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스타트업들 어려움 해결 위해 회계·세무·홍보 전문가들 의기투합···"창업가들이 즐길 수 있는 네트워킹 파티 계획"

 

터바인 엔진은 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동차가 움직일 수 있도록 터보 날개를 회전시키는 게 터바인 엔진의 주요 업무다. 스타트업 컨설팅을 하는 ‘팀터바인’은 이 엔진의 이름을 빌렸다. 스타트업이라는 엔진을 움직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다는 의미다.

팀터바인은 회사도, 사단법인도 아니다. 전문가 30명이 모인 실무형 스타트업 컨설팅 팀으로, 세무사, 변리사, 회계사, 홍보마케팅, 투자(IR) 등 현직 전문가들이 창업가를 위해 뭉쳤다. 3D프린트, 제조업 등 기술 전문가도 팀터바인에 합류했다. 이정협 팀장은 대기업 홍보 경력을 살려 팀터바인 구성에 앞장섰다. 그는 스타트업 생태계, 그리고 창업가에게 관심이 많다. 창업가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도전했으면 좋겠다는 이 팀장을 지난 4일 서울 성수동 플레이스비브에서 만났다.

어떤 계기로 팀터바인을 만들게 됐나.

회사를 다니면서 주변에 취업 대신 창업을 하는 친구들을 많이 봤다. 보통 기획사, 개발자, 디자이너 3명이서 창업하더라. 초기 스타트업들은 기본적으로 구성이나 기획, 디자인 역량만 갖고 있다. 상대적으로 홍보마케팅, 회계 등이 약하다. 대기업들은 재무팀, 회계팀, 홍보팀 등 팀별로 전문가들이 모여있어 빠르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스타트업들에게 이런 실무형 멘토링을 전해주고 싶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전, 현직 전문가들을 모아 팀터바인을 결성했다. 대기업 내부에서 운영하는 팀이 아니고, (전문가들이) 각자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비영리 사단이다보니 <쓰다, 창업기>가 아니라 <쓰다, 사단기>가 더 맞을 것 같다.

팀터바인 설립 당시 가장 힘들었던 것이 있다면.

팀터바인은 구성원 전원이 팀장이다. 모두 스타트업의 ‘멘토’다. 멘토들을 모으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웠다. 문제는 도움을 받을 스타트업을 찾는 것이었다. 초기에 스타트업을 만나며 멘토링을 권하니 “왜요?”, “스타트업 지분을 바라시는 건가요?”같은 질문이 되돌아왔다. 전문가들이 선의로 멘토링을 한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은 많은 스타트업들에게 멘토링을 해주고 있다. 우리는 유니콘 기업(상장 전 기업가치 1조원)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목숨걸고 스타트업을 하고 있는 창업가들을 돕는 것이 우선이다. 창업가들을 보며 멘토들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받는다.

주로 어떤 분야 스타트업들을 멘토링하고 있나.

지금까지 팀터바인 멘토링을 받은 스타트업은 50~60개 정도다. 최근 들어 팀터바인 도움을 받고 싶어하는 스타트업들이 많아졌다. 안타깝지만 팀터바인 전문가 인력이 한계가 있고, 모두 본업 외에 봉사활동으로 멘토링을 하고 있다보니 도움 받을 스타트업들을 선택해야하는 상황이다. 우리는 의료 전문가가 없다. 바이오/메디컬 스타트업들에게 해줄 수 있는 멘토링이 얕을 수밖에 없지 않나. 내부 심사를 거쳐 최대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스타트업을 선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일반적인 소비자 관점에서 다가갈 수 있는 B2C(Business to Customet, 기업과 고객 간 거래) 스타트업을 선호한다. 그래야 멘토링 오진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이정협 팀터바인 팀장이 지난 4일 서울 성수동 플레이스비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 사진=권태현 영상PD
이정협 팀터바인 팀장이 지난 4일 서울 성수동 플레이스비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 사진=권태현 영상PD

액셀러레이터, 벤처캐피탈도 스타트업 멘토링을 제공한다. 스타트업 팀빌딩을 도와주는 기업들도 있다. 팀터바인의 차별점은.

