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탐정소] ‘탈원전’ 탓에 배전설비 유지보수 관리부실?
  • 최성근 기자(sgchoi@sisajournal-e.com)
  • 승인 2019.04.10 16:4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원 산불’ 관련 한국전력 관리 부실 논란 팩트체크
① “한전, 경영 악화되면 배전설비 유지보수 예산 삭감” ☞ 사실
② 네티즌 “탈원전 때문에 실적 악화돼 관리 부실 발생” ☞ 비약
③ 한전 “지난해 예산, 10년 평균보다 높은 수준” ☞ 절반의 사실
/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시나브로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시대다. 아무 검증 없이 유포되고 있는 ‘가짜뉴스’는 불특정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또한 포털·SNS 등이 제공하는 맞춤형 정보 알고리즘의 부작용 ‘필터버블(Filter Bubble, 이용자가 특정 정보만을 편식하게 되는 현상)’로 인해 ‘진짜뉴스’가 ‘가짜뉴스’로 치부되는 사례도 상당하다. 시사저널e는 ‘가짜뉴스’로 인해 생기는 혼란을 줄이고, 뉴스 수용자들의 미디어 리터러시(literacy) 개선을 위해 ‘팩트탐정소’를 고정코너로 운영한다. [편집자주]

5일 오전 전날 고성 산불의 발화지로 추정되는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의 변압기 모습. 화재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붉은색 원)이 검게 그을려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5일 오전 전날 고성 산불의 발화지로 추정되는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의 변압기 모습. 화재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붉은색 원)이 검게 그을려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4~5일 발생한 강원도 일대 대규모 산불과 관련해 한국전력공사의 관리 부실 책임론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최초 발화 추정지점 인근 전신주 개폐기와 연결된 고압전선에서 이상 불꽃이 발생, 전신주 아래 낙엽에 옮겨 붙어 불이 발생한 것이 폐쇄회로 카메라를 통해 확인되면서다. 

이를 근거로 한국전력이 올해 2조원 이상의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면서 변압기·개폐기 등 시설보수 비용을 줄여 관리부실이 생겼다는 주장이 일부 네티즌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한전은 지난 8일 해명자료를 내고 경영악화로 인한 관리 부실 의혹을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시사저널e ‘팩트탐정소’는 강원 산불과 관련해 한전의 관리 부실 논란을 둘러싸고 국회의원, 네티즌, 한전 측의 주장을 팩트체크해 봤다.

① “한전, 경영 악화되면 배전설비 유지보수 예산 삭감했다”?

한전에 따르면 최근 배전 유지보수 예산 집행실적은 2015년 1조7444억원에서 2017년 1조8621억원으로 늘었지만 2018년 1조4418억원으로 크게 줄었고 올해도 비슷한 금액만 책정됐다. 배전 유지보수 예산은 변압기, 개폐기, AMI, 전선 등 배전 설비의 교체, 보강 등 유지 보수를 위한 비용이다. 이 예산을 줄이면 안전에 취약해 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배전 유지보수 예산을 투자예산(설비교체보강예산)과 손익예산(점검수선예산)으로 구분지어 반박했다. 배전설비에 대한 안전점검 및 순시 등에 소요되는 점검수선예산은 매년 예산을 증액하고 있다며 예산 축소로 인한 시설 관리 소홀 가능성을 일축했다.

설비교체보강예산이 감소한 데 대해서는 지난 3년간 예산을 집중 집행해 앞으로 축소 편성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설비교체보강예산은 투자가 이행되면 그 효과가 15년에서 20년 동안 지속되므로, 과거 3년간 집중 투자로 인해 2018년도 이후부터 대상설비가 줄었다는 것이다.

