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사장 지주사 한진칼 지분 2.34%에 불과···선대 회장 타계 전 착실히 지분 늘렸던 구광모 LG 회장 상황과 달라
조 사장 상속세 모두 내고 지분 마련하는 정공법 택할 전망···천문학적 상속세 재원 마련에 고민할듯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미국 현지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대한항공이 밝힌 8일 오전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사옥에서 직원들이 평소처럼 근무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미국 현지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대한항공이 밝힌 8일 오전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사옥에서 직원들이 평소처럼 근무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짐이 더욱 무거워졌다. 향후 경영권 안정을 위해 상속 문제가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인데, 지난해 순탄하게 경영권을 물려받았던 구광모 LG회장의 경우와는 사정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 회장 별세와 관련해 일각에선 작년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별세 이후 그의 장자인 구광모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던 사례를 떠올린다. 허나 두 경우는 지분 상속 문제와 관련해 차이를 갖는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대한항공의 경우 착실히 지분을 넘겨오고 판토스를 통해 자금을 마련했던 LG와 상황이 다르다”며 “한진칼 지분 2% 남짓을 보유한 조원태 사장이 어떻게 지분을 확보할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LG는 구광모 회장 체제 구축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여왔다. 구본무 회장이 별세하기 직전 이사회를 열어 임시 주주총회에 당시 구광모 상무를 등기이사로 추천하는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구 회장의 건강 악화에 따라 긴박하게 사안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임시주총에서 구 상무를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키고,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구광모 체제를 확립했다.

당시 구 상무의 (주)LG 지분은 6.24%였다. 구본무 회장엔 미치지 못했지만 꾸준히 지분을 늘려와 적지 않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허나 대한항공의 지주사로 사실상 (주)LG와 비교할 수 있는 한진칼의 지분 구조를 보면 조원태 사장의 지분은 2.34%, 조현아·조현민 씨 역시 각각 2.31%, 2.3%에 불과하다. 세 사람 지분을 모두 합쳐봐야 6%대다. 그런데 한진칼 2대 주주인 KCGI(강성부펀드)의 지분은 12.8%다. 안정적 경영권 확보를 위해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조 사장이 상속을 받기 위해선 천문학적 상속세가 발생하지만, 시장에선 우회적 방법이 아닌 정공법을 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어떻게든 상속세를 모두 내고 정상적 방법으로 지분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문제다. 구광모 회장의 경우 판토스 지분을 매각한 자금을 비롯, 배당금 및 주식담보 대출 등을 활용해 상속세를 마련할 계획인데 워낙 천문학적 액수라 그 과정이 만만치 않다. 그나마 준비를 해왔던 구 회장도에게도 상속세를 마련하는 일은 녹녹치 않다.

한 재계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이 별세한 대한항공의 경우 가장 고민해야 할 문제 중 하나는 상속 문제일 것”이라며 “상속문제가 정리가 되지 않은 채 갑자기 조 회장이 별세하다보니 생긴 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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