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 의존 경영 벗어나 안정적 수익원 마련해야

삼성전자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6조2000억원까지 떨어졌다. ‘어닝쇼크’다. 2016년 3분기 이후 최저 실적으로 말 그대로 ‘쇼크’ 수준의 성적이다. 연초까지만 해도 반도체 하락장세라고는 하지만 영업이익이 60% 이상 급감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2분기 14조원 영업이익을 기록한 후 7분기 연속 10조원 이상의 수익을 올려왔다.

실적 급락의 원인은 반도체였다.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13조6000억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지난 1분기 실적은 4조원대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 영업이익도 지난해 4분기 4조4000억원 수준에서 대폭 줄어 1분기에는 1조원대 에 그칠 전망이다. ‘메모리’에 기대어 성장해왔던 우리나라 올해 수출에도 이미 ‘적신호’가 켜졌다.

이번 실적 감소가 더 우려되는 것은 벗어난 줄 알았던 ‘천수답 경영’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이미 몇몇 증권사와 시장조사업체는 지난해 말부터 메모리 중장기 불황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임원진들은 실적발표 때마다 단골로 나오는 메모리 경기 하락 가능성 질문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시대에 판이 바뀌었다”며 “중장기로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이어왔다.

양사 언급은 과거 메모리 시장에서 당연시되던 ‘실리콘 사이클’의 의미가 변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실리콘 사이클이 이어지며 비 내리기를 기다리는 ‘천수답 경영’에서 벗어났다는 의미로도 해석됐다.

메모리 시장은 과거 2~3년 주기로 반복되는 실리콘 사이클에 따라 움직였다. 호황이 몇 년 이어졌다가 곧 다시 불경기가 닥쳤다. 단골 기사 제목도 ‘바닥 쳤다’였다. 동일한 상황이 주기를 두고 반복됐다.

이에 최지성 전 부회장부터 권오현 삼성종합기술원 회장까지 삼성전자 CEO들은 종종 ‘천수답 경영을 벗어나야 한다’고 언급했다. ‘비 오기만 기다리는 사업방식’에서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는 ‘초격차’ 사업 환경을 주문했다.

하지만 D램 시장에 가뭄이 들었고 지난 2월에는 2011년 최대폭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이 재현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직격탄을 맞았다. 2분기에도 크게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실적 부진이 연간으로 길게 이어질 것이란 예상까지 있다.

인텔 CPU 공급 지연 현상이 빚어낸 실적 하락이란 분석도 있다. 인텔 CPU 가뭄이 해갈되기를 기다리는 천수답 경영이다.

삼성전자가 초격차 전략을 유지하며 미세공정에서 앞서나가는 것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치산업만으로는 천수답 경영을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시장을 주도해나갈 수 있는, 중장기로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는 성장동력이 필요해 보이는 때이다. 우리나라 수출이 반도체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성장동력 육성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메모리 장치산업에 의존해 우리나라 경기를 걱정해야 하는 것이 ‘세계최초 5G’를 부르짖는 IT 강국 코리아의 민낯이라는 점에서도 시장 주도형 산업에 기업도, 국가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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