한전은 이에 대한 근거로 2008년 이후 배전설비 유지보수 예산 집행실적 액수를 공개했다. 하지만 어떤 설비를 교체했는지 구체적인 항목은 공개하지 않아 한전 주장의 보다 정확하게 분석할 근거가 부족하다. 이에 대해 시사저널e는 한전 측에 최근 이 기간 교체 설비 내역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한전 측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2008년 이후 배전설비 유지보수 예산 집행실적을 보면 한전이 적자일 때 예산이 흑자일 때보다 적었던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돼 실적이 악화될 때 예산이 삭감된 것도 사실이다. 시사저널e 팩트탐정소가 살펴본 한전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 시기 배전설비 유지보수 예산은 대체로 7000억원 대 중후반을 유지해왔다. 그러다 2013년 174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작으로 2017년까지 매년 흑자 경영을 이어가자 유지보수 예산도 크게 증가했다. 그러다 1조174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2018년엔 유지보수 예산도 4000여억원 삭감 집행됐다. 

표=한국전력공사
/ 표=한국전력공사

 

② "탈원전 때문에 실적 악화돼 관리 부실 발생했다”?

일부 네티즌을 중심으로 정부의 탈원전·태양광 정책 영향으로 한전이 올해 2조원 이상의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자 시설 보수 비용을 줄여 관리부실이 생겼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사실여부를 확인하려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한전의 영업적자를 야기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한전은 지난해 영업 적자 원인으로 ‘국제 연료가격 급등에 따른 연료비 증가’를 들고 있다. “2018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의 적자 전환은 국제 연료가격의 급등이 주된 원인”이라며 “이로 인해 연료비가 2017년 대비 3.6조원 증가했고 민간 전력 구입비도 2017년 대비 4.0조원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전은 한국수력원자력 등 6개 발전 관련 자회사가 생산하는 전기를 사서 판매한다. 전기료가 고정된 상태에서 전기 생산비가 오르면 수익이 악화되는 데 지난해 원유가 30% 오르고 유연탄 가격도 20% 이상 오르는 등 전기 생산비용이 상승했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한전의 주장에 따르면 일정 정도 일리가 있다.

다만 한전의 실적 악화에 탈원전 정책의 영향이 전혀 없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지난해 원전 가동률이 전년 대비 10%이상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전력구입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지난해 한전의 실적 악화의 주 요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③ “작년 한전 유지보수 예산, 10년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전은 해명자료에서 최근 3년간 설비교체보강 및 점검수선 평균투자비는 약1조8000억원이나 최근 10년간 평균은 약 1조1000억원으로 2018년 실적 1조4000억원은 10년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밝히며 자신들의 관리부실 책임론을 부인했다.

일단 2018년 예산이 10년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한전측 주장은 사실이다. 다만 이를 근거로 한 한전의 주장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한전은 2018년 배전 유지보수 예산이 최근 3년 예산보다 대폭 삭감됐다는 점을 반박하기 위해 10년 평균치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통계를 제시한 것일 뿐이다. 2008년부터 2012년은 한전이 적자 경영을 했던 시기라 이 시기 배전 유지보수 예산도 상대적으로 적게 편성됐다. 따라서 이 시기 유지보수 예산을 합산하면 평균 예산이 줄어들게 된다.

한전은 적자일 때 배전 유지보수 예산을 줄이고 흑자일 때 늘린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실 관계자는 “이유야 어찌됐든 한전은 적자가 나면 유지보수 예산부터 줄인다”며 “한전 측도 계속 적자가 나면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최성근 기자
정책사회부
최성근 기자
sgchoi@sisajournal-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19-04-10 17:32:25
먼저
전기의 수요는 항상 증가함.
원전의 개수가 늘었는지 줄었는지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음. 중요한건 전체 전기 생산량 대비  원전 발전  비율임.

증가한 전기의 수요를
비싼 lng가스 발전으로 감당 하는 현재 상황과
폐쇄한 고리원전의 수명 연장이나 원전의 발전양을 늘려서 감당 했을 때의 손익을 비교해야 함.

또 탈원전으로 한국 원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원전수주에 차질을 빚은점도 고려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