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시민단체들 “특별법 제정으로 공소시효 적용 정지 및 특검 도입” 제안
···권력형 성폭력 범죄 경우 공소시효 없애는 특례조항 신설도 제안

고 장자연씨의 동료 윤지오씨가 10일 서울 참여연대에서 장자연씨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 ㅍ지와 연장 의견을 밝혔다. 이날 녹색당은 특별법 제정을 통한 특별검사 임명과 철저한 수사, 공소시효 적용 정지를 제안했다. / 사진=이준영 기자
고 장자연씨의 동료 윤지오씨가 10일 서울 참여연대에서 장자연씨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와 연장 의견을 밝혔다. 이날 녹색당은 특별법 제정을 통한 특별검사 임명과 철저한 수사, 공소시효 적용 정지를 제안했다. / 사진=이준영 기자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 관련 의혹 진상규명 특별법(장자연 특별법)’을 제정해 공소시효를 정지하고 특별검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녹색당과 시민단체 의견에 동의합니다. 권력형 성폭력 범죄의 경우 공소시효를 없애는 특례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공감합니다. (장자연) 사건의 가해자가 누구인지 가려내야 하고 재수사가 착수돼야 합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공소시효가 폐지되거나 연장 돼야합니다.“

고(故) 장자연씨 사건의 증인인 윤지오씨가 10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고 장자연 이후 10년, 장자연 특별법 제정과 성폭법 개정의 필요성’ 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이날 녹색당과 시민단체들은 장자연씨 사건에 대한 특별법 제정과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없애는 특례조항 신설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장자연씨 사건은 공소시효가 지나 재수사가 어렵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장자연 특별법 제정을 제안했다.

하 위원장은 해당 특별법 제안 이유에 대해 “현재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에서 조사 중인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 고 장자연씨 관련 사건에 대해 이 사건의 축소와 은폐 의혹이 있는 검찰에 수사를 맡길 수 없다. 독립적 수사를 위해 특별검사를 임명해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며 “또 이 사건은 은폐된 정황이 뚜렷하다. 사회적 권력을 가진 쪽의 은폐, 압력 등에 의해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정의 관념에 어긋난다. 공소시효 정지에 관한 특례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 위원장이 제안한 특별법률안의 공소시효 관련 특례조항은 ‘장자연씨가 생전에 당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불기소처분이 있었던 2009년 8월 19일부터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재수사권고를 한 2018년 8월 4일까지의 기간은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했다. 최초 수사와 불기소처분이 부실 및 은폐 수사에 따른 것이므로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재수사권고를 할 때까지 국가의 소추권 행사에 지장이 발생했다는 근거에서다.

하 위원장은 해당 특별법을 통해 공소시효 적용 정지가 법리적으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1995년 12월 제정된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에서 공소시효에 관한 특례조항을 두었고, 이를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한 것을 거론했다.

하 위원장은 “당시 헌법재판소는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경우에는 특별법을 통해 공소시효에 관한 특례조항을 두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또 이미 공소시효가 완료된 경우도 그 가능성을 열어 놨다. 즉 소급입법을 통해 이루려는 공익이 중요해 신뢰보호이익에 현저히 우선하는 경우다”고 했다.

이어 “오늘 제안하는 장자연 특별법안이 수사대상으로 삼고 있는 범죄의 공소시효 여부는 수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며 “만약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범죄라면, 헌법재판소 결정례에서 언급한 부진정소급효에 해당하므로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것은 합헌이다. 공소시효가 완성된 범죄라고 해도 이 사안은 헌재가 예외적으로 진정소급효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중대한 공익상 사유가 신뢰보호의 요청에 우선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했다.

하 위원장은 장자연씨 사건 관련 한 가해자의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2018년 5월 28일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재수사권고를 해서 가해자가 기소됐던 사실을 거론하며 2009년 당시 이뤄졌던 경찰과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부실했다고 밝혔다. 최초에 이뤄진 검찰의 불기소처분이 잘못됐다는 것이 이미 인정됐다는 발언이다.

