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지갑 등 실생활에서 이용할 수 있는 사례 많아져야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사람들로부터 잊혀진다는 것”

어느 유명 만화에 나오는 대사다. 사람뿐만이 아니다. 기술도 마찬가지이다.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물건은 찾는 사람들이 있어야 살아남아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다. 찾는 사람이 있으면 그 기술은 전수돼 그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 IT 관련 기술도 차이는 존재하지만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어야 그 가치가 유지된다.

비트코인을 통해 블록체인이라는 개념이 처음 도입된 이후로 많은 종류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우후죽순으로 나타났다. 각 프로젝트는 자신들만의 장점과 비전을 제시하며 각자의 서비스도 만들었다.

우려도 많았다. 시장 참여자들과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염려하던 부분은 현실세계와의 연계였다. 많은 블록체인 팀들이 제시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기존 기술의 한계점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방면에서 노력했다. 그러나 한껏 달아오른 시장 관심에도 불구하고 꺼져가는 관심을 붙잡지 못하였다.

기술의 한계점들을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들은 일부 성공적이었으나, 현실적으로 사용자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거나 도입할 수 있도록 당위성을 제시하고 시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최근 이와 같은 이전의 한계점, 즉 현실적인 사용처의 부재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생기게 되었다. 바로 기존 대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비즈니스 일부에 이를 도입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삼성전자에서 올해 새로이 출시된 신형 모델의 스마트폰에 블록체인 지갑 기능을 탑재한 것과, 카카오의 손자회사인 그라운드X가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왓챠, 자나두 등 실 서비스 사용자를 보유한 기업들을 파트너사로 섭외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대기업 시도는 블록체인 기술과 프로젝트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고 있다는 점과 블록체인 기술을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더 가까워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일상생활에 가장 밀접한 스마트폰에 블록체인 지갑이 탑재된다면 유틸리티 토큰 외에도 이더리움이나 이오스와 같은 플랫폼 토큰에 기반한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접근성이 증대될 것이다.

또한 많은 수의 실 사용자를 거느리고 있는 서비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는 것은 블록체인 기술이 더 활발하게 발전되며, 산업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사용처를 제시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내 및 해외 대기업의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과 도입 시도가 블록체인 기술과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신호라는 점은 명백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블록체인의 미래가 밝다고 단정 짓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실제로 어느 정도 형식을 갖춰 블록체인 시장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Coinmarketcap)’에 등록한 블록체인 프로젝트 수는 2000여개애 달한다. 등록하지 않아 집계되지 않는 프로젝트를 제외하더라도 그 수는 상당하다.

또한 플랫폼 기반의 블록체인 상에서 동작하는 프로젝트들의 이용자 수를 보여주는 ‘댑레이더(Dapp Radar)’라는 사이트에서 확인되는 24시간내 디앱 사용자는 가장 많이 기록된 것이 6000여명 수준으로 집계된다.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는 대상을 전세계로 한다는 전제를 볼 때, 이는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니다.

프로젝트 관계자들도 자신들의 기술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는 투자된 자본의 규모나 기대감에 비해 실제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이용하는 실사용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의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과 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 외에도 기술을 이용해 줄 이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기존의 서비스 혹은 기술을 대체할 만큼의 편의성을 줄 수 있는 분야를 찾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이용자들의 눈높이와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각 블록체인 프로젝트 발전은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 외에도, 기술이 이용될 분야와 수요자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는 블록체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고 산업과 기술의 건강한 발전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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