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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과 저작권료
  • 김병재 영화칼럼리스트(filmbj@naver.com)
  • 승인 2019.04.1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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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한창이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분홍빛이 감도는 하얀 꽃잎이 눈부시다. 그 옆으로 하얀 목련과 분홍빛의 진달래, 노란색의 개나리, 그 밑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산수유까지 어울리면 이 봄날은 그야말로 축제다. 온통 꽃 세상이다. 예전의 봄꽃들은 순차적으로 피었는데 요즘은 한꺼번에 일제히 경쟁이라도 하듯 펴 보는 이의 마음을 황홀케 한다. 여기에 미세먼지까지 없으면 금상첨화다. 이런 날 집에 있으면 먼가 크게 손해보는 것 같다.

봄이 오면 역시 벚꽃이다. 겨우내 움츠리고 봄을 기다리던 사람의 마음을 그 화사함으로 제일 먼저 반긴다. 꽃말은 삶의 덧없음과 아름다움, 순결, 뛰어난 아름다움, 절세미인이란다. 한꺼번에 확 피다 한 순간에 지는 벚꽃 잎을 연상케 한다.

벚꽃은 관습상 일본의 국화(國花)로 통한다. (일본의 국화는 없다). 일본 영화엔 벚꽃이 많이 나온다. ‘앙: 단밭 인생이야기’ ‘바닷 마을 다이어리’‘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등의 영화에 표현된 벚꽃은 남녀간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더 감동적으로 혹은 더 애잔하게 해준다. 우리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 ‘너는 내 운명’ 에서도 만개한 벚꽃을 배경으로 시한부 인생의 슬픈 멜로 이야기를 펼쳐 보였다.

하지만 벚꽃하면 역시 노래 '벚꽃엔딩' 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밴드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흘려 나오고 있다. "봄바람 휘날리며 / 흩날리는 벚꽃 잎이 / 울려 퍼질 이 거리를 / (우우) 둘이 걸어요."

이 '벚꽃엔딩' 은 봄을 알리는 노래가 됐다. 노래 발매 이후 매년 3, 4월 봄이 되면 음원차트에 등장하는 기이한 현상을 일컬어 연금처럼 나온다 해 붙쳐진 신조어 ‘벚꽃연금’ 이 됐다. 마치 군인들의 입대를 노래한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처럼, 혹은 어른들이 봄이 오면 한스럽게 부르는 ‘봄날은 간다’처럼 꽃 피는 봄날을 상징하는 하나의 국민적 대표곡이 된 것이다.

'벚꽃엔딩'을 작사 작곡한 장범준은 이 노래 하나로 큰 돈을 벌었다고 한다. 노래의 저작권료가 평생동안 꼬박꼬박 안겨줄 연금이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장범준이 ‘벚꽃엔딩’ 으로 지금까지 벌어들인 금액을 40억원 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장씨는 이 돈으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건물을 구입, 건물주가 됐다.

음악 저작권 수입 내역을 보면 음원 스트리밍 1회당 저작권료가 7원인데 이중 40%(2.8원)를 서비스사업자가 나머지 60% 중에서 음반 제작사의 몫은 44%(3.08원)다. 나머지 16%를 작사·작곡가, 가수와 연주자 등이 나눠 갖는 구조다. '벚꽃엔딩'을 작사·작곡한 장범준은 스트리밍 1회당 약 1원을 받는 셈이다. 그런데 지난해 말 기준(추정치) 국내 유료 음원 서비스를 사용하는 인원은 약 800만 명. 이중 절반이 '벚꽃엔딩'을 올해 봄 시즌 한달 동안 매일 한번 씩 듣는다고 가정하면 장범준은 저작료로 1억2000만원을 챙기는 셈이다. 대박이 아닐 수 없다.

'벚꽃엔딩'의 성공사례는 문화 콘텐츠 산업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하나의 킬러 콘텐츠가 뮤지션에게 평생 수익을 보장한 것이다. 흡사 크리스마스 캐롤송 처럼 ‘이등병의 편지’ ‘봄날은 간다’ ‘벚꽃엔딩’ 등 특정한 때마다 주목 받는 '시즌 송'은 해마다 꼬박꼬박 챙겨주는 연금같은 노래다. 가요산업에게도 좋은 일이요, 가수에게는 신나는 일이다.

김병재 영화칼럼리스트
김병재 영화칼럼리스트
filmb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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