금융노조 회의실에서 정부의 카드산업 대책 관련 금융공동투쟁본부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가운데)과 카드사 노조 관계자들이 12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금융노조 회의실에서 정부의 카드산업 대책 관련 금융공동투쟁본부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카드사 노동자들이 총파업 투쟁을 유보했다. 다만 5월말까지 카드사의 핵심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전면 총파업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금융공투본 “금융당국의 카드산업 대책, 어설프고 설익은 정책”

12일 오전 10시30분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금융공투본)와 6개 카드사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카드노조)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당국의 카드산업 대책을 미봉책이라며 비판했다.

금융공투본은 “금융위원회가 카드업계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 것에 대해서는 고무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세 가지 쟁점 사항에 대해서는 구체성이 결여되고 미흡한 점이 있다는 것에 매우 실망스럽게 생각한다”며 추가적인 보완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금융공투본과 카드노조 측에서 말하는 세가지 핵심 요구사항은 ▲500억 초과 가맹점 수수료 하한선 마련 ▲레버리지(자기자산 대비 총자산 한도) 비율 확대 ▲부가서비스 축소 등이다.

허권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은 “금융위가 발표한 카드산업 대책은 어설프고 설익은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카드산업 대책을 발표하면서 카드사가 8000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며 “카드산업을 생각한다면 8000억을 어떻게 보전할지 분명하게 대책을 내놔야 하는데 손실만 나와있고 어떻게 보전되는지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다”고 말했다.

또한 “금융공투본은 카드수수료 종합개편안이 발표된 지난해부터 중소가맹점과 대형가맹점에 따른 차등수수료를 분명하게 요구했다”며 “최 위원장이 당시 중소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하면 대형가맹점에 대해선 분명하게 (수수료를) 인상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4개월이 지난 지금 대형가맹점 카드수수료 인상은 언급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카드노조는 이번 대책에 핵심 요구사항 중 하나였던 레버리지 규제 완화가 빠진 점을 두고도 불만을 표했다. 김현정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현행 여신전문금융법에는 여신전문금융업 회사들의 레버리지 배율을 10배로 규정하고 있다. 근데 유독 카드사만 금융위 고시에 따라 6배로 제한받는 상황”이라며 “카드산업을 다른 금융산업과 차별화된 레버리지 규제를 통해 억누르려 하는 것은 카드산업 전체를 망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9일 금융위는 레버리지 비율 규제를 적용할 때 최고 금리 연 14.5%(평균금리 연 11%) 이하인 중금리 대출과 빅데이터 사업 관련 자산은 총자산 계산에서 제외하되 레버리지 규제 비율은 6배인 현행을 유지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위가 발표한 대책은 상당히 미진하기 때문에 카드노조 측에서 요구한 내용들이 추가 보완되지 않을 경우 5월말을 기점으로 총파업 수순을 밟아나갈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 카드노조 “필요할 땐 관치금융, 대형가맹점에 대해선 시장자치”

정부 정책에 대한 카드업계의 반발이 격화됐던 건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1999년 김대중 정부는 소비를 통한 경기부양과 원활한 세금징수를 위해 신용카드 장려정책을 펼쳤다. 당시 신용카드를 무분별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300만 신용불량자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정부의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의 부작용은 카드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카드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카드사가 부실 위험에 처했다. 이것이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면서 ‘카드대란’이 발생했고 2003년 카드사 노조는 총파업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IMF를 겪은 이후 김대중 정부에서 내수 진작 세수 확보를 위해 신용카드 장려정책을 썼고, 300만 신용불량자 문제가 대두되자 부담을 카드산업 노동자에게 전가시킨 전례가 있었다”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자영업자 문제를 풀기 위해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을 쓴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요할 땐 관치를 하고 본인들이 사회적 강자라고 하는 재벌가맹점에 대해선 시장자치를 얘기하는 이중적 태도가 이런 문제들을 초래하고 있고 그 중심에 금융위가 있다”며 “중소영세·일반가맹점에 대해서는 카드사가 갑이니까 양보하라고 하고 500억 이상 재벌가맹점에 대해서는 시장 자유를 얘기하는 태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공투본이 총파업 수순에 나서는 것은 무엇을 하나 더 얻기 위함이 아니며 정부 정책이 카드노동자를 (총파업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라며 “5월말까지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닌 카드산업과 카드노동자 입장에서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카드노조는 예고한 5월말까지 관련 투쟁을 이어나가는 한편 총파업에 들어갈 것을 대비해 법적인 절차와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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