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3분의 2이상 동의 받아야 사내이사 선임되는 특이한 정관 결정적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 막힌 것에 대해 시민단체들과 재계에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주주들의 손으로 오너일가를 경영에서 배제시킨 첫 사례라는 의미인데요. 사실상 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역할이 컸습니다. 그런데 왜 이 같은 주주권 행사가 대한항공에서만 가능했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은 듯 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대한항공은 상당히 특별한 케이스였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대한항공 주총과 관련한 특이한 정관이 조 회장 퇴진에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입니다. 대한항공 정관은 사내이사가 선임되려면 주총 참석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돼 있습니다. 과반 이상의 표만 얻으면 선임될 수 있게 하는 일반 기업들과 다른 것이죠. 조 회장은 저번 주총에서 64.1%의 찬성표를 받아 과반이상을 얻었지만,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는 특이한 정관에 결국 연임을 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재계에선 이 정관이 사실상 오너일가를 위해 마련된 것인데,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합니다.
또 하나는 대한항공 오너일가가 사실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는 것입니다. 재벌가의 사건사고는 하루 이틀 있던 일이 아니지만, 대한항공 오너일가처럼 온 가족이, 그것도 짧은 시간에 뉴스를 장식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자연스레 오너일가에 대한 여론은 싸늘해졌고 검찰 수사 등 사정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주주들도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된 측면이 있습니다.
즉, 조 회장의 퇴진은 이처럼 특이한 조건들이 어우러져 나온 이례적인 결과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다른 주총에서도 얼마나 영향을 발휘할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