기존 액셀러레이터들과 벤처캐피탈과 다르게 실무형 멘토링을 제공하는 것이 차별점이다. 투자사들이 멘토링을 전문적으로 해주진 않는다. 액셀러레이터들의 멘토링도 일반적으로 지식보다는 지혜를 전달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40년 경력을 가진 회계사, 35년 경력을 가진 변호사들이 전문 지식보다는 인생 공부를 시켜주는 경우가 많다. 우리 강점은 현직 전문가들의 실무형 멘토링이다. 기업으로 치면 가장 일을 많이 한다는 대리, 과장 나이대 전문가들이 모였다.멘토링의 깊이가 더 깊을 수밖에 없다.

창업가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무엇인가.

2011년 배달의민족과 쿠팡이 뜨기 시작했다. 스타트업 붐이 시작되는 시점이었다. 당시 기업 마케팅팀에 있었는데 “성공한 스타트업들은 어떻게 투자를 받지?”라느 생각이 들더라. 언론에서투자 유치 성공 같은 기사는 뜨지만 구체적인 투자 방법은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 심사역이 좋아하는 보고서 정도는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투자 프로세스, IR신청법, 라운드 투자 등 정보는 일반 창업가들이 알 수가 없다. 물어볼 곳도 없다. 팀터바인은 전체적인 투자 과정과 기업 지배구조 전략, 투자 세무전략 등을 함께 멘토링한다. 창업가의 만족도가 가장 높다.

벤처투자규모나 신규 스타트업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창업 생태계에서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급속도로 경제발전을 했다. 그 기반에 대학이 있다고 본다. 삼성, LG, 현대차 등 대기업들이 성장하면서 대학에서 뛰어난 인력을 데려왔다. 스타트업들의 가장 큰 장애물은 ‘사람과 돈’이다. 돈을 투자를 유치하든, 상품을 팔아서 벌면 된다. 사람 구하는 것이 더 어렵다. 대학이 최근 들어 창업 지원을 늘렸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취업률 광고하는 게 더 먼저다. 스타트업에 갈 수 있는, 창업할 수 있는 인력을 대학에서 길러내야 한다. 미대를 다닌다면 아트 스타트업, 바리스타학과를 나왔다면 커피 스타트업을 차릴 수 있다. 학과에서 기본적으로 창업 교육을 해준다면 많은 인재 풀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 대학 등 국가적인 차원에서 창업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사내벤처와 대학창업 중에서는 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다르면서도 같은 문제다. 사내벤처는 실무에 능한 전문가들이 모여 만들었기 때문에 실력이나 자금 면에서 우월하다. 그러나 혁신은 자유로움에서 나온다. 사내벤처는 기본적으로 (다니고 있는) 회사 산업과 가까운 사업 아이템을 기획한다. 반면 대학생들은 잃을게 없고 체력과 시간적인 여유가 많다. 페이스북도 대학생이 세운 회사다. 우선 젊은 창업가부터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팀터바인 계획은.

창업이라는 공통 주제로 모인 사람들이라 창업에 관심이 많다. 최근에 팀터바인에서 액셀러레이터 ‘비더시드’가 스핀오프됐다. 팀터바인의 멘토링 기능을 강화하고 투자 기능을 추가한 액셀러레이터다. 기존 액셀러레이터와 다르게 실무 멘토링에 집중했다. 이런 스핀오프 스타트업들을 계속해서 만들고 싶다. 또 얼마전에 대학창업네트워크 프리즘이 삼성동 구글캠퍼스에서 네트워킹을 하는데 굉장기 감명깊었다. 통제가 안될 정도로 네트워킹이 잘되더라. 팀터바인도 비더씨드, 프리즘과 활기찬 정기 네트워킹 모임을 개최할 예정이다.

개인적인 목표는.

남들은 하지 못하지만 당연히 해도 되는 권리가 있다. 예를 들면 회사 퇴근 시간이 6시인데도 직원들 대부분 6시에 퇴근하지 않는다. 시도를 못한다는 말이 더 맞다. 이런 문제를 바꾸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용기를 내서 앞장서야 한다. 세상을 바꾸길 기다리는 사람보다는 먼저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18개월 된 딸에게도 “아빠는 어려움에 봉착해도 먼저 흐름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였다고 말해주는 게 목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