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文정권·좌파운동권이 故조양호 회장을 죽였다?” ☞ 과장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안건 부결 영향으로 건강 악화···국민연금 반대 입장
해외·국내 자문사와 공적연기금 판단도 ‘연임 반대’···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에도 국민연금 ‘반대표’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시나브로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시대다. 아무 검증 없이 유포되고 있는 ‘가짜뉴스’는 불특정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또한 포털·SNS 등이 제공하는 맞춤형 정보 알고리즘의 부작용인 ‘필터버블(Filter Bubble, 이용자가 특정 정보만을 편식하게 되는 현상)’로 인해 ‘진짜뉴스’가 ‘가짜뉴스’로 치부되는 사례도 상당하다. 시사저널e는 가짜뉴스로 인해 생기는 혼란을 줄이고, 뉴스 수용자들의 미디어 리터러시(literacy) 개선을 위해 ‘팩트탐정소’를 고정코너로 운영한다. [편집자주]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 회의장에 들어서고있다. /사진=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 회의장에 들어서고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권과 좌파운동권들이 故조양호 회장을 죽였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죽음과 관련해 “(조 회장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갑자기 돌아가셨겠냐? 사실상 문재인 정권과 계급혁명에 빠진 좌파운동권들이 죽인 거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항공을 세계적으로 성장시킨 실적도 무시하고 주주행동 근본주의에 빠져 조 회장을 대표이사에서 몰아낸 좌파 시민단체들, 계급투쟁론에 매몰되어 어떤 게 진정 노동자를 위한 것인지 망각한 채 경영권박탈에 매몰된 민노총”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SNS의 다른 글에서도 “무조건 자기 맘에 안 드는 사람은 마녀로 몰아간 마녀재판에 버금가는 인민재판으로 한 기업가가 결국 죽음에 이르렀고, 한 기업가(아시아나)는 경영권을 놨다”며 “국내 항공산업이 정권에 의해 지배당하게 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대한항공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안건은 찬성 64.1%, 반대 35.9%로 참석 주주 3분의 2(66.6%)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부결됐다. 

이 안건이 부결된 데에는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11.56%)의 반대 입장이 영향이 컸다. 주주총회에 앞서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조 회장 사내이사 연임 안건과 관련해 조 회장이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인 만큼 ‘기업가치 훼손 혹은 주주권의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조 회장 가족들이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 ‘갑질 논란’ 등으로 입방아에 오르면서 주가에 악영향을 줬다는 게 국민연금의 판단이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의 판단 근거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국내 자문사 서스틴베스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이 ‘연임 반대 권고’ 입장을 밝히며 제시한 근거들이었다.

플로리다연금(SBA of Florida), 캐나다연금(CPPIB), BCI(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공사) 등 해외 공적 연기금 3곳의 경우에는 주주총회 전 조 회장 사내이사 연임 반대를 공시하기도 했다.

조 회장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주주들의 투표로 사내이사직이 박탈된 첫 그룹 총수가 되긴 했지만, 주주총회 전 여러 자문사들의 의견을 비춰봤을 때 ‘문재인 정권과 좌파운동권의 인민재판으로 인한 죽음’이라는 이 의원의 주장은 ‘지나친 과장’이라는 게 팩트탐정소의 판단이다.

조 회장은 폐질환 지병이 있었고, 지난해 말 폐질환 수술을 받은 후 약 1달 정도 입원‧퇴원, 이후 회복됐지만 주주총회 이후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사내이사 연임이 부결된 것이 건강에 악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는 것이다.

다만 국민연금은 조 회장 사내이사 연임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민연금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인 지난 2011년 3월, 2014년 3월 등에 이미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반대표가 조 회장을 죽음으로 몰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