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한미정상회담·북한 최고인민회의 동시 진행···김정은 위원장 반응에 관심
남북미 외교 일정 앞두고 김 위원장, 경제행보 공개···최고인민회의서 경제 전략 발표할 가능성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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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3국은 오는 11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최고인민회의를 열고 ‘노딜(no-deal)’로 종료된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둘러싼 중대 이벤트를 이어간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이후 연일 ‘새로운 길’을 모색, 경제 개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 번째 경제 시찰 일정을 공개해 향후 북한이 내놓을 ‘메시지’에 관심이 모인다.

남·북·미 3국은 이번 주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이 될 북한 최고인민회의와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북한의 반응에 따라 북미 협상 재개 여부와 앞으로의 북미관계가 판가름 날 수 있어 한미정상회담과 최고인민회의 전후 북한이 내놓을 반응이 관전 포인트다.

미국은 최근 김 위원장을 향해 연일 대화재개 의지를 밝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 “나는 김정은과 아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언급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최고인민회의를 ‘중요한 날(big day)’라고 언급하며 “그가 말하는 것을 매우 면밀히 주시할 것이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위해 미국과 관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北, 한미정상회담·최고인민회의 앞두고 ‘김정은 경제 행보’ 공개

미국은 ‘포괄적 합의’를 전제로 북한과 대화재개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북한은 연일 이와 관련해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또 미국은 비핵화를 놓고 ‘일괄타결식 해법’을 고수하고 있지만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 접근 방식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김 위원장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미국을 향한 메시지를 내비칠 가능성이 크다. 오는 11일 열리는 북한 14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는 우리나라의 정기국회 격으로 김정은 2기 체제가 출범하는 날로 평가되며 북한의 권력구조 변화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이러한 가운데 김 위원장은 연이어 경제현장 시찰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일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최근 강원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평안남도 양덕온천관광지구를 5개월여 만에 다시 방문해 공사 상황을 점검했다. 이는 올해 두 번째 공개 경제 시찰 일정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의 원산갈마해안지구 방문 일정에 대해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는 건설장의 여러 곳을 돌아보시면서 공사실적과 시공 정형(상황)을 구체적으로 요해(이해)하시었다”고 전했다.

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겨울철 공사 상황에 대해 “모든 건물들의 골조 공사와 내외부 미장작업을 거의 끝내고 새로 추가된 신설대상들도 빠른 속도로 해제끼고 있을 뿐 아니라 원림녹화도 입체적으로 진행하여 건설장 전경이 몰라보게 일신된데 대하여 높이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건설 시공 일정을 6개월 연장하고 시공 수준도 최상으로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또 대북제재 상황을 염두에 둔 듯 공사 책임자들에게 반복시공과 인력 및 자재 낭비를 철저히 없애고 최대한 자재를 절약하면서도 현대적인 미가 살아나게 건설하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미 4월 주요 외교 일정 현황.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남북미 4월 주요 외교 일정 현황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하노이 회담’ 후 마주앉는 한미 정상, 북미 대화 재개 여부 관심

이러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갖는다. 한미 정상은 지난 2월28일 하노이 회담 이후 6주 만에 마주한다. 특히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개최되는 만큼 가장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전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놓고 북미 사이에서 중재·조율하는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북미 간 이견차가 여전하고, 당분간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돼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더라도 북미 간 비핵화 협상 판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은 일단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보며 침묵 전략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지만, 북한의 대내외적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강경한 태도를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북한이 경제행보를 보이는 것은 한미정상회담을 의식했다기 보다는 미국의 지원 없이도 경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내비친 것”이라며 “북미 대화 국면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안좋은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이번 회담과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를 지켜본 후 기존 톱다운 방식의 전략을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바꿀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최영일 정치평론가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됐음에도 북미 양국은 대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만 북한은 여전히 단계적 비핵화를 할 때마다 상응되는 대북제재를 완화시켜달라는 것인데, 미국은 일괄타결을 고수하고 있다”며 “북미 이견차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한미 간 조율 후 판문점에서 실무적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중재 역할을 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재원 정치평론가는 문 대통령이 이번에도 중재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고 언급하며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입장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북특사 등을 통해 북한에게 회담 결과를 전달할 것 같다”며 “일단 북한은 한미 간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보고 미국 측의 구체적인 입장을 확인한 후에 북한의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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