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사기법 형사 입건 첫 사례···불법 키워드 자동 판별 기법 활용
6개월 만에 회원 5만6000여명 모집···퇴직자·주부·노인 등 주 타깃

무료 가상화폐 등을 미끼로 회원을 모집해 부당 이득을 챙긴 불법 다단계 업체 일당이 인공지능(AI) 수사관에 적발됐다.

서울시는 불법 다단계 방식으로 회원을 모집, 6개월 만에 5만6000여명의 회원을 유인해 212억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인터넷쇼핑몰 업체와 가상화폐업체 대표 등 10명을 AI 기술을 활용한 수사로 적발, 이중 주범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AI 수사기법으로 불법 의심 업체를 적발하고 형사 입건까지 한 첫 사례다.

온라인 콘텐츠에서 불법 다단계 홍보가 의심되는 게시물이나 이미지를 실시간 수집·저장해 자주 발견되는 패턴을 AI에 학습시켜 불법 키워드를 자동으로 판별하는 기법이 수사에 활용됐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지난해 시범운영 기간 동안 AI 수사관을 통해 불법 다단계 의심업체를 적발·내사하던 중 시민의 제보로 증거 자료를 확보했다. 이후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잠복, 계좌추적 등의 수사 끝에 전국적 조직망을 일망타진했다.

이들은 수사가 진행 중인 것을 눈치 채고 압수수색에 대비해 두 차례에 걸쳐 전산자료 증거를 감추는 시도를 했다. 전산실을 기존 사무실에서 50m 거리에 있는 가정집으로 옮겼다. 또 직원 차량 트렁크에 컴퓨터를 보관, 작업할 때만 잠깐 꺼내 사용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압수수색 당일엔 거짓 진술로 수사를 방해했다. 하지만 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잠복과 금융계좌 추적, 압수수색, 다가구 주택 복도·주차장의 CCTV 확인 등으로 은닉한 증거자료를 찾아냈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은 무료 가상화폐, 인터넷쇼핑몰 최저가 이용, 회원 추천 시 수당 지급 등을 내세워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서울지역 1만2058명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총 5만6201명의 회원을 모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대다수는 가상화폐 등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퇴직자, 주부, 노인 등이었다.

수사 관계자는 시사저널e와 통화에서 "피해자들의 가상화폐는 업체가 자체적으로 제작한 가상화폐로 가상화폐 거래소에도 등록돼 있지 않다"며 "업체 내부의 가상화폐 장부는 있지만 현금 가치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CCTV에 찍힌 증거 인멸 현장. / 사진=서울시
CCTV에 찍힌 증거 인멸 현장. / 사진=서울시

범행 수법 살펴보니···69단계 피라미드 회원도

이들이 운영한 인터넷쇼핑몰은 전국 200여개 센터를 두고 있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회원을 모집할 수 있었다. 쇼핑몰 회원가입비로 33만원을 납입하면 10년 간 저렴하게 숙박, 레저, 상조서비스 등의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고 유인했다.

특히 이들은 쇼핑몰 회원이 다른 회원을 데려올 경우 1인당 6만원씩 추천수당을 주는 다단계 방식으로 회원을 늘려나갔다. 최대 총 69단계의 피라미드 구조를 보인 회원도 있었다. 또 회원에게 가상화폐 600개를 무료로 지급하며 회원을 모집했다. 희망자에겐 코인 당 5원~100원에 추가 판매하기도 했다.

또 본인 밑에 하위회원 총 2명을 두면 6만원, 그 밑에 또 2명을 둬 총 4명이 되면 추가 6만원의 후원수당을 줬다. 센터에 등록한 회원 수에 따라 센터장은 21명 이상부터 1인당 2만원의 수당을 받았다.

쇼핑몰은 이런 방식으로 수당을 지급받으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회원들을 현혹해 3단계 이상의 다단계 조직을 구축해 나갔다.

하지만 이 업체는 코인 투자실패, 가족 직원 채용, 횡령 등 방만한 경영으로 쇼핑몰을 폐쇄하는 상황에 몰렸다. 회원들은 추가 회원을 모집하며 받기로 한 수당 93억 원을 받지 못했다. 또 서울시 수사가 시작되면서 코인 거래소도 폐쇄돼 일부 회원은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잃기도 했다.

또 자금 횡령을 위해 비밀 유지가 가능한 가족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회사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거나 횡령하기도 했다.

다단계 방식의 수당지급이 불법이라는 것을 변호사 자문을 통해 확인 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적으로 회원가입, 수당관리, 출금 등의 마케팅 전산시스템을 일본 소재 법인서버에 숨겨서 운영했다.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회원들에게 사전안내 없이 일방적으로 수당 지급 사이트를 폐쇄, 회원 200명에게 집단 고소까지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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