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최초 협력사 직원에 ‘작업중지권’ 부여 ‘무재해 포상’ 실시
최남규 사장 “부침 속에서 경인지역 대표업체 성장, 협력사 덕분”

SK인천석유화학 전경 / 사진=SK인천석유화학
SK인천석유화학 전경. / 사진=SK인천석유화학

“작업중지권은 근로자가 법적으로 보장받는 권리다. 하지만 이를 꺼내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협력업체 직원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협력업체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작업중지권을 선언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다.”

SK인천석유화학을 찾은 기자들 앞에서 이 회사 관계자는 끝으로 꼭 덧붙이고 싶은 말이라며 힘줘 말했다. 1969년 ‘경인에너지’란 이름으로 국내 세 번째 정유회사로 출범해 올 해로 창사 50주년을 맞은 SK인천석유화학의 화두는 ‘안전’, 그리고 ‘상생’이었다.

한 가운데 높이 솟은 붉은 탑을 중심으로 다양한 크기와 두께의 파이프들이 질서정연하게 정리된 모습이 특징인 SK인천석유화학 공장은 ‘상압증류공정’과 ‘초경질원유 분리공정’ 등을 동시에 보유했다는 경쟁력을 지닌 석유화학 시설로 평가받는다. 붉은 탑은 원유를 비등점 차이에 따라 LPG와 납사·등유·경유·중유 등으로 분류하는 상압증류공정이다.

갖은 파이프들 사이로 다양한 크기의 탱크들과 또 다른 숱한 공정들이 반복돼 있는 이곳에서 생산된 화학제품 대부분은 수출된다. 석유제품들 역시 내수로 소비되는 절반을 제외한 나머지 물량은 중국으로 수출된다. 증류 과정에서 발생하는 높은 데시벨의 소리가 기자를 태운 버스 안쪽까지 전달될 정도였지만 공정 곳곳은 질서 정연함을 유지했다.

거대한 공정이 주는 위압감과 더불어 시끄러운 작업환경이 근로자들의 집중력을 흩트려놓기에 충분해 보였다. 그만큼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셈이다. 주의사항 그리고 각종 경고문들이 눈에 띄게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으나 매일같이 근무하는 작업자들에겐 순간의 방심이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SK인천석유화학도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7월 SK인천석유화학은 18개 협력사 구성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안전결의대회’를 열고 ‘작업중지 권한 이행 서약식’을 시작으로 작업중지권 제도를 본격화했다. 작업중지권이란 작업 환경에 위험요소가 있거나 안전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작업을 마주한 근로자 스스로 작업을 중단할 수 있는 권한을 뜻한다.

해당 권한을 협력사 구성원에게까지 확대 부여한 것은 SK인천석유화학이 업계 최초다. 서약식 후 지난달까지 8개월 여 간 협력사 구성원들은 20여차례의 작업중지권을 발동했다. 유례없던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작년 여름과 영하 10도를 밑도는 맹추위 등 기후에 따른 중지가 10여건이었으며, 나머지는 안전조치 미흡에 따른 발동이었다.

올해 1월 전기열선작업에 투입된 협력사 직원 박종만(55)씨는 현장의 안전발판이 미흡해 추락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고 안전관리자에 작업중지를 요청했다. SK 측은 즉각 이를 받아들이고 작업을 중단했으며, 이어 전기팀에서 안전조치가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고 현장 전반을 점검한 뒤에서야 공사가 재개됐다.

협력사 정비동 무재해 기록판 / 사진=SK인천석유화학
협력사 정비동 무재해 기록판. / 사진=SK인천석유화학

사실 이 같은 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때,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의견이 대두되기도 했었다는 후문이다. 협력사 직원 입장에서 불이익을 우려할 수 있으며 작업이 중단될 경우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기에 결국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었다. 이에 SK 측은 입찰안내서 및 공사계약서에 작업중지 권한을 명문화하며 구성원들의 안전을 도모했고, 현재 성공적인 안착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SK인천석화 관계자는 “손실액 전액은 SK인천석유화학이 부담한다”며 “협력사와 합심해 사고 위험성을 사전에 제거함으로써 회사의 안전환경 경영수준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금전적 손실’보다 이를 통해 얻게 되는 ‘사회적 가치’가 더욱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SK 협력사인 국제산공 소속 김진욱(48) 소장 역시 “협력사 구성원 안전까지 세심히 챙기는 모습에 진심을 느꼈다”며 “자연히 내 회사처럼 일하게 되고, 나의 안전과 건강을 지킨 결과가 또 다른 ‘선물’로 다가오기에 동료들도 안전에 더욱 신경쓰게 된다”고 털어놨다.

김 소장이 언급한 ‘선물’은 ‘무재해 안전인시 포장’을 뜻한다. 전체 구성원이 무재해를 기록한 시간·기간에 따른 포상제도다. SK인천석유화학은 지난해 ‘협력사 무재해 기록판’을 협력사 정비동 앞에 설치했다. 협력사 구성원의 무재해 포상 역시 업계 최초로 도입된 시스템이다. 지난달에는 무재해 60일 달성 기념으로 협력사 구성원 570여명에 1700만원 상당의 선물이 지급되기도 했다.

최남규 SK인천석화 사장은 “지난 50년 간 수많은 부침에도 불구하고 경인지역 대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던 것은 묵묵히 함께 해준 협력사 덕분”이라며 “향후에도 동반성장 파트너인 협력사 구성원들이 함께 행복해지고 안전한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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