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선 정용익·권오상·정진이 모두 3급 이상···복지부는 손호준만 3급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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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3월 6일 국회에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당시 갓 출범한 박근혜 정부 위세와 진 후보자의 원만한 인품, 대인관계 등에 힘입어 그의 장관 임명은 문제 없는 것으로 관측됐었다. 상임위 앞 복도에서 취재하던 기자도 청문회보다는 복지부 차관 경쟁에 더 관심이 갔다. 실제 청문회 당일 아침 이영찬 당시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보건복지수석전문위원(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은 수행 직원들을 데리고 청문회장에 나타났다. 이 수석과 차관 경쟁자였던 전만복 복지부 기획조정실장(현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은 조용하게 청문회 지원작업을 총괄했다. 기자가 이날 하루 종일 관찰한 결과, 행정고시 27회 동기인 두 차관 경쟁자는 반가운 인사는커녕 형식적 인사도 없는 냉랭한 상태였다. 이에 민망한 기자가 오히려 점심시간 전 실장을 찾아가 말을 건넬 정도였다. 이후 진 후보자는 예정대로 장관에 취임했다. 예상대로 이 수석도 차관으로 임명됐다. 취임 후 진 장관은 “(다른 중앙부처는 모르겠지만) 복지부는 내가 이 수석을 차관으로 추천해 관철시켰다”고 밝혔다. 

이같은 에피소드는 행시에 합격해 공직에서 활동하는 관료들이 사무관 시절과는 달리 고위직으로 승진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경쟁이 치열한 지를 일부 보여주는 장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이 수석이 새누리당 파견 직전 해외에 3년간 파견 근무하는 등 복지부를 오래 떠나 있었던 점도 감안해야 한다.

현재 복지부에는 권덕철 차관이 행시 31회로, 고시 출신 중에서 가장 고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는 상대적으로 행시 출신 관료 숫자가 적은 편이다. 현직 기준으로는 행시 36회 양진영 의료기기안전국장이 가장 선배다.

복지부와 식약처의 행시 인력 분포를 보면 절묘하게 비교되는 기수가 43회로 분석된다. 식약처의 동기 3명 중 이미 2명은 국장급으로 승진했다. 나머지 1명은 부이사관(3급)으로 근무한다. 반면 복지부 행시 43회 8명 중 1명을 제외한 7명이 서기관이다. 

식약처 3명 관료와 일부 복지부 동기는 다른 정부중앙부처에서 전입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은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모두 능력도 탁월하다. 복지부 43회는 잇달아 장관비서관을 3명 배출했다. 1명을 제외하곤 모두 청와대 파견 경력이 있다.

우선 현재 국방대학교에 교육 파견 중인 정용익 국장은 지난해 7월 식품소비안전국장으로 승진하며 고위공무원단에 이름을 올렸다. 1967년생인 그는 고대 법학과 87학번이다. 두주불사형이다. 법학 박사이며, 부인은 변호사다.

그는 순탄치 않은 공무원 경력을 갖고 있다. 특허청 등 정부중앙부처 3곳을 떠돌다 식약처에 안착한 관료가 정 국장이다. 국회와 예산 업무를 총괄하는 요직인 기획재정담당관으로 활동했지만 2018년 2월 정기인사에서는 식생활영양안전정책과장으로 수평 이동에 그쳤다.

류영진 전 식약처장은 재임기간 중 20여명을 국장급으로 승진시켰다. 하지만 이중 행정직 출신은 정 국장과 후술할 권오상 국장 등 단 2명 뿐이다. 일각에서는 약사 출신인 류 처장이 부처 특성을 감안해 비행정직을 선호했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국장 승진자 중 식품직과 연구직 출신 비중이 다소 높았다. 

정 국장 후임으로 식품소비안전국장에 발령 받아 고위공무원으로 활동하는 권오상 국장은 당초 복지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행시 동기인 이선영 서기관(주 유럽연합대사관 근무)과 결혼한 그는 복지부를 떠나 국무조정실 등에서 활동하다 식약처로 자리를 옮겼다. 이 서기관이 제약업계와 연관이 깊은 보험약제과장을 역임, 권 국장은 제약업계에서 ‘이선영 과장 남편’으로 알려져 있다.

