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기업 중 삼성전자서 유일한 반대표···송광수 이사, 액면분할 건 '반대'
한미사이언스·BGF리테일, 사외이사 1명···경영진 직무집행 감시 ‘사실상 불가능’

최근 국내 기업들에게 주어진 화두 중 하나는 재벌 총수를 중심으로 한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이다. 총수 중심의 강력한 의사결정은 한국경제 성장 요인 중 하나로 꼽히지만, 독단적 결정으로 인해 다수의 주주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받고 있다. 이 때문에 총수를 비롯해 일부 경영진의 직무 집행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들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는 상황이다. 

사외이사 제도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와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 독립적인 위치에서 지배주주를 비롯한 이사의 직무집행에 대한 감시하는 역할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1998년 2월 증권거래소의 ‘유가증권상장규정’이 개정되면서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도입후 2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사외이사 제도가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말하기 쉽지 않다.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사외이사 대다수는 여전히 찬성표만 행사하는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저널이코노미가 코스피 시가총액 100위 내에 포진한 기업(우선주, ETF 및 공기업 제외) 가운데 62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중요의결 사항에서 사외이사들이 찬성표를 던진 비율은 99.9%였다. 이들 기업들이 지난해 중요의결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한 이사회는 총 648회에 달한다. 

반대표는 삼성전자에서 나왔다. 지난해 1월 31일 개최된 이사회에서 송광수 사외이사는 액면분할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했다. 당시 송 사외이사는 액면분할의 기대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 송 사외이사는 지난달 20일 임기만료로 퇴임한 상태다. 

사외이사 규모 면에서도 기업별로 차이가 났다. 가장 많은 사외이사를 두고 있는 곳은 신한지주다. 신한지주의 사외이사는  총 9명에 달한다. 분석 대상 기업들의 평균치인 4.5명의 두배에 달하는 규모다. 그러나 신한지주 사외이사들은 중요의결 사항에서 단 한건의 반대표도 행사하지 않았다. 

사외이사가 두번째로 많은 곳은 KT와 한화케미칼로 각각 8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이어 포스코와 KB금융, 하나금융지주 등이 각각 7명으로 공동 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지난해 중요의결 사항을 다룬 이사회에서 반대표를 행사한 사외이사는 한명도 없다. 

반대로 사외이사 규모가 가장 적은 곳은 한미사이언스와 BGF리테일이었다. 한미사이언스와 BGF리테일은 모두 사외이사로 한명만을 올려놓고 있다. 사실상 일부 경영진의 직무 집행을 감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한미사이언스와 BGF리테일은 사외이사가 한명에 그치면서 사외이사보다 사내이사가 더 많은 상황이다. 한미사이언스는 사내이사로  3명, BGF리테일은 2명을 올려놓고 있다. 유한양행은 사외이사가 3명으로 이들 기업보다는 나은 상황이지만, 사내이사(6명) 규모에 비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표·이미지=김태길 디자이너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