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금융위 출신 인사 다수 포진
감사위원이 금감원 출신인 경우도···‘제 식구 감싸기’ 우려

신한금융·KB금융·하나금융지주 등 3대 금융지주(1월 출범한 우리금융지주 제외)의 사외이사 가운데 3명 중 1명 이상은 관료 출신인 것으로 조사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중 금융감독원 및 금융위원회 출신이 상당수를 차지해 낙하산 인사 및 피감기관에 대한 ‘제 식구 감싸기’ 우려가 제기된다.

9일 시사저널e가 코스피 시가총액 100위권에 포함되는 기업(우선주, ETF 및 공기업 제외) 가운데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3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23명 중 8명이 고위관료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3대 금융지주사 중 고위관료 출신이 가장 많이 포진한 곳은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였다. KB금융지주는 7명의 사외이사 중 3명이 금융감독원 및 금융위원회 출신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최명희(금융감독원 국제협력실장), 한종수(금융위원회 회계제도심의위원회 위원), 정구환(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장) 등 고위 관료 출신이 사외이사를 역임하고 있었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7명의 사외이사 중 3명의 사외이사가 금감원 및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 고위관료 출신으로 조사됐다. 하나금융지주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차은영(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 백태승(금융감독원 규제심사위원장), 김홍진(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 기획실장) 등 유력인사가 사외이사로 자리잡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금융지주사 중 고위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율이 22.22%, 9명 중 2명으로 3대 금융지주사 중 가장 적게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박철(한국은행 부총재)과 박병대(대법원 대법관)가 각각 경제부처와 법조계 출신이었다.

고위관료 출신의 사외이사 8명 중에서도 절반 이상인 5명이 금감원·금융위·재경부 등 금융기관 출신으로 포진돼 있어 ‘낙하산 인사’ 오명을 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감사위원을 겸하는 사외이사가 금융기관 고위관료 출신인 경우 피감기관의 위법 사항을 포착하더라도 ‘제 식구 감싸기’식 처분으로 끝내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적지 않다. 금융위 출신인 한종수 KB금융 사외이사는 지난 3월까지 KB금융에서 감사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백태승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 역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금감원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으며 2018년 3월부터 하나금융지주의 감사위원을 맡고 있다.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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