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봐주기 수사’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공급책 이씨 입에서 추가 인물 더 나올지 관심

남양유업 외손녀 황하나씨(왼쪽)와 SK그룹 창업자 고(故) 최종건 회장 손자 최모씨. / 사진=연합뉴스, 황하나씨 인스타그램
남양유업 외손녀 황하나씨(왼쪽)와 SK그룹 창업자 고(故) 최종건 회장 손자 최모씨. / 사진=연합뉴스, 황하나씨 인스타그램

재벌가 3세들의 마약투여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져가는 가운데, SK·현대가(家) 사건과 여러 측면에서 비교되는 과거 남양유업 3세 사건 처리과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법조계에선 당시 처리 과정이 지금 재벌 3세 수사와 달랐던 이유로 ‘봐주기 수사’ 말고는 다른 이유를 꼽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SK그룹 창업주 고(故) 최종건 회장의 손자이자 고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의 아들 최아무개씨는 현재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인천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로부터 체포돼 수사를 받고 있다. 최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마약 공급책 이아무개씨로부터 수차례 걸쳐 마약을 공급받아 투여한 혐의를 받는다. 최씨는 SK D&D에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가 구매한 대마는 대마 성분을 농축해 액상으로 만든 카트리지 형태로, 흡연을 해도 냄새가 적어 주변 눈을 피해 자주 흡연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경찰 측 설명이다.

경찰은 또 이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 정주영 회장의 손자인 정아무개씨 역시 같은 마약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하고 불구속 입건했다. 정씨는 현재 해외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대마를 유통한 판매책과 대마를 공유한 부유층 자녀 등 관련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와 현대가 재벌3세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과거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씨의 과거 마약사건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황씨는 2015년 필로폰 0.5그램을 대학생 조씨에게 공급하고, 세 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해 준 혐의로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으나 2017년 풀려났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대학생 조씨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판결문에는 황씨가 조씨와 공모해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문구가 적시돼 있다.

심지어 황씨가 다뤘던 마약류는 필로폰으로 SK와 현대가 3세가 투여했던 대마보다도 더욱 강력한 처벌 대상이다. 똑같이 투여해도 대마에 대한 형량은 5년 이하의 징역이지만, 필로폰은 10년 이하 징역이다.

법조계에선 이 같은 현상은 경찰의 봐주기 수사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강신업 변호사는 “당시 황하나씨가 기소유예를 받았다면, 백번 양보해서 황씨만 처벌을 안 받는 일도 있을 수 있다”며 “허나 경찰에서 불기소했는데 재판부에서 공모사실을 인정했다는 것은 사실상 봐주기 수사를 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기소유예는 범죄혐의가 충분하나 가해자 전과 및 반성의 정도 등에 따라 말 그대로 기소를 유예하는 것을 말한다. 허나 황씨는 당시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혐의로 풀려났다. 심지어 경찰은 당시 소환조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SK 3세인 최씨에 대한 소환조사가 일사천리로 이뤄지고 있는 것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게다가 황씨는 그보다 전인 2011년 대마를 흡연해 수사를 받았다가 이미 기소유예를 받은 전력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범을 증거부족 등을 이유로 기소도 하지 않았는데, 판결문에선 공모했다고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황씨 수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명확한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내사에 착수했다.

한편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현재까지 알려진 인물 외 추가로 연루된 재계 인사들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재벌가 자제들에게 마약을 공급한 이씨는 지난 2일 밤 경찰에 자진 출석해 수사에 협조하겠단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정기관 인사는 “이미 본인이 어느 정도 혐의가 밝혀진 경우, 공범들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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