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 및 인수금융 확대에 신용리스크 증가
“레버리지 투자 확대 지속할 듯···리스크 관리 역량 중요해져”

자료=한국신용평가.
자료=한국신용평가.

증권사들이 다양한 수익원 창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리스크 확대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높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부동산 및 인수금융 관련 신용 리스크가 증권사들의 재무 건전성을 위협할 요인으로 분석된다. 초대형투자은행(IB) 본격화에 자본 레버리지를 통한 투자 확대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리스크 관리가 향후 중요한 역량이 될 전망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최근 몇 년간 대체투자와 IB 부문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처로 꼽혔던 주식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이익이 과다한 경쟁 탓에 줄어들면서 체질 개선이 필요했던 까닭이었다. 더불어 정부가 초대형IB 육성을 명목으로 규제를 풀고 증권사의 행동 범위를 넓혀준 점도 이같은 모습의 배경이 됐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리스크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신용평가가 최근 발표한 ‘리스크 확대 속 증권사 대응능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주요 증권사 26곳의 총위험액(자산의 가격변동, 거래상대방의 채무불이행 가능성 등을 계량화한 것)은 16조8000억원으로 2013년 말 5조4000억원에서 3배 넘게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총위험액이 전년 대비 37%(4조6000억원) 증가하는 등 다른 해에 비해 두드러진 모습이었다. 

이 중에서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우발부채(채무보증) 위험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증권사(국내 44곳)의 총 우발부채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33조 8670억 규모로 2012년 10조원대에서 급증했다고 밝혔다. 1년 전 26조3446억원과 비교하면 28.6%나 늘어난 수준이다. 증권사들이 부동산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선 영향이었다.

인수금융 관련 신용 리스크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초대형IB를 추진하면서 자본이 확충됐고 이를 바탕으로 인수금융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조단위 총액인수도 활발하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출채권 규모가 증가했고 피인수 기업의 신용등급 하락 등에 따른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대출채권의 경우 지난해 말 15조원 규모인데 2013년말 3조5000억원 수준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 대출 채권에서 기업대출과 인수금융 비중은 각각 59%, 17%였다. 나머지는 부동산 관련 대출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부동산 경기 하락이나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이 발생했을 때는 증권사들의 높은 자본 대비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36%), NH투자증권(36%), 한국투자증권(35%), 메리츠종금증권(33%) 등 대부분 대형사의 자본 대비 예상손실액은 30%를 넘는다.

초대형IB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고 초대형IB에 진입하려는 증권사들이 다수 존재하는 만큼 향후 리스크 관리가 증권사들에 중요한 역량이 될 전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초대형IB 시장이 확대되고 자본 확충에 나서는 증권사들이 많아지면서 투자 확대에 따른 리스크 증대는 필연적이다”며 “결국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데 증권사들이 최근 리스크 관련 조직을 강화하고 인력을 충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실제 증권사들은 최근 리스크 관리 조직 강화에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글로벌 투자 확대에 따른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기존 리스크 관리부서와 준법 감시부서를 각각 부문으로 격상시켰다. 부동산 금융에 공을 들이는 대신증권은 최근 위험관리책임자(CRO)를 수혈했고 메리츠종금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들은 리스크조직에 특별전문직급성과급을 지급하면서 리스크 관리 역량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