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4월부터 일반음식점에서 버드와이저 500㎖ 판매···가격은 클라우드 급, 카스·하이트·테라보다 비쌀 듯

오른쪽부터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오른쪽부터 버드와이저, 테라, 클라우드, 카스, 피츠.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내 맥주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국내 맥주 1위 카스를 판매하는 오비맥주는 버드와이저를 500㎖로 제작해 일반 음식점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카스를 경쟁상대로 삼은 하이트진로의 새 맥주 테라(TERRA)에 대한 견제로 읽힌다. 아울러 오비맥주가 카스 가격도 올리고나서, 카스·하이트·테라·버드와이저·클라우드·피츠의 경쟁 양상이 더욱 복잡해졌다. 이에 오비맥주의 새 용병 버드와이저가 테라와 하이트를 누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비맥주는 버드와이저 500㎖ 병맥주 신제품을 지난달 26일부터 자사 광주공장에서 처음 출하하기 시작했다. 버드와이저 500㎖ 제품은 국내서 처음 판매되는 제품으로, 최근 하이트진로가 9년 만에 출시하고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테라에 대한 대항마 격이다. 비록 광주공장에서 생산되긴 하지만, 수입맥주 브랜드가 카스·하이트 등 국산맥주 브랜드와 참이슬, 처음처럼 등 소주와 나란히 음식점 냉장고에 놓이게 되는 생경한 풍경이다. 지난달 말 풀리기 시작한 버드와이저는 아직 음식점에 많이 풀리지는 않았다. 4월 중순에서 말 경에야 눈에 자주 띄게 될 것으로 보인다. 

◇ 가격, 버드와이저=클라우드>카스>하이트·테라·피츠 순 될 듯

술을 고를 때 고려되는 것은 가격과 브랜드다. 우선 가격. 테라의 출고가는 카스와 하이트와 같았다. 하이트진로가 대놓고 기존 제품들과의 경쟁을 선포한 것이다. 테라가 첫 출시된 건 지난달 21일, 이후 오비맥주는 이달부터 카스 병맥주 500㎖ 출고가를 기존 1147원에서 4.9% 오른 1203원으로 올렸다. 1200원대로 올라선 카스는 프리미엄 맥주로 포지셔닝한 클라우드 500㎖ 출고가(1250원)과 차이가 50원대로 좁혀지게됐다. 한 때 이 두 브랜드의 출고가는 200원가량 차이가 났다. 

클라우드는 출시 이후부터 일반 음식점서 카스·하이트보다 500~1000원가량 비싸게 판매됐다. 카스가 클라우드 출고가를 따라잡게 됐으니, 소비자가도 이를 따라가게 될 것이다. 

버드와이저 500㎖의 경우, 출고가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수입맥주 브랜드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되더라도 가격 산정 방식이 국산맥주와 다르기 때문에 출고가가 일반적으로 오픈이 안 된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카스보다는 비쌀 것이라는 게 오비맥주 측 설명이다. 오비맥주는 "출고가가 카스보다 높아서 일반 음식점에서 클라우드와 비슷한 가격으로 판매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카스-버드와이저-클라우드'와 '하이트-테라-피츠' 간 500~1000원가량의 판매가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최종 맥주 판매 가격을 정하는 건 음식점 사장님이니 이 역시 점바점(매장바다 다르다)인 것은 당연하다. 

◇ 오비맥주 "아메리칸 라거 스타일 버드와이저, 통할 것"

브랜드면에서는 귀에도 눈에도 입에도 가장 익숙한 카스가 가장 우위에 선다. 버드와이저와 테라 중에서는 80년대부터 이름을 알린 버드와이저가 더 익숙하다. 동시에 버드와이저는 '수입맥주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과제가 될 수도 있다. 세계맥주집에서나 마시던 버드와이저를 일반음식점에서 소맥을 만들어 마시거나 캐주얼하게 마시기에는 아직 소비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오비맥주가 기존 맥주 대체상품으로 버드와이저를 일반 음식점에 풀겠다고는 했지만, 수입맥주 이미지 때문에 완벽히 국산맥주 브랜드를 대체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오비맥주 역시 이 한계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 다만 버드와이저가 수입맥주 중 가장 한국 정서에 맞는 라거 스타일이라는 데 자신감도 내비쳤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수입맥주를 일반 음식점에서 팔려는 시도가 이전에 없었던 건 아니다. 다만 삼겹살집이나 횟집 등 한국식당에 카스와 하이트로 포지셔닝할 브랜드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일반 식당에서는 라이트한 아메리칸 라거 스타일을 선호하는 데 반해, 수입맥주는 에일이나 올몰트 등 특성이 강하기 때문"이라면서 "다만 버드와이저의 맛은 카스, 하이트와 같은 전통적인 아메리칸 라거 스타일이다. 그런 면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드와이저가 삼겹살집에 팔리면서 버드와이저로 소맥을 만드는 특이한 광경을 곧 목격할 수도 있겠다.  오비맥주는 이를 '관전 포인트'로 여기고는 있지만 "맥주 맛으로 승부보겠다"는 자부심은 견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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