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항공 규제 완화 이후 신규 항공사 난립···재무 상황 좋지 않던 대형 항공사는 ‘도산’
재무상황 흔들리는 아시아나, LCC 약진으로 경쟁 심화 전망···업계 순위 대변동 관측도

최근 국내 항공업계를 두고 40년 전 미국의 항공 규제 완화 이후의 상황과 유사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최근 국내 항공업계를 두고 40년 전 미국의 항공 규제 완화 이후의 상황과 유사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최근 국내 항공업계를 두고 40년 전 미국의 항공 규제 완화 이후의 상황과 유사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에서 2005년 이후 신규 항공사가 급격히 늘어나고 기존 대형 항공사는 재무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탓이다.

3일 금융권과 업계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의 자구계획안 제출 시기를 4월 중순으로 늦추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자산 매각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이 스스로 자리를 물러나며 시장 신뢰 회복을 노렸지만, 채권단은 추가 자산 매각 없이는 신뢰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수장이 직접 물러나겠다고 밝혔음에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다.

국내 대형 항공사가 재무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에어로K‧에어프레미아‧플라이강원 등 신규 저비용항공사(LCC) 3곳은 앞으로 1년 안에 AOC(안전면허)를 신청하고, 2년 내 취항할 계획이다. 국내 항공사가 11개로 늘어나면 경쟁 심화는 불가피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항공업계의 상황이 지난 1978년 미국 항공 규제 완화 때의 모습과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자칫하면 항공업계를 대표하던 회사가 무너지거나 업계에서의 위치가 바뀌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카터 행정부가 진행한 항공 규제 완화는 ‘정부가 항공 산업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1978년 법안이 통과됐고, 1980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됐다. 1983년엔 규제를 담당하던 민간항공위원회가 폐지됐다. 초기엔 경쟁이 치열해지며 서비스 개선 등 규제 완화로 인한 장점들이 부각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항공사 도산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신생 항공사들이 생겨나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도산하는 항공사들이 생겨났다. 압도적 위치에 있던 아메리칸항공 같은 대형 항공사는 건재했지만, 그 외의 재무 상황이 좋지 않던 대형 항공사는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한때 미국 항공업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들던 트랜스월드항공(TWA)과 이스턴항공, 팬암항공 등은 규제 완화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인수되거나 정부에 파산을 신청했다. 당시 국내에 관련 내용이 소개될 정도로 미국 대형 항공사들의 상황은 악화됐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게재된 1989년 4월 15일 <매일경제> 기사 ‘이스턴항공 살아남기 안간힘’을 보면 “도산위기를 맞고 있는 이스턴항공이 운항횟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종업원 수도 3만1천명에서 1만5천명으로 줄인다”는 내용이 있다.

또 1991년 12월 6일 <한겨레> 기사 ‘미국의 상징 팬암항공 폐업’에는 “팬암의 도산은 미국 항공 산업의 실태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며 “미드웨이항공, 이스턴항공이 도산했고 아메리카웨스트항공, 콘티넨틀항공, TWA도 파산 신청 예정”이라고 보도돼 있다.

규제 완화 이전부터 조금씩 적자에 시달리던 TWA는 1979년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1984년 기업을 공개 시장에 매각하는 등 다양한 자구책을 내놓았지만 1988년 이후부터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2001년 아메리칸 에어라인에 인수됐다.

허 교수는 2004년 한성항공(현 티웨이항공)을 시작으로 LCC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한국 항공업계의 상황이 40년 전 미국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3곳의 LCC가 추가로 신규면허발급을 받으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초과된 모습”이라며 “경영학적으로 바라보면 현 상황에서 재무적으로 어려운 항공사는 언제든 주인이 바뀔 수 있고, 업계 위치가 뒤바뀔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 발표된 아시아나항공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익은 약 282억원이다. 이는 상장 LCC인 제주항공 영업이익(약1000억원)보다 720억원 가량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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