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범죄 재범률 살인보다 10배가량 높아···‘몰카 공포증’ 증가에도 유통은 쉬워
현행법상 불법 아니어서 제재 없이 구매 가능···처벌 강화 및 경각심 높이는 대책 마련 시급 지적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몰래 카메라(몰카)를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가 점차 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불법 촬영물을 찍거나 유포해 얻은 범죄 수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는 법을 도입하는 등 몰카 범죄 관련 법안 마련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오픈마켓, 포털 사이트 등에서는 몰카가 무분별하게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실적으로 몰카 유통을 근절하기 어려운 실정 재범률이 높은 몰카 가해자들의 특성을 반영한 법제도 개선과 함께 처벌 강화 및 신고 활성화, 몰카 이용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확산할 수 있는 대책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가 최근 조사한 범죄 판례 분석 결과에 따르면, 몰카 범죄 재범률은 53.8%에 달한다. 이는 10명 중 5명이 똑같은 범죄를 다시 저지른 수치다. 몰카 범행을 5차례 이상 저지른 비율도 31.2%에 달했다. 또 최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4대 강력범죄 재범률은 살인 5.5%, 강도 19.7%, 절도 22.7%, 폭력 14.7% 등이었지만, 몰카 범죄 재범률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폭력의 3.66배였다. 또 살인보다는 10배가량 높았다.

문제는 이 같은 몰카 범죄 이후 ‘2차 가해’가 발생된다는 점이다.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나서는 행위, 피해자를 조롱하는 행위, 근거 없는 비난 행위 등이 2차 가해에 해당한다. 2차 가해의 대부분은 온라인에서 벌어지고 있다.

류혜진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팀장은 “온라인 공간에 한번 게시된 영상은 계속 남아있는데 대부분 사람들은 2차 피해 여부까지 생각을 못한다”며 “그들의 행위가 한 사람의 인격에 영구적인 피해를 입힌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몰카 공포증’은 늘지만 다양한 유통 경로 통해 구매 가능

몰카 범죄는 늘고 있지만 변형되거나 초소형 카메라는 다양한 유통 경로를 통해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몰카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판매 단속도 어렵다. 몰카를 일반 카메라와 구분해 규제하거나 따로 관리할 방법이 없을뿐더러 몰카를 일반적인 사무용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5일 서울 용산구 전자상가 몰래카메라 판매점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5일 서울 용산구 전자상가 몰래카메라 판매점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5일 기자가 찾은 서울 용산구 전자상가에는 어렵지 않게 초소형, 변형 카메라형으로 나오는 몰카를 찾아볼 수 있었다.

몰카 제품은 대부분 변형된 카메라로 라이터, 클립형, 자동차 키 모형 등이었고, 가격도 20만원대 후반에서 40만원 초반으로 다양했다. 해외 구매대행 직배송으로 전달되는 몰카 제품은 가로·세로 길이가 19mm·40mm로 손가락 두 마디 크기에 불과해 몰카 기능에 최적화된 상품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용산 전자상가 카메라 판매자 A씨는 “몰래카메라 범죄가 늘다보니까 구매하려는 분들에게 사용 의도를 물어보고 있지만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 분별하기는 사실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콘서트장에서 연예인을 몰래 찍거나 방송국에서 사용하기 위해 구매하는 분들도 많은데 다르게 사용하는 분들도 있어 판매하는 입장에서도 난처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사실 몰래카메라를 판매하는 데 특별한 규정도 없어서 판매할 때 매우 조심스럽다”며 “카메라렌즈가 어디에 있는지 한눈에 확인하기도 어려울 만큼 몰래카메라는 점점 작아지고 모형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5일 서울 용산구 전자상가에서 판매하는 몰래카메라(초소형카메라). / 사진=한다원 기자
5일 서울 용산구 전자상가에서 판매하는 몰래카메라(초소형카메라). / 사진=한다원 기자

◇정부, 몰카 범죄 근절 위해 노력에도 ‘2차 피해’는 여전

정부도 이른바 ‘몰카 범죄’를 근절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과잉 규제를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어 규제 논의가 무산되고 있다. 현행법상 변형카메라 제작·판매·유통은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몰카가 지속적으로 양산되고, 구매 역시 별다른 제재 없이 가능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앞서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초소형 카메라 판매자와 소지자 모두 관할 지방경찰청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부는 2017년 변형 카메라의 수입, 판매업 등록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이후 별다른 후속조치를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해 8월 변형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몰카를 구입할 때 신상정보 등을 등록하게 해 무분별한 유통을 막자는 취지인데,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가운데 5일 법무부는 “범죄 수익을 효율적으로 환수할 수 있는 중대 범죄로 디지털 성범죄 등을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 개정안이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된 법률에 따르면 불법촬영 음란물로 경제적 이익을 보는 웹하드 등을 막기 위해 아동·청소년을 이용한 음란물 제작과 배포행위, 카메라 이용 촬영 및 배포 행위가 범죄수익은닉법상 중대범죄로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법 규정이 미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몰래카메라 판매 자체를 막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소비자들이 당초 목적대로 사용하고 있는지와 범죄악용 여부 등을 파악해 2차 피해를 막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몰카는 특수 장치로 분리된다. 카메라는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기 떄문에 규제 적용이 어렵다”며 “몰카도 대부분 정부 특허를 받거나 제대로 된 심의 과정을 거친 후 판매되고 있어 특별한 조치를 내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한기 디지털성범죄아웃(DSO) 활동가는 “디지털성범죄 관련 법안 개정도 강화됐지만 다른 범죄에 비해 상대적으로 벌금, 형량이 모두 작다. 법적으로도 형벌이 강해져야 가해자들의 경각심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은 2차 피해로 이어졌을 경우 신고하는 방법이 까다롭고 심의로 이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입증 과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디지털성범죄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불법 촬영물, 영상 등 확인 시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신고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이 대안이다. 신고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은 행정 조치로 법률 개정도 필요없다. 이러한 제도는 특히 청소년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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