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 KDI, 경제동향 4월호서 ‘우려’ 표해
소매판매액 증가율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부진
광공업·서비스산업생산, 증가폭 감소···“급락 판단은 아냐”

7일 KDI는 ‘KDI 경제동향’ 4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가 대내외 수요가 위축으로 경기 부진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이(KDI)이 한국 경기에 대한 경고음을 더욱 높였다. 이달 총평에서 ‘부진’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하면서다. KDI는 소비와 수출, 투자, 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와 관련해 우려를 나타냈다.

7일 KDI는 ‘KDI 경제동향’ 4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경기가 점차 부진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내부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도 주력 품목을 중심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KDI는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경기가 개선 추세라고 진단했지만 11월 이후 ‘둔화’라는 단어를 꺼내 들며 개선 추세가 종료됐다고 판단했다. 이후 5개월 동안 둔화 판단을 이어갔지만 이달 ‘부진’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 KDI의 경기인식이 어두워진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2.0% 감소했다. 설 명절 이동 효과를 배제한 1∼2월 평균으로는 1.1%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인 4.3%와 작년 4분기 3.0%보다 부진한 수치다.

KDI는 이와 관련해 “소매판매액은 설 명절 이동의 영향으로 비교적 큰 폭으로 감소했고, 1∼2월 평균으로도 증가 폭이 축소되면서 민간소비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설비투자 감소세가 심화하는 가운데 건설투자 부진도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KDI는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고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경기 동향 지표’가 악화하는 점에도 우려감을 나타났다. 2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현재 경기상황 지표)는 전달보다 0.4p 하락해 11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도 0.3p 떨어지며 9개월째 내리막을 걸었다. 두 지표가 9개월 연속 동반 하락한 것은 관련 통계가 제공된 197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2월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가 모두 부진해 26.9% 감소했다. 이는 1월(-17.0%)보다 감소폭이 확대된 수치다. 같은 기간 건설기성(불변) 역시 건축과 토목 부문 부진이 지속하며 10.6% 감소했다. 건설수주(경상) 역시 26.6% 줄어들었다.

수출(금액 기준)은 지난달 8.2% 감소했다. 반도체, 석유류를 중심으로 대부분 품목에서 감소를 나타내며 부진이 지속하고 있다는 게 KDI 설명이다. 2월 수출물량지수(-3.3%)도 1월 증가(0.7%)에서 감소로 전환했다.

KDI는 생산 측면에서도 광공업생산의 부진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 광공업생산은 반도체(8.4→5%)와 자동차(8.1→2.6%) 등 주요 품목에서 증가 폭이 축소되면서 전월(-0.2%)보다 높은 감소폭(-2.7%)을 기록했다. 서비스업생산도 1~2월 평균으로 1.2% 증가에 그치며 지난해 12월 1.4% 증가에 비해 증가폭이 소폭 줄었다. 일반적으로 설 명절이 끼어있는 1~2월은 서비스업생산 지표가 상대적으로 좋은 시기다.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둔화보다 더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에서 부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면서 “다만 이는 전망이 아닌 현재 경기 상황에 대한 평가로 ‘급락’이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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