이어 “외압과 은폐가 있었다는 의혹도 있다. 거대언론사 사주일가, 대기업 관계자, 고위검찰간부, 연예계의 영향력있는 자들이 연루돼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2009년 수사가 이뤄지고 있을 당시 조선일보 측이 경기지방경찰청장, 국회의원까지도 협박 내지 압박했다는 MBC PD수첩의 보도가 있었다”며 “권력을 가진 자들이 수사와 공소권 행사에 대해 압력을 가했고, 그로 인해 국가의 수사권과 기소권 행사가 왜곡됐다면 심각한 문제다. 힘있는 자들이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 받지 않으면 그것은 헌법이 정한 ‘법앞의 평등’을 무너뜨린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배복주 장애여성공감 대표 겸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대표는 “이 사건의 핵심은 한국 사회서 공권력 있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 부실이다”며 “수사 부실로 불기소 처분된 것이기에 수사 부실이 판명된 때부터 공소시효가 적용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 위원장은 특별검사의 임명절차와 관련해 이 건의 경우 검찰과 정치권 모두 자유롭지 못한 사안이므로 대법원장이 추천하도록 했다. 특별검사 후보자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전문성과 성인지감수성이 있는 자여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 시민단체 “권력형 성폭력 범죄, 공소시효 없애야”···성폭력범죄법 개정 제안

이날 토론회에서 시민단체들은 권력형 성폭력 범죄의 경우 공소시효를 없애야한다고 밝혔다. 녹생당도 이러한 취지를 담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배복주 대표는 “현장에서 성폭력 상담을 하면 대부분 여성 피해자들의 특성은 조직 안에서 권력관계로 인한 성희롱, 성폭력 피해가 많다는 점”이라며 “피해자들은 조직 안에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리기 어렵다. 어느 정도 이러한 권력 관계가 해소 됐을 때 이 문제를 제기하면 공소시효가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한국은 조직 문화가 위계적이다. 법적으로도 피해자들이 공소시효 지난 후 이 문제를 제기해 가해자 처벌을 원했을 때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이 부족해 법적 한계가 크다”며 “권력형 성폭력의 경우 공소시효를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성범죄 유형을 넓히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고 장자연 씨 사건 법률지원단의 전민경 변호사는 “대학생 등은 졸업 후에도 지도교수와 취업 후 상황에서나 학회에서 계속 영향력을 받는다. 권력형 성범죄의 경우 공소시효 적용을 아예 배제하는게 좋다”고 말했다.

하승수 위원장은 권력형 성폭력 사건의 경우 권력 관계가 사라지는 시점까지 공소시효를 정지하는 ‘성폭력점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하 위원장은 “업무, 고용, 학교, 가정 등에 존재하는 권력관계로 인해 성폭력 피해를 입고도 고소 등의 조치를 취하기 어려워 공소시효가 지나버리는 사례들이 숱하게 많다”며 “오히려 공소시효가 지난 후 피해자가 사회적 문제제기를 했다가 가해자로부터 역고소를 당하는 일들도 일어나고 있다. 권력관계에서 발생한 성폭력 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그 권력관계에서 벗어나는 날까지는 공소시효를 정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 위원장은 배 대표와 전 변호사가 제기한 권력관계 종료 시점을 명확히 하기 어렵다는 점에 대해 공감했다. “권력형 성범죄의 경우 공소시효를 아예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소시효 정지 적용과 특검 도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통해 공소시효가 진실규명에 장애가 되게 해선 안 된다”며 “이런 여론이 만들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특별법안과 권력형 성범죄 특례조항 신설을 위한 정부와 의원 발의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피해지원국장은 촬영물을 이용한 사이버 성폭력의 공소시효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국장은 “촬영물을 이용한 사이버 성폭력은 공소시효가 7년이다. 그러나 촬영 순간과 유포 순간을 피해자가 인지하기 어렵다. 피해자가 7년 후 인지하면 이 피해자는 법적 절차로 사건을 해결할 기회조차 없다. 최초 유포자나 촬영자 신고가 어렵다”며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 공소시효를 적용해야 한다. 사건 당시 인지했어도 신고하면 유포하겠다는 협박도 받는다. 협박으로 신고 못했을 경우 7년이 지나면 그 사건 고소를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사건 발생 인지 시점 이후 공소시효를 적용하고, 협박을 받은 경우 이를 참작해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말하기 어려운 사회 문화적 분위기와 부실 수사 문제를 고려하면 공소시효 적용 배제도 한 방법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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