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주진우→주지홍’으로 세대교체···주지홍, 사조시스템즈 최대주주
사조시스템즈 일감몰아주기 논란 여전히 해소 안돼···최근 공정위 정책기조와 정면 배치

주진우 회장(좌), 주지홍 상무(우)/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주진우 회장(왼쪽)과 주지홍 상무.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참치캔, 맛살 등을 생산·판매하는 자산규모 3조원대의 사조그룹이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조그룹은 계열사 중 하나인 사조시스템즈를 오너 일가가 장악하고, 이를 통한 3세 편법 승계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지난해 사조시스템즈의 내부거래 비중은 62%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사조그룹은 주진우 회장의 장남 주지홍 상무로 경영권 승계가 이미 이뤄졌다. 사조그룹은 사조시스템즈를 중심으로 사조산업, 사조오양, 사조대림, 사조해표‧사조씨푸드 등이 복잡한 순환출자로 얽혀 있다. 사조시스템즈는 주 회장이 13.7%, 주 상무가 39.7%의 지분율로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주 상무는 고(故) 주제홍 사조오양 이사의 사조시스템즈 지분 53.3%를 상속받으면서 그룹 경영 전면에 섰다. 상속 당시 납부해야 할 상속세를 주식(사조시스템즈)으로 물납하고, 사조시스템즈가 이를 다시 사들이면서 주 상무의 지분은 조금씩 확대됐다.

지배력 확대를 위해 다음으로 선택한 곳은 바로 사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사조산업이다. 사조시스템즈는 이후 사조산업의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 나갔다. 방법은 합병이었다. 사조시스템즈는 지난 2015년 사조산업 지분 33만9000주를 보유한 사조인터내셔널과 합병했다. 또 2015~2016년 두 차례에 걸쳐 주 회장이 보유한 사조산업의 지분 75만주를 매입했다.

사조산업은 매년 7000억~8000억원의 매출과 400억~500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이 발생하는 그룹의 캐시카우다. 즉, 사조산업의 지분율을 높이면 그룹 지배력 확대는 물론, 여기에서 발생하는 꽤 ‘짭짤한’ 배당금이 다시 사조시스템즈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 이는 사조시스템즈를 장악한 오너일가의 부(富)로 연결된다. 올해 사조산업은 배당금을 전년보다 대폭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사조시스템즈의 일가몰아주기 논란이다. 오너 일가의 사조시스템즈의 내부거래 비중이 상당히 높다. 사조시스템즈의 총 매출이 2010년 57억원에서 2017년 345억원으로 증가할 때, 이 기간 계열사에 대한 내부거래 역시 43억원에서 260억원으로 덩달아 늘었다. 이는 그룹 계열사들이 앞장서 오너일가의 호주머니를 채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조시스템즈는 그룹 계열사들의 부동산 임대 및 용역경비 등의 업무를 맡아 수행하고 있다.

사조그룹 편법승계 논란이 현재도 진행형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주 상무가 사조시스템즈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고 사조시스템즈가 사조산업의 지분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사조시스템즈의 내부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사조그룹은 자산총액이 5조원이 되지 않기 때문에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공정위가 최근 자산 5조원 미만 중견 식품업체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되면서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사조시스템즈와 계열사 간 부당거래가 발견될 경우 국세청, 공정위 등 사정당국의 집중조사를 받을 수 있다.

업계는 사조그룹이 수면 위로 드러난 편법승계 논란을 해소해야만 주 상무를 필두로 한 안정적인 3세 경영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가 재벌들의 편법승계에 매우 예민하기 때문에 사조그룹으로선 사조시스템즈의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조기에 해소하는 게 향후 본격적인 3세 경영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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