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효창독립 100년공원 조성 기본구상안 발표
독립운동가 묘역 정비·효창운동장 존치
과거 수차례 좌초···이해당사자 갈등조정 주목

백범 김구 선생과 윤봉길‧이봉창 의사 등 독립운동가들이 잠든 유서 깊은 곳이지만 노후화 돼 시민들에게 외면 받았던 효창공원이 2024년 ‘독립운동 기념공원’으로 탈바꿈한다.

독립운동가 7인의 묘역은 평상시에는 주민과 아이들을 위한 휴식처로, 기념일에는 엄숙한 추모공간으로 활용하도록 조성한다. 철거 주장이 제기됐던 효창운동장은 보존하되 일부 시설을 조정해 독립운동가 묘역, 공원과의 연결성을 강화한다. 일제가 훼손시킨 옛 효창원도 복원한다. 손기정 체육공원과 이봉창의사 기념관도 내년 문을 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0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효창독립 100년공원 조성 기본구상안’을 발표했다.

효창공원의 새로운 공간 구상 방향은 이렇다. 효창운동장은 창의적 계획을 통해 변화 가능한 ‘다층적 공간’으로, 독립운동가 7인의 묘역은 ‘일상 속 성소’로 각각 조성한다. 주변 지역은 ‘확장된 공원’의 개념으로 연결한다. 이를 통해 폐쇄적이고 정적인 공간이었던 효창공원을 함께 기억하는 열린 공간으로 바꿔나간다는 목표다.

효창독립 100년 공원 조성방안 살펴보니

효창운동장은 공원과 하나가 되는 공간으로 리모델링한다. 박 시장은 “기존 체육시설 기능을 유지하면서 추모 의미도 담긴 새롭고 창의적인 복합 공간으로 재구성할 예정”이라며 “공원 출입구와 맞닿아 있는 축구장 하부는 1만5000여명의 독립운동가 기념 공간을 조성, 시민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독립운동가들을 추모하고 오늘의 대한민국의 역사를 생각하게 되는 그런 장소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독립운동가 묘역은 참배객 위주의 박제된 공간이 아닌 방문객과 시민들이 쉽게 방문할 수 있는 일상 속 추모공간으로 조성한다. 엄숙함과 정연함을 유지하는 가운데, 접근성을 개선해 일상의 성소로 전환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독립운동가 묘역은 안타깝게도 기념일과 행사 때만 찾는 공간이 되고 있다. 일반시민 누구나 아는 분들이지만 다가가기도 자연스럽게 추모하기도 어렵다”며 “시민과 관람객들이 일상 속에서 문화와 휴식을 즐기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효창공원과 인근 손기정체육공원, 식민지역사박물관, 이봉창의사 기념관, 경의선숲길, 숙명여대 등과 연결해 공원의 공간적 범위를 확대한다.

동쪽으로는 공원과 맞닿아 있는 숙명여대, 시민 성금과 기증자료로 건립된 ‘식민지역사박물관’을 지나 숙대입구역으로 이어지는 문화공연전시 특화길이 조성된다. 남쪽으로는 용산의 대표 독립운동가 이봉창 의사 생가 터에 이봉창 기념관을 건립한다.

공원 북쪽 손기정 체육공원은 새롭게 탈바꿈한다. 마라톤 마니아와 주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587m 길이의 러닝트랙이 새롭게 깔리고, 체육센터와 어린이도서관이 생긴다. 이용객이 저조했던 ‘손기정기념관’은 손기정 선수의 도전 정신과 열정을 담아 리뉴얼하고, 남승룡 등 숨겨진 영웅들을 위해 체육센터 내에 전시공간을 조성한다.

이해당사자 갈등 딛고 완공까지 순항할까

과거에도 효창공원 활용 방안에 관련해 여러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이해 당사자들간 의견 충돌로 번번히 수포로 돌아갔다. 2005년 국가보훈처가 효창공원 전체를 민족공원으로 성역화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효창운동장 이전‧철거 문제를 놓고 보훈단체와 축구단체 간 의견대립으로 무산됐다. 2013년에는 국립묘지 지정이 추진됐지만 공원이용 제약 등을 우려한 지역의 반대로 없던 일이 됐다.

이번 ‘효창독립 100년공원 조성 기본구상안’이 현실로 이어질 지 주목되는 이유다. 관건은 효창공원과 효창운동장의 활용 방안이다. 박 시장은 “효창공원 활용방안에 대해 여러차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사업에 대한 오해와 주체들의 이견이 있었을 뿐 서로 논의할 기회조차 없었다”며 “그래서 서울시와 보훈처는 유족과 축구관계자, 주민, 전문가들을 또 따로 또 같이 만나 입장을 들어봤다. 물론 서로 입장차는 분명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대화를 진행하면서 점차 의견은 좁혀져 갔다. 운동장 철거가 1순위라는 주장은 묘역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으로, 3만석 이상의 경기장을 건립해야한다는 주장은 청소년 축구경기가 가능한 국제규격의 독립기념운동장으로 조금씩 의견 차를 좁혀갔다”며 향후 순조로운 사업 진행을 기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동안 효창공원과 효창운동장의 공존에 대해서 굉장히 여러 논의가 있었고 우리가 23차례 걸쳐 독립운동가 후손 분들과 체육 관계자들과 굉장히 대화를 많이 했다”며 “오늘의 발표가 출발이다. 운동장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꾸밀지는 포럼에서 논의해 진행하겠다. 또 체육계에도 다양한 염원이 있다. 이 염원들 담아서 잘 정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