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일가 상속세 재원 마련 쉽지 않아···배당확대 등 거론
KCGI 공세 강화될 듯···지난 주총서 우호 주주 확보에 한계 보인 점은 과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하면서 한진칼 2대 주주인 KCGI(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의 행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고(故) 조 회장의 상속세 이슈 발생으로 KCGI가 힘겨루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조 회장의 2세들이 안정적으로 한진칼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선 조 회장의 지분 이용과 함께 배당을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분석하는데, 이는 되려 KCGI의 지분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KCGI는 이미 한진칼 지분을 지속해서 늘리면서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다. KCGI는 계속해서 한진칼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지적하면서 내년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한진칼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 건으로 한진칼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앞으로 KCGI가 계획대로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선 우호적인 주주 확보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지난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우호 주주 확보에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 한진가(家)에 닥친 상속세 이슈, KCGI에는 긍정적

조 회장이 지난 8일 새벽 별세하면서 한진그룹 일가의 상속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의 보유 지분가치(상장과 비상장 포함)는 약 3540억원으로 상속세율 50%를 고려하면 상속세는 약 177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여기에 조 회장이 보유한 부동산과 기타 자산까지 합하면 상속세 규모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조 회장 일가가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한진칼의 지분을 온전히 상속받기 위해서는 배당 확대 등 방법이 점쳐진다. 조 회장 일가가 동원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 규모는 밝혀지진 않았지만, 상속세 규모를 살펴봤을 때 가진 현금으로만 상속세를 충당하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조 회장 일가가 한진칼 외의 다른 계열사 지분을 모두 팔더라도 1770억원을 마련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전날 낸 보고서에서 한진그룹 일가의 상속세 마련과 관련해 “가족들이 상속 자금을 마련할 방법은 크게 주식담보대출과 배당”이라며 “조 회장 일가가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경우 평가액인 1217억원의 50%인 609억원 수준에 그치는데 나머지는 배당을 확대시켜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 회장 일가의 상속세 재원 마련 자체는 해결 가능한 문제로 점쳐진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한진칼에 대한 KCGI의 영향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진칼과 한진 등 계열사에서 배당을 큰 폭으로 증액할 경우 한진칼과 한진의 지분을 갖고 있는 KCGI 역시 배당 수익이 증대하게 된다”며 “이 배당금을 이용해 기존 차입금을 갚을 수도 있지만 한진칼 지분을 더 늘릴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조 회장 일가가 배당하지 않고 주식 담보대출이나 계열사 보유 지분 매각만으로 상속세를 낸다고 하더라도 향후 경영권 안정을 위한 지분 확보 싸움에서 지분 매입 여력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는 상속세 마련을 위해 한진칼의 지분을 파는 것이다”며 “여러모로 KCGI에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KCGI 공세 더 거세질 듯···우호 주주 확보가 관건

이러한 상황에서 한진칼에 대한 KCGI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CGI는 이미 지난 4일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지분 46만9014주를 추가 확보했다. 이로써 KCGI의 한진칼 지분율은 기존 12.68%에서 13.47%로 늘었다. 이는 한진칼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실제 앞서 KCGI는 단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진칼의 가치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KCGI는 계속해서 한진칼에 한진칼에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면서 내년 조원태 한진칼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 건으로 한진칼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사장은 조 회장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는데 조 사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로 끝이 나는 상황이다. KCGI로선 조 사장의 연임을 막을 경우 한진칼에 큰 입김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KCGI가 유리해진 상황을 계속 이끌어나가기 위해선 우호적인 주주 확보와 여론 형성이 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KCGI는 지난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해 동료 연기금, 기관 및 소액주주들이 노력해 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호소했지만 한진칼이 올린 의안 모두가 통과되면서 한계를 드러냈다. 한진칼 계열사인 한진 주주총회에서도 KCGI의 영향력은 판을 뒤집기에는 부족했다.

이밖에 KCGI가 한진칼 지분을 15% 넘게 사들일 지도 관전 포인트다. 15%를 넘을 경우 공정위로부터 경쟁제한성 관련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는 한진칼에 대한 본격적인 지분 매수 신호로도 읽히는 까닭이다. 현재까지는 KCGI가 주요주주로 경영 감시 및 견제 역할에 나서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한진그룹 일가의 상속세 문제와 후계 구도 상황에 따라 경영권 장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하면서 상속세 이슈가 불거진 가운데 한진칼 2대 주주인 KCGI(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의 행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 CI=각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하면서 상속세 이슈가 불거진 가운데 한진칼 2대 주주인 KCGI(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의 행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 CI=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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