교육 파견을 마치고 지난 2월 식약처에 복귀한 후 현재 의료기기정책과장으로 근무하는 정진이 부이사관도 스토리는 남다른 인물이다. 대한민국에서 약사 출신으로 역대 두 번째 행시(43회)에 합격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정 과장은 전주 중앙여고와 서울대 약대(89학번)를 졸업했다. 

지난 2000년부터 행정자치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보통신부에서 사무관으로 근무한 후 2005년 10월 복지부로 옮겨 의료자원팀과 인구여성정책팀, 혁신인사팀, 아동청소년정책과에서 근무했다. 메디컬코리아 TF 팀장도 역임했다. 지난 2008년에는 복지부에서 식약청(현 식약처)으로 파견돼 의약품관리과장으로 일했다. 당시 식약청 의약품안전국 사상 첫 여성 과장 기록도 세웠다.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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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행시 43회 동기 8명 중 가장 먼저 부이사관을 단 손호준 의료자원정책과장 스토리도 정 과장 못지않다. 손 과장은 과 후배들에게 보고서 작성법을 전수시킬 만큼 탁월한 보고서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진영 복지부 장관을 보좌하며 비교적 짧은 200여일 동안만 손 과장은 장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진 장관 퇴임식에서 그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민망하게 할 정도로 ‘침통’ 그 자체였다. 장관비서관으로 일하기 전 홍보기획담당관에 이어 청와대 행정관, 생명윤리정책과장 등을 역임한 그지만 비서관에서 물러난 후 불운이 이어졌다.

한의약정책과장으로 근무하던 손 부이사관은 원격의료 태스크포스 책임자로 발령 받았다. 의료계가 반대하는 원격의료 업무는 열심히 일해도 빛이 나지 않는 보직이었다. 이어 1년간 외부 교육을 다녀온 후 이번에는 복지부 소속기관인 질병관리본부로 밀려났다.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후인 지난 2017년 4월에야 복지부 본부로 올라와 기획조정담당관을 맡으며 손 과장 불운은 끝났다. 이어 청와대 파견근무를 하며 지난해 9월 부이사관으로 승진했다.     

진 장관에 앞서 이명박 정부 후반기 복지부를 책임졌던 임채민 장관 시절 비서관으로 보좌했던 황의수 서기관도 행시 43회다. 서대전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그는 학창 시절 천재라는 이야기까지 들으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한의약산업과장과 약무정책과장, 홍보기획담당관, 공공의료과장, 생명윤리정책과장, 기획조정담당관 등을 거쳤다. 현재는 해외에서 파견 근무 중이다. 

진 장관에 이어 복지부에 부임했던 문형표 장관을 보좌한 김국일 건강정책과장 역시 손 과장, 황 서기관과 행시 동기다. 청소년위원회 출신 황 서기관과 마찬가지로 복지부 외부 출신인 김 과장도 복지부 전입 시절 일화가 있었다. 그의 전입을 앞두고 능력이 뛰어난 인재가 복지부로 온다는 소문이 있었다.  동기인 행시 43회는 물론 44회도 긴장했다고 한다.

고대 국문과 출신인 김 과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두 번 청와대에 파견됐다. 두 번째 파견에서는 노연홍 대통령비서실 고용복지수석비서관(현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을 보좌했다. 당시 경험과 장관비서관 경험을 묶어 그가 윗 사람 모시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김 과장, 황 서기관처럼 복지부 외부에서 전입한 행시 43회에는 차전경 서기관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출신으로 청와대를 거쳐 복지부에 전입했던 차 서기관은 지난해 7월 UN ESCAP으로 파견 근무를 떠났다.

앞서 언급한 장관비서관 3회 연속 발령 외에도 행시 43회는 복지부 요직인 기획조정담당관을 잇달아 맡고 있다. 손 부이사관에 이어 2017년 8월 황 서기관이 발령을 받았고, 지난해 9월에는 유주헌 서기관이 바통을 받아 현재 근무하고 있다.

이밖에도 고형우 의료보장관리과장과 김문식 사회보장총괄과장 등이 복지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하반기로 예상되는 부이사관 승진심사에서 동기들 간 경쟁도 치열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복수의 복지부 관계자는 “스토리와 능력, 실력을 두루 갖춘 인물들이 행시 43회에 적지 않게 포진해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향후 그들이 고공단에 들어가면 복지부는 더 많은 발전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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