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업계, 금감원 근무 이력 사외이사 다수
산업계, 공정위·국세청·법조계 인사 선호

국내 주요 기업들의 사외이사 세명 가운데 한명은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 경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저널이코노미가 코스피 시가총액 100위 내에 포진한 기업(우선주, ETF 및 공기업 제외)들의 2018년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들의 사외이사 281명 가운데 정치인 및 고위 공직자 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은 99명(겸직시 중복 집계)으로 집계됐다. 검찰청이나 법원, 감사원 등 사법 당국과 관련한 경력자는 23명을 기록했고, 기획재정부와 조달청 등 정부 관련 경력자는 22명,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의 경력자는 14명, 국세청 관련 경력자는 9명이었다.

고위 공직자가 가장 많이 포진한 곳은 KT와 삼성카드로 각각 4명으로 집계됐다. KT에서는 지난 2018년말 기준으로 김종구(법무부 장관), 송도균(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이강철(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 김대유(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수석비서관) 등이 사외이사에 포함됐다. 전체 사외이사 8명 가운데 절반이 공직 경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송도균 사외이사는 지난 3월 29일 임기만료됐으나 유희열(과학기술부 차관) 사외이사가 포함됐다.

삼성카드에는 양성용(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사외이사와 박종문(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권오규(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 최규연(조달청 청장) 등이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가 교체된 KT와 달리 삼성카드는 박종문 사외이사가 2021년 3월까지, 양성용 사외이사와 권오규, 최규연 사외이사는 2020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다. 

표·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금융 업종에서는 삼성카드 뿐만 아니라 대다수 업체들에서 공직 경력을 갖춘 사외이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0위권 내에 포진한 금융, 증권, 보험, 카드 업체는 총 17곳이다. 이들 회사에 재직중인 사외이사 78명 가운데 고위 공직자 경력을 가진 사람은 31명에 달한다. 전체 사외이사 가운데 39.74%에 해당하는 수준이며 전체 평균인 35.23% 보다 약 4%p 가량 높다. 

금융 업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사외이사진을 자랑하는 곳은 NH투자증권이 꼽힌다. NH투자증권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정재(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 이장영(금융감독원 감독서비스총괄본부 부원장), 변찬우(대검찰청 강력부장) 등 화려한 인사들이 포진했다. NH투자증권의 사외이사 평균연봉은 9133만원이다. 

이정재, 이장영, 변찬우 등 3명의 사외이사는 지난 3월 임기만료로 모두 퇴임했다. 이후 NH투자증권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사외이사는 전홍렬 사외이사(금융감독원 부원장), 박철(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사외이사 등으로 여전한 위용을 갖추고 있다. 전홍렬 사외이사는 전임 사외이사였던 이정재 사외이사와 함께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사외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금융업종에서 고위공직자 경력을 가진 사외이사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은 금융감독원으로 나타났다. 총 7명의 사외이사가 금융감독원에서 일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기업은행에서는 이용근 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월까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미래에셋대우에는 박찬수(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사외이사가 하나금융지주에는 백태승(금융감독원 규제심사위원장) 사외이사가 올해 주주총회까지 이름을 올렸다.

금융 업종 이외의 업체 가운데 눈길을 끄는 곳은 현대차와 기아차, LG화학 등이다. 이들 업체는 모두 공정위와 국세청, 법조계 출신의 사외이사를 각각 한명씩 포진시켰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현대차는 이동규(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 이병국(서울지방국세청장), 최은수(대전고등법원장) 등을 사외이사 명단에 올려놓고 있다. 이들의 임기는 이동규, 이병국 사외이사가 2021년까지, 최은수 사외이사는 2020년까지다. 이병국 사외이사는 계룡건설 사외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기아차에서는 김덕중(국세청장), 한철수(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 이귀남(법무장관) 등이 사외이사 명단에 기록돼 있다. 이들은 각각 풍산과 고려아연, GS 사외이사도 겸직중이다. 기아차에서 김덕중 사외이사는 2020년까지, 이귀남, 한철수 사외이사는 2021년까지 임기가 남아 있다.  

LG화학도 지난해말 기준으로 안영호(공정위 상임위원), 정동민(서울서부지방검찰청지검장, 대전지검장), 김문수(국세청 차장) 등이 사외이사 명단에 포진하면서 공정위와 국세청, 법조계 출신 사외이사의 진용을 갖추고 있다. 이 가운데 안영호 사외이사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됐고 정동민, 김문수 사외이사의 임기는 각각 2020년과 2021년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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