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대표 중심 패키지 패스트트랙 ‘반대’ 입장
바른정당계 최고위원, 최고위원회의 ‘보이콧’···‘손학규 퇴진’ 요구
‘공수처 수정안’ 의총·여야 협상 난항 전망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안이 좌초위기를 맞고 있다. 선거제 개편안의 가닥은 잡혔지만, 이른바 ‘패키지 패스트트랙 상정’ 문제를 두고 바른미래당의 내분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지난달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법안, 검경수사권 조정법 등을 패키지로 묶어 패스트트랙에 상정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4.3재보궐선거’ 이후 선거제개편안과 공수처법 등을 패키지로 패스트트랙에 상정하는 것을 두고 바른미래당 내부의 바른정당계와 국민의당계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바른정당계 수장인 유승민 전 대표는 지난 9일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연사특강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거법과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특히 선거제 패스트트랙과 관련해 그건 제가 반드시 막아야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국회 전체가 그것을 다수의 횡포로 그렇게 밀어붙이는 것도 맞지 않고, 당 안에서도 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맞지 않다 본다”며 “패스트트랙이라는 말은 그럴듯하지만 다수의 횡포로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바른정당계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은 재보궐선거에 대한 책임론을 명분으로 손학규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며 최고위원회의를 ‘보이콧’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손 대표는 10일 진화에 나섰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다 저의 부덕함과 불찰 때문”이라며 “저나 다른 당직자들이 과격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서로 감정을 낮추고 이해하며 포용하는 자세를 보여주면 좋겠고, 저도 그런 자세로 당을 이끌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세 분 최고위원을 한 분 한 분 다 만나서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제 생각도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하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당내에서 지도부 중간평가 전당대회를 추진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모습으론 내년 총선승리는 고사하고 당의 존립도 위태롭기 때문에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변화를 강제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이 최고위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거 결과에 책임지자는 의미에서 총사퇴를 얘기한 것이다. 지금은 관리형 대표가 아니라 진취적이고 이슈를 주도하는 대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바른정당계 당내 인사들의 반발에 따라 다음 주 예정돼 있는 의원총회에서 패키지 패스트트랙 상정 문제는 처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법과 관련해서도 손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측은 ‘기소권 차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수정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또한 바른정당계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당내에서 의견이 모아지더라도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도 많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선거제개혁 문제가 이번에도 불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바른미래당이 당내 의견을 모으고,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본회의 상정까지 최대 330일이 소요(정치개혁특별위원회 최대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최대 90일, 본회의 최대 60일)되기 때문이다.

정개특위가 여야 4당 의원수가 과반으로 구성돼 있는 만큼 90일(자유한국당 안건조정회의 요청시)로 줄일 수 있고, 본회의에서 문희상 국회의장 권한으로 바로 상정할 수 있어 총 180일을 단축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여야 4당의 철저한 공조가 전제돼야 한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과 유승민 의원이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과 유승민 의원이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