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한미정상회담·북한 최고인민회의 개최···北, 한미정상회담 결과 주시할 듯
한미정상회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해결할 ‘분수령’···핵심은 북미 비핵화-상응조치 의견 조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 논의가 소강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남·북·미가 4월 한반도를 둘러싼 숨가쁜 외교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특히 오는 11일(이하 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지만, 북미는 여전히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놓고 이견차를 보이고 우리 정부의 적극 중재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남·북·미 3국의 신경전도 덩달아 치열해지고 있어 향후 한반도 정세에 관심이 모인다.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두고 사전조율 속도를 올리고 있다.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 1일 미국 측 카운터파트인 찰스 쿠퍼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만나 정상회담 의제를 협의했다. 정경두 국방장관도 같은 날 패트릭 새너핸 국방장관 대행과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갖고 한반도 안보정세 평가와 북미협상 견인을 위한 외교적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강경화 외교장관도 지난달 29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한미외교장관회담을 열고 포스트 하노이 국면 북한 동향 공유와 향후 북미협상 재개 방안 등을 논의했다. 강 장관과 함께 방미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별도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국 외교안보라인과 고위당국자들이 미국을 방문하는 데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답보상태를 이어가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를 해결하는 데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핵심은 북한 비핵화 해법을 두고 포괄적 접근을 통한 단계적 이행이라는 우리 정부의 중재안과 일괄타결식 빅딜을 내세우는 미국의 안의 조율 여부다. 미국은 지난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에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보다 한걸음 나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 내용을 담은 이른바 빅딜 문서를 공개한 상태다.
◇北,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남북경협에 소극적···남북관계도 교착국면 이어가
북한은 남북 간 교류협력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남북관계에서도 교착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언론매체를 통해 남북관계 신중론을 연이어 비판하며 남북협력 논의에 관망하고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비교적 문제없이 진행되던 ‘9·19 군사합의’ 이행도 차질을 빚고 있으며 이산가족 화상상봉도 아직 북측의 입장을 듣지 못한 상태다.
실제 남북은 지난 1일부터 강원도 철원 소재 비무장지대(DM Z) 지역인 화살머리고지에서 6·25전쟁 전사자 공동 유해발굴을 시범적으로 시작하기로 합의했지만 북한이 공동유해발굴단 구성을 남측에 통보하지 않고, 남측의 장성급 군사회담 제안에도 답신하지 않아 남측 단독으로 발굴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3일 “현재 유관기관과 협의 중”이라며 “(화상상봉 관련) 북측에 구체적인 제의를 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북한이 남북협력 논의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는 데는 지난 2차 북미정상회담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회담이 불발로 마무리되면서 북한 입장에서는 대외전략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고, 남북관계를 비롯한 이후 행보도 좀처럼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북한은 오는 11일로 예정된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와 이를 전후로 한 노동당 정치국 회의, 당 전원회의를 통해 포스트 하노이 정책방향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정상회담과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등 정치일정이 모두 다음주로 예정된 만큼 그 전까지 남북관계에 대한 언급을 자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북한이 이러한 행보를 보이는 데는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요구한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김용현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한미정상회담을 하나의 모멘텀으로 주시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남북관계에 대한 행동을 취하기보다는 일단 한미의 입장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우리 정부, 한미정상회담 전 북한 측 입장 재확인 필요
이러한 가운데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한미정상회담을 대비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남북 간 물밑접촉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미국을 설득할 타결안이 필요하고, 김 위원장도 문 대통령을 지렛대로 삼아 자신의 입장을 미국에 전달하기 위해서다.
우리 정부도 2차 북미정상회담의 노딜(No-deal) 이후 대북특사 파견 또는 판문점에서의 깜짝 남북정상회담 등 북미협상 재개를 위한 방안들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도 하노이 회담 이후 우리 정부에 공개적으로 북한을 설득할 것과 적극 중재역할을 요구한 만큼 한미정상회담 이전 대북특사 파견 또는 비공개 접촉 등에 대해 거부감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한미정상회담 전에 남북 간 접촉을 먼저 하면서 우리 정부가 미국과 북한 측의 입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현 시점에서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정부가 한미정상회담 전에 대북특사를 파견하거나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김 위원장의 비핵화 협상 의지를 먼저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차재원 정치평론가는 “지금 남북 간 물밑 접촉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만약 물밑 접촉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후 미국 측 입장을 북한에게 전달하면서 북미 간 대화 국면을 타개하는 데 노력하지 않을까”라면서 “북한 측도 나름의 숨고르기를 하는 듯 하다. 북한은 일단 한미 간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보며 미국 측의 입장을 파악하고 북한 측의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0일 워싱턴DC를 방문하고 하루 뒤인 11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마무리된 후 한미 정상이 첫 대면협의를 하는 만큼 교착상태를 이어가는 북미협상이 실마리를 찾는 계기가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