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제한으로 5G 이용 한계···유통업계 “고객 수요 너무 없어”
고객모시기에 이통 3사 눈치 싸움만 치열·
KT가 불붙인 무제한 요금제 경쟁에 SKT·LG U+ 막판까지 '수싸움'
시민단체 “5만원대 눈가리고 아웅 저가 요금제···서민 통신비 오를 것”

이동통신 3사 5G 요금제 비교.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이동통신 3사 5G 요금제 비교.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이동통신사들이 이례적으로 5세대(5G) 상용화 전부터 상용화 직후까지 요금제를 고심하고 수정하는 등 이전 네트워크 세대교체 때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는 이통사 담합 행위는 줄었지만 스마트폰 시장은 아직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못했고 요금제와 단말기마저 고가 중심이어서 소비자 눈높이와 괴리는 크다고 입을 모았다. 시민단체는 이동통신 3사들이 저가 요금제라며 내놓은 5만5000원대 요금제는 눈속임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3일 밤 11시에 이통 3사에서 5G 상용화가 시작됐다. 그러나 LG유플러스는 5G 상용화 개시 9시간 뒤인 4일 오전 8시쯤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프로모션 등을 추가해 수정된 5G 요금제를 발표했다. 5G 요금제를 처음 선보인 지 일주일도 채 안돼서다.

이통사들이 네트워크 서비스가 성숙한 뒤에 요금제로 경쟁하는 일은 잦았다. 그러나 새로운 네트워크 서비스가 상용화되기 전부터 직후까지 이렇게 요금제로 고심하거나 눈치 보는 일은 드문 일이다.

지난달 29일 LG유플러스는 이통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5G 요금제를 공개했다. 월 5만5000원(이하 VAT포함)에 9GB(소진 후 1Mbps 속도제한)를 제공하는 ‘5G 라이트’, ▲월 7만5000원에 150GB(소진 후 5Mbps 속도제한)를 서비스하는 ‘5G 스탠다드’, ▲월 9만5000원에 250GB(소진 후 7Mbps 속도제한)를 쓸 수 있는 ‘5G 프리미엄’ 등 3가지 요금제를 선보였다.

하지만 수정된 요금제에서 ▲월 8만5000원에 데이터 200GB인 ‘5G 스페셜’을 새롭게 추가하고, ▲월 9만5000원에 데이터 250GB인 ‘5G 프리미엄’ 요금제를 업그레이드 했다. 이는 KT와 SK텔레콤의 5G 요금제 발표로 인한 영향이 컸다.

KT에서 완전 무제한 요금제 3종을 발표하고 덩달아 SK텔레콤도 한시적으로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 2가지를 발표하면서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도 대세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LG유플러스는 이 두 요금제를 오는 6월 말까지 가입할 경우 연말까지 데이터를 속도 제한 없이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또 주요 60개국에서 로밍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속도 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로밍 요금제’를 반값에 서비스한다.

또 두 요금제에는 ‘LTE 요금 그대로’ 프로모션이 제공돼 6월 말까지 가입하는 고객들은 선택약정 25% 요금할인 외에 추가할인 적용을 받아 24개월 동안 각각 월 5만8500원, 6만6000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지난 3일 SK텔레콤도 프로모션을 급히 추가해 5G 요금제를 공개했다. ‘5GX프라임’과 ‘5GX플래티넘’의 경우 프로모션을 통해 오는 6월 말까지 가입하면 각각 월 8만9000원, 12만5000원에 한도 없는 무제한 데이터를 연말까지 한시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 역시 전날 발표한 KT의 완전 무제한 요금제 영향이 컸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통사 담합이 있었으면 이렇게 우왕좌왕하지 않았을 텐데 이번에는 담함 행위가 덜한 것 같다”며 “그러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나 설문조사를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유통 일선에서는 5G에 대한 수요나 관심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 예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5G 단말기 판매에 대한 불확실성이 짙었다. 이 관계자는 “고객에게 어떻게 팔아야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며 “낮은 요금제의 경우 프로야구만 초고화질로 봐도 데이터 소모량이 높은데 그런 것들을 감내하고 고가 요금제를 쓸 수 있는 분들이 많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우려했다.

부익부빈익빈 요금제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온 국민이 5G를 쓸 수 있는 격변의 시대가 올 것처럼 홍보했지만 이통사들은 2만원~4만원대 요금제를 내놓지 않았다. 가장 저렴한 요금제가 5만5000원인데 데이터 제공량이 8GB밖에 되지 않아서 제대로 5G를 쓸 수 없는 요금제”라고 지적했다.

안 소장은 결국 통신비를 올리려는 속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소수만 고가 요금제를 사용해서 5G를 누릴 수 있고 나머지에게는 엄청난 부담을 주는 요금제로 설계됐다. 결국 이용자들이 답답해서 요금제를 올리게 만드는 것”이라며 “KT의 무제한 요금제로 타사가 변화를 주긴 했지만 아직 역부족”이라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5G 요금제로 LTE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는 이용자들도 있다. 5G 저가 요금제를 보면 LTE 대비 데이터 제공량이 많거나 더 저렴하다. LTE로 사용 시 5만5000원에 데이터 제공량 8~9GB는 매력적인 요금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LTE 단말기로는 5G 요금제에 가입할 수 없다. 5G 단말기여야 5G 요금제 가입이 가능하다. 이통 3사는 아직 LTE 요금제 인하 계획에 대해서는 발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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