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회장, 10개사 겸직···총수 일가 중 최대
겸직시 전문성 결여 및 개별 기업 독립성 저해 우려
정몽구 현대차 회장, 2개 계열사로부터 95억원 수령···이사회 참석 한 번 없어

국내 10대 그룹 중 상장계열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총수 일가가 기본 2개 이상의 임원 겸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임원 겸직이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과도한 겸직은 전문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최다 겸직자는 롯데의 총수 신동빈 회장이다. 겸직자 중 연봉 1위는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차지했다.

11일 시사저널이코노미가 국내 10대 그룹(삼성·LG·현대자동차·SK·GS·롯데·신세계·한화·두산·현대중공업) 내 상장계열사 98곳의 사업보고서(2018년 12월 말 기준)를 분석한 결과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7개 그룹사(총수 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는 신세계·한화·현대중공업지주는 제외)의 총수 일가들은 대부분 2개 이상의 등기임원을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서는 총수 일가의 임원 겸직이 법적으로는 문제는 없지만 과다 겸직일 경우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통상적으로 한 사람이 여러 회사의 임원으로 겸직하면 능력의 한계로 인해 성실하게 직무 수행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 개별 기업의 독립성을 저해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0대 그룹 총수일가 임원 겸직 현황(2018년 12월 말 기준) /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등기임원 최다 겸직자는 롯데그룹의 총수 신동빈 회장이다.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대표이사)·호텔롯데( 대표이사)·롯데제과(대표이사)·롯데쇼핑(사내이사)·롯데건설(사내이사) 등 10개 계열사에서 이사를 맡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주주총회에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과도한 겸직에 대해 반대했지만 올해 2기 임기 사내이사로 재선임 됐다. 신 회장의 계열사 등기임원 등재비율은 8.4%로, 10대 그룹 총수 평균(3.0%)보다 크게 높은 편이다.

GS그룹은 총수 일가 3명이 다수 계열사에서 임원을 겸직했다. 이는 다른 그룹인 현대자동차·SK·두산 2명, 삼성·LG·롯데 1명 등에 비하면 많은 숫자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사촌인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은 삼성건업·삼양통상·삼양인터내셔날·보헌개발 이사, 경원건설 감사 등 5개 계열사의 등기임원이다. 10대 그룹 총수 일가 중 두 번째로 많은 겸직을 하고 있다. 그 외 허창수 회장이 3개사(GS 대표이사·GS건설 대표이사·GS스포츠 사내이사),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아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이 3개사(GS글로벌 대표이사·GS칼텍스 사내이사·GS엔텍 기타비상무이사)의 등기임원으로 각각 등재돼 있었다. 다만 허 사장은 올 1월 GS칼텍스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GS글로벌과 GS엔텍의 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이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에서 이사직을 겸직 중이다. 이외에 최태원 SK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등이 3개사, 박정원 두산 회장,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이 2개사에서 임원직을 겸직하고 있다.

/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겸직하는 상장계열사로부터 지난해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총수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다. 정 회장은 현대자동차(54억7600만원)과 현대모비스(41억700만원)로부터 95억8400만원을 수령했다. 이는 지난 2017년(80억원) 대비 20% 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지난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이사회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정 회장이 과도한 보수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두 번째로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허 회장은 임원 겸직을 하고 있는 3개 계열사 중 2개 계열사(GS·GS건설)에서 총 77억6500만원을 수령했다. GS와 GS건설은 각각 52억6400만원, 25억100만원을 허 회장의 보수로 책정했다. 이어 최태원 SK 회장은 SK와 SK하이닉스로부터 각 30억원씩 받아 총 60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최다 겸직자인 신동빈 롯데 회장은 6개 계열사로부터 5714억원을 수령해 겸직자 최대 연봉자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박정원 두산 회장(49억9600만원),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43억8400만원),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41억6900만원),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29억원)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28억100만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26억800만원) 순으로 연봉이 높게 나타났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