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2014~2018년까지 지난 5년간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 2%대 구간 머물러
폴크스바겐, 다임러, GM, 혼다 등은 5% 비중 유지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96조8126억원을 벌어들여 그중 2조7423억원을 기술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R&D 투자 비율은 2.8%로, 100원을 벌었다면 2.8원은 R&D에 쓴 셈이다. 반면,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선두를 달리는 폴크스바겐그룹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5.78%에 달한다. 2358억4900만유로(301조2923억원)의 매출액 중 136억40000만유로(17조4251억원)을 R&D에 지출했다. 세계 1위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은 현대차와 비교해 2배이상 R&D 투자에 비중을 둔 셈이다.

폴크스바겐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비교해도 현대차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낮은 편이다. 미국의 글로벌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매출액 1470억4900만달러(166조8270억원) 중 78억달러(8조8514억원)을 R&D를 위해 썼다. 매출액 대비로는 5.3%의 비율이다. 다임러 또한 지난해 5.4%의 R&D 투자 비율을 기록했고, 일본의 완성차 업체 혼다도 5.0%의 비중을 보였다.

토요타는 폴크스바겐과 GM보다는 R&D 지출 비중이 낮았지만 현대차보다는 높았다. 토요타는 29조엔(29 7조6560억원)의 매출액 중 R&D에 1조800억엔(11조851억원)을 지출했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은 3.7%로 현대차의 2.8%보다 0.9% 포인트 높다.

현대차의 상대적으로 낮은 R&D 투자 비중은 단지 지난 한 해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현대차의 R&D 투자 비율은 2015년 2.5%에서 2016년 2.17%로 한 차례 내려 앉은 뒤 2017년 2.6%, 2018년 2.8%로 증가 추세에 있지만 그 비중이 2%대 구간에 묶여 있다. 폴크스바겐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7%~6.5% 사이의 높은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폴크스바겐이 2015년 말 디젤게이트가 터진 이후에도 꾸준히 R&D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눈여겨볼 만한 점이다. GM도 2016~2018년까지 3년 간 4.7%, 5.0%, 5.3%의 R&D 투자 비율을 유지했으며, 다임러와 혼다도 5%대의 높은 비중을 뒀다.

현대차는 절대적인 R&D 투자 규모만 놓고 보면 기아차보다 크지만, 매출액 대비 비율로 따지면 오히려 비중이 작다. 기아차는 지난해 54조1698억원의 매출액에서 1조6649억원을 R&D에 사용했다. 매출액 대비 비율은 3.0%로 현대차보다 0.2% 포인트가 높다. 지난 3년간 추이도 마찬가지다. 기아차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1%, 3.0%, 3.0%의 R&D 투자 비율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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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이다인 디자이너

현대차와 기아차의 R&D 투자 비용을 더해 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R&D에 지출한 금액은 총 4조4072억원으로 매출액(150조9824억원) 대비 2.9% 수준이다.

현대차는 지난 2월 27일 향후 2023년까지 향후 5년간 45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중 R&D와 경상투자에는 30조6000억원을 배정했다. 연평균으로 따지면 6조1200억원으로 지난해 2조7423억원과 비교하면 약 3조4000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 현대차가 올린 매출액 대비 비율은 6.3%에 달한다. 이는 폴크스바겐과 GM을 단 번에 뛰어넘는 수준이다.

다만, 현대차는 영업이익 만으로는 향후 5년 간 대대적인 투자를 충당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동안 곳간에 쌓아뒀던 현금을 빼내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내년에 R&D에 들어갈 비용 6조1200억원은 지난해 영업이익 2조4222억원을 3배나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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