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말세트롬 EU 통상담당 위원 “한-EU FTA 노동 관련 의무 협약 지연” 문제제기
파업 시 대체인력 허용·부당노동행위 처벌금지 등 쟁점···경사노위서 입장 차 커
전문가 패널 보고 제출 가능성···“비준 늦어도 EU, 한국 제재 조치 어려워” 한계도

세실리아 말스트롬 EU통상집행위원(왼쪽)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EU 통상집행위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세실리아 말스트롬 EU통상집행위원(왼쪽)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EU 통상집행위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노동자 단결권 강화 등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압박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노사의 입장 차가 크고 비준이 늦어지더라도 유럽연합 차원의 제재 조치가 이뤄지긴 어려워 노사의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합의가 쉽지 않다.

9일 한-유럽연합(EU) 무역위원회 참석차 방한 중인 세실리아 말스트롬 유럽연합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말스트롬 집행위원은 이 장관에게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상의 노동 관련 의무인 핵심협약 비준이 수년간 지연되고 있다”며 “조속한 시일에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가시적 진전이 없을 경우 전문가 패널 개시가 불가피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이 국제노동기구 핵심 협약 비준에 대해 조만간 진전이 없을 경우 자유무역협정 분쟁 해결 절차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고 경고다.

유럽연합은 지난해 12월 한국이 한-EU 자유무역협정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에 규정된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 정부를 상대로 공식 분쟁 해결 절차에 돌입했다.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 분쟁해결절차는 정부간 협의,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전문가 패널 소집, 패널 보고서(권고 또는 조언) 순으로 이뤄진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요구로 지난해 12월 17일 시작한 정부 간 협의는 지난 3월 18일 끝났다.

유럽연합의 요청으로 전문가 패널이 소집되면 전문가 패널은 90일 안에 권고·조언 등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한다. 이 경우 한국의 국가적 평판이 떨어진다.

현재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는 노사정이 모여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노사의 입장 차이가 커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경영계는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서는 ▲파업 시 대체인력 허용 ▲부당노동행위 처벌금지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쟁의행위 찬반투표절차 보완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이러한 요구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경영계 요구들은 노동기본권을 제약하는 내용들이다.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과 무관하거나 배치된다”고 밝혔다.

이 날 말스트롬 집행위원도 “경영계의 우려와는 달리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이 오히려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경영계에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의 필요성을 적극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노총 관계자는 “파업 시 대체인력 허용과 부당노동행위 처벌금지가 가장 합의가 안되는 사안이다”며 “이 두 문제에 대해 노사 입장 차가 크다. 노동계는 파업을 무력화하고 부당노동행위가 만연할 수 있는 이 두 가지 경영계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영계 관계자는 “파업 시 대체인력 허용과 부당노동행위 처벌금지 요구는 경영계에서도 물러서기 어렵다”며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이 늦어지거나 못하더라도 유럽연합이 실제적으로 한국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무리다”고 말했다.

제현정 국제무역연구원 통상지원단 차장은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이 늦어지거나 못하더라도 유럽연합이 제재나 조치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에 따른 권고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관행 개선위원회에 참여하는 관계자는 경사노위에서 노사가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문제를 끝내 합의하지 못할 경우 지금까지 논의된 사안과 공익위원 안 등이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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