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보고서 채택 못한 박영선·김연철 장관 임명
공수처·검경수사권 등 개혁과제 계획 염두···정치적 부담에도 강수
野 “文대통령 ‘독선’, 대국민 사과해야”···임시국회 의사일정 합의조차 ‘삐걱’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신임 장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성혁 해수부, 김연철 통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 문 대통령, 진영 해양수산, 박양우 문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신임 장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성혁 해수부, 김연철 통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 문 대통령, 진영 해양수산, 박양우 문체부 장관.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박영선(중소벤처기업부)‧김연철(통일부)‧진영(행정안전부)‧박양우(문화체육관광부)‧문성혁(해양수산부) 등을 ‘2기 내각’ 신임 장관으로 임명했다. 야당이 ‘임명 강행=국정포기 선언’이라며 압박하고 나섰던 박영선‧김연철 장관도 임명되면서, 이날 시작된 4월 임시국회에서 경색국면(梗塞局面)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문재인 정부 중기(中期)를 이끌어갈 장관으로 취임하게 된 것을 축하드린다”며 5명의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어 그는 “아주 험난한 인사청문회 과정을 겪은 만큼 이를 통해 행정·정책 능력을 잘 보여달라”고 덧붙였다.

특히 문 대통령은 야당의 반발로 박영선‧김연철 장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것을 인식한 듯 임명배경과 역할 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박영선 장관에게 “평소 의정 활동으로 대·중소기업 간 상생 관련 활동을 많이 했고, 관련 입법을 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중소기업, 또 그 속에도 제조 중소기업뿐 아니라 소상공인·자영업자, 벤처 등 모두가 살아나는 게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각별하게 성과를 보여달라”고 말했다.

이에 박 장관은 “매우 엄중한 시기에 중책을 맡겨주셔서 어깨가 매우 무겁다”며 “새로운 경제주체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강한 중기부’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김연철 장관에 대해서도 “평생 남북관계와 통일정책을 연구해 오셨고, 과거 남북협정에 참여한 경험도 있어 적임자라 생각했다”면서, “남북관계가 북미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북미가 진전되면 남북이 더 탄력을 받는 선순환 관계에 있어 남북·북미 관계를 잘 조화시키며 균형있게 생각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 장관은 “대통령께서 강조하셨다시피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한미관계 등 3개의 양자 관계가 긍정적으로 선순환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국민이 일상의 삶에서 체감할 수 있는 평화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더욱 굳건하게 하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임명 강행’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되는 장관급 인사는 10명이 됐다. 앞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양승동 KBS 사장, 조명래 환경부 장관 등도 국회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했지만 임명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임명 강행 카드’를 꺼내든 데에는 임기 중반기 국정운영 계획이 크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임명 강행을 하지 않을 경우 비판의 화살이 이들 장관들의 인사검증 책임자인 조국 민정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등을 향하게 되고, 결국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개혁과제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또한 야당이 정부 대부분의 인사에 ‘불가’ 입장을 밝히며 반발해왔기 때문에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분위기가 반영됐고, 앞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등에 대해 지난달 31일 각각 지명 철회, 자진사퇴 결정을 한 만큼 정치적 부담도 절감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국정 장악력을 확보해 개혁과제 등의 추진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지만, 국회의 사정은 더욱 어렵게 됐다. 야당이 이번 인사를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만큼 4월 임시국회가 재차 파행을 겪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대다수의 전망이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의 장관 임명 강행에 국민은 없었다. 오늘 인사 강행으로 남은 것은 문재인 정권의 탐욕뿐”이라며 “자질 부족, 명분 실종으로 점철된 대통령의 인사 전횡이 독선을 넘어 만행 수준으로 치닫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검증 미결 처리된 사람을 임명하는 대통령에게 청문회는 청와대의 인사 잔치를 위한 장신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문 대통령은 불통, 오만, 독선의 결정판인 인사 강행에 대해 총체적인 책임을 지고 즉각 대국민사과를 하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동에서는 의사일정에도 합의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탄력근로제, 최저임금, 공수처, 유치원3법, 카풀-택시 등 산적한 현안 처리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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