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수익 추락에 아마존 공급 서버D램 리콜 겹쳐···삼성바이오 관련 검찰 수사 상황과 이재용 전원합의체 재판 결과도 촉각
현대차, 중국 판매 부진에 미국선 볼륨차종 리콜···노조와의 갈등도 지속
빅2 부진이 협력사 등 시장에 끼칠 영향에 주목···“산업 생태계 붕괴할 수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편집=디자이너 김태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편집=디자이너 김태길

대한민국 ‘빅2’기업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동시에 맥을 못 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적문제에다 리콜 등 리스크까지 겹쳐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는 모습인데, 국내 경제에 어떤 여파를 끼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사실상 그동안 홀로 한국경제를 견인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삼성전자의 ‘파죽지세’ 행진이 결국 끊겼다. 지난 1분기 잠정실적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6조2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시장 기대치를 크게 하회하는 어닝쇼크 수준이었다.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0%, 전 분기 대비 42%나 감소한 수치다. 호황에 힘입어 실적을 견인해 온 반도체 수익이 뚝 떨어진 결과다. 시장 일각에선 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후 다시 실적 반등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상황이 녹록찮다.

삼성전자는 주력 고객사 미국 아마존에 공급한 서버D램에서 불량이 발생해 리콜 논란을 빚었다. ‘완벽주의’ 자체였던 삼성전자의 반도체 리콜 소식은 업계에서 상당한 충격으로 여겨진다. 한 반도체 업계 인사는 “삼성전자의 실적도 문제지만, 특히 리콜 문제가 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가 더 큰 관심사”라고 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및 합병 관련 의혹 등 검찰에 수많은 고발 건도 고민거리다. 대부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안들이다. 잠시 수사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이지만, 언제 다시 속도가 붙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수사는 검찰 내 최고의 칼잡이들이 투입됐다. 게다가 이 부회장의 전원합의체 재판이 파기환송 될 경우, 해당 수사가 재판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어 삼성내부의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재계 2위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차는 지난해 영업이익 2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3조원 대마저 붕괴됐다. 현대차 실적은 6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 올 1분기도 기저 효과로 지난해 동기보단 나아지겠지만 여전히 시장 눈높이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적이 나아지려면 시장상황이 좋아져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현대·기아차 역시 미국시장에서 리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에서 화재 등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투싼, 스포티지, 쏘울 등 3개 차종 53만대를 리콜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벨로스터도 엔진화재 위험을 이유로 2만대 리콜하기로 했다. 중국시장에선 시장에선 판매고전으로 구조조정 카드를 만지작대고 있다.

이와 더불어 고질적 문제인 노조와의 갈등 문제에도 시달리고 있다. 어렵게 타결된 광주형 일자리 문제는 언제 다시 갈등으로 불거질지 모르는 상태다. 금속노조 기아차 노조는 최근정기대의원대회에서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했다며 전 지회장 2명을 제명키로 했다.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 철회를 위한 3년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한 상태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시장상황 속에 그나마 한줄기 빛처럼 내려온 것이 팰리세이드였다. 출시 전 8영업일 간 사전계약만 2만대가 넘었다. 합리적 가격과 그동안 국산차에서 보기 힘들었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디자인으로 젊은 아빠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허나 예상을 뛰어넘은 수요가 되레 현대차를 난감하게 했다. 출고대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일부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결국 노조와 합의해 4월에 들어서서야 월 6240대에서 월 8640대로 생산을 약 40% 늘리기로 했지만, 초반 열풍 때 물량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 것은 뼈아픈 부분이다. 실제로 팰리세이드를 구매하려다 출고대기 기간 때문에 발길을 돌린 소비자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일각에선 이처럼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모두 실적이 흔들리고 불안한 경영상태가 이어지는 상황을 심상치 않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두 회사가 흔들릴 경우 예상되는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흔들리면 두 회사와 협업관계로 사업을 이어가는 수많은 협력사들에게 결국 여파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보다, 산업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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