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없고 호가만 오른 아파트가 분양가 산정 기준?···고분양가 부추겼다는 논란도

서울 집값이 조정장에 접어드는 추세지만 분양가는 여전히 오름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서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517만원이다.

분양가는 HUG의 통계작업이 시작된 2015년 10월 1927만원에서 2016년 2016만원으로 뛰었다. 올 1월에는 2517만원으로 2500만원를 돌파했다. 3년 사이 30.6% 가량 오른셈이다. 이는 경기 1083만원, 인천 1151만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분양가가 급등한 배경을 두고 땅값이나 철근 등 재료비와 같이 분양가에 영향을 미치는 원가항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HUG의 분양가 산정방식이 고분양가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는 민간택지의 경우 HUG의 ‘분양보증’, 공공택지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건설사의 분양가 산정에 개입한다. HUG의 분양보증의 경우 건설사와 같은 자치구에 최근 1년 이내에 분양한 아파트를 기준으로 분양가격을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분양한 아파트가 없는 경우다. HUG는 이 경우 분양가를 준공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 대비 110%가 넘지 않는 범위에서 설정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있다.

실제 올해 첫 서울지역 분양 아파트인 용두동 ‘e편한세상 청계센트럴포레’는 전용 84㎡가 7억8929만~8억6867만원이었다. 인근 구축인 ‘용두롯데캐슬리치’(2013년 5월 분양) 전용 84㎡ 시세가 7억7000만원선임을 감안하면 분양가가 인근 주택 시세를 모두 반영한 셈이다.

하지만 분양가 산정의 기준이 된 아파트의 가격이 ‘진짜’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용두롯데캐슬리치 전용 84㎡는 2017년 5억4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단 한 차례도 거래되지 않았다. 주변 아파트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이는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홍제 헤링턴 플레이스’, ‘e편한세상 광진그랜드파크’ 등 최근에 분양단지들도 이런 범주에 속해 있다.

이렇게 형성된 분양가는 서울의 고분양가 논란을 키웠다. 주택청약 점수가 높은 서민들은 갑자기 오른 분양가 탓에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분양 단지에서 미분양·미계약분이 속출하면서 ‘서울불패’라는 말도 이제 옛말이 됐다.

거래가 전무한 주변 아파트의 호가를 기준으로 분양가를 승인해주는 방식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HUG가 내세우는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가치에 충실하려면 고분양가 고착화부터 막아야 한다. HUG가 일률적인 분양가 상정방식이 아니라 각 지역에 맞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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