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부터 경영 수업 받았지만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는 “경영 능력, 의구심 들어”
일각에선 과거 사건·사고 근거로 오너리스크 우려···전문가 “빠른 시일 내에 좋은 모습 보여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세상을 등지면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세상을 등지면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세상을 등지면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업계선 조원태 사장을 두고 상반된 반응이 나온다. 일각에선 부드러운 리더십을 꼽으며 무난한 경영을 예상하지만, 다른 쪽에선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점과 과거 사건을 근거로 ‘오너리스크’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9일 한진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조 회장의 운구까지는 최소 사흘에서 일주일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업계는 이 기간 동안 조 회장 최측근 사이에서 지분 배분 비율, 상속세 마련 방안 등이 논의되고 조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밑 작업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각종 사건 이후 경영 일선에서 떠나있는 상태다.

승계 1순위 후보로 꼽히는 조 사장에 대한 업계 평가는 극명히 엇갈린다. 조 회장을 대신해 경영 전면에 나서는 등 실질적인 영향력을 키웠다는 평이 있는 반면, 누나와 동생에 가려져 있을 뿐 각종 사건 사고가 많았고 경영능력 면에서도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원태 사장은 이미 대한항공 사장 직을 역임하며 경영에 나선 적 있고 내부에서도 조양호 회장보다 부드러운 면이 있어 소통이 잘 된다는 평이 있다”며 “일각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지만, 실제론 조 회장과 같이 협상에 참여하는 등 경영 수업을 받아와 무난한 경영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도 관련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 2015년 6월 파리 에어쇼 행사에서 열린 항공기 도입 계약 체결식에 같이 참석한 조 사장을 두고 “지금 훈련을 시키는 것”이라며 “협상을 하면서 배우는 게 많을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경영 수업을 암시한 바 있다.

반면 경영 능력 면에서 뚜렷한 성과가 없음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지난달 대한항공 주총 이후 경제개혁연대는 “조원태 사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며 “검증된 후보군 중 적임자를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조 사장의 경영 능력에 의구심을 피력했다. 2015년 경제개혁연구소가 한 차례 진행한 ‘재벌총수일가의 경영권세습과 전문가인식도 분석’에서 조 사장은 경영 능력 부문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일각에선 조 사장의 과거 사건·사고를 근거로 오너리스크를 우려한다.

조 사장은 2012년 인하대 운영에 불만을 갖고 시위를 벌이던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거친 말을 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조 사장은 인하대, 인하공전, 항공대를 운영하는 정석인하학원의 이사였다. 이후 인하대 교수회는 조 사장의 이사직 박탈을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지금 평가를 한 쪽으로 속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아직까진 조원태 사장이 무언가를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았다. 앞으로 개최될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등이 본격적인 시험 무대”라면서도 “빠른 시일 내에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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