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고지 전투서 부상입고 병가 후 복귀 안 해
法 “국립묘지 영광스러운 명예 훼손할 수 있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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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영 병적이 있는 국가유공자의 국립묘지 안장 신청을 거부한 처분은 적법하다라는 판결이 나왔다. 국가유공자더라도 국립묘지에 안장되기 위해서는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홍순욱 부장판사)는 국가유공자 A씨의 유족이 국립서울현충원장을 상대로 “국립묘지 안장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1951년 입대해 1954년 10월 무성화랑 무공훈장을 받고 1982년 숨졌다. 유족은 2017년 A씨를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해 줄 것을 신청했지만, 국립묘지안장대상심의위원회(심의위원회)는 A씨가 ‘국립묘지의 영예(영광스러운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심의·의결했다. 국립서울현충원장은 심의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안장거부처분을 내렸다.

유족은 “망인은 백마고지 전투에 참전한 군인으로 여러 발의 흉탄을 맞고 적군의 포로가 됐다가 탈출했다. 장기간 치료 중에 병가를 얻어 주거지에 갔다가 복귀가 늦어졌다. 망인은 무공훈장과 국가유공자 증서를 받았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의 병적확인결과에 주목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1952년 9월 백마고지 전투에서 파편상을 입었다. 또 같은 해 10월 입원치료 중 1953년 4월부터 5월까지 20일간 병가를 얻어 자가에 거주했다가 복귀하지 않았다.

A씨는 1954년 헌병에 체포됐고, 같은 해 4월 고등군법회의에서 ‘이등병으로 강등, 급료 일부 몰수, 징역 3월’의 형을 선고받았다. 징역형에 한해 집행이 정지됐다. A씨는 2017년 국가유공자 증서를 받았다.

재판부는 “희생과 공헌만으로 보면 안장 대상자의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더라도 범죄행위 등 다른 사유가 있어 그를 국립묘지에 안장하면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한다고 인정될 경우 안장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국립묘지 자체의 존엄을 유지하고 영예성을 보존하기 위해 심의위원회에 다양한 사유에 대한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면서 “영예성 훼손 여부에 대한 심의위원회의 결정이 현저히 객관성을 결여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심의 결과는 존중함이 옳다”라고 전제했다.

이어 “망인은 군 복무기간 중 병가가 끝난 후 헌병에게 체포당하기까지 복무에서 무단이탈했고, 망인이 이 탈영으로 징역 3개월의 형을 선고받은 점, 무공훈장을 수여받고 국가유공자로 예우를 받는 것은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참작할 하나의 사유일 뿐”이라며 “망인이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한다고 인정한 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이 사건 처분이 현저히 객관성을 결여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고 측 청구를 기각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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