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정보공개 대상에 깜깜이 사용 문제 된 특활비·특경비 제외
시민단체 "가장 불투명히 쓰인 특활비와 특경비 공개 의지 없다는 것"
과거 정책연구용역비도 공개 안 해···"국회의원 추가 비리 밝힐 핵심자료"

지난 2월 25일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25일 오전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회동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25일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25일 오전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회동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회가 국회의원 지원경비 17개를 사전 정보공개하기로 했으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는 제외됐다. 깜깜이 사용으로 수차례 문제가 제기된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는 사전 정보공개 대상 확대 방안을 논의한 정보공개심의회에 안건이 상정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회는 입법 및 정책개발비가 지출된 정책연구용역보고서 및 정책자료집의 과거 내용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20대 현 국회의원 일부는 연구용역 발주 후 돈을 돌려받거나 표절 등 비리 혐의가 있어 시민단체에 의해 검찰 고발된 상황이다. 정책연구용역보고서 및 정책자료집 본문은 국회의원 추가 비리를 밝힐 핵심 자료다.

국회사무처는 국민의 알권리와 국회 감시를 위해 17개의 항목을 사전 정보공개 하기로 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국회의원 입법활동과 관련해 국회의원 수당(일반수당, 관리업무수당, 정액급식비, 정근수당, 명절휴가비,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가족수당 및 자녀학비보조수당), 의원실 의정활동 지원경비(사무실 운영비, 공공요금, 차량유지비, 공무수행출장비, 입법 및 정책개발비, 정책자료 발송비, 보좌직원 매식비, 입법활동지원 정책현안 현지출장비, 정책자료 발간 및 홍보물 유인비, 업무용 택시비 등), 국회의원 해외출장 결과보고서, 국회의원 연구단체 예산집행 내역, 우수 국회의원 및 연구단체 선정내역, 본회의 및 위원회 출결현황 등을 공개한다.

국회 조직 및 운영 부분에서는 국회인력 통계, 국회관계법규, 국회 소관 법인 등록 및 예산 내역, 국회의장 자문기구 현황, 정보공개심의회 위원 현황, 주요업무계획, 주요계약 현황, 예산편성 현황, 국회 회의실 사용 현황, 국회 관용차량 현황, 공공요금 등 11개를 사전 공개한다.

이번에 국회사무처가 발표한 사전 정보공개 대상 확대방안은 국민 알권리와 투명성을 확대할 수 있으나 여전히 한계가 있다. 문제가 된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를 사전 정보공개 대상에서 제외했고 입법 및 정책개발비가 지출된 정책연구용역보고서와 정책자료집의 과거 내용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는 논란이 컸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등을 정보공개 대상에 포함하는 안 자체를 고려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일 국회 관계자는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는 국회사무처에서 사전 정보공개 대상 항목을 논의한 정보공개심의회에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특활비·특경비는 당초의 용도가 ‘기밀유지가 요구되거나 이에 준하는 업무수행에 소요되는 경비’로서 그 사용에 관한 증빙이나 세부내역을 국회사무처가 지고 있지 아니하므로 공개여부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국회사무처가 깜깜이 사용으로 문제제기가 된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를 정보공개심의회에 안건으로 올리지 않은 것은 자정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는 그동안 가장 불투명하게 쓰여왔다. 이를 사전 정보공개 대상을 논의하는 심의회 안건에 조차 올리지 않은 것은 공개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책연구용역보고서 및 정책자료집의 과거 내용도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은 국회 스스로 이를 공개하면 문제가 될 게 많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특히 정책연구용역보고서는 국회의원들이 쓴 것인데 사무처가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국회의원들의 눈치를 보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0대 국회는 특정업무경비를 증빙 없이 현금으로 써 정부의 집행 지침을 위반한 바 있다. 특정업무경비란 각 기관의 수사, 감사, 예산, 조사 등 특정업무수행에 쓰이는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지급하는 경비다. 지난해 12월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등은 20대 국회의 특경비와 특수활동비 집행내용을 공개했다. 2016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지출분이다.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20대 국회는 특정업무경비를 증빙 없이 현금으로 썼다. 이는 기재부 지침을 위반한 것이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정부구매카드 사용이 원칙이며 불가피한 경우 외에는 현금으로 지급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20대 국회가 특정업무경비를 현금으로 집행한 비율은 12억4087만원으로 지출액의 45%에 달했다.

특정업무경비 가운데 월정액으로 지급되는 경우를 빼도 지출증빙이 없는 지출이 98.7%에 달했다. 이는 ‘개인에게 정액으로 지급하는 경우 이외의 경비는 사용내역에 대한 증빙을 첨부하여야 한다’는 지침내용을 위반했다. 이 돈을 누가, 어떻게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

증빙 없이 국회가 현금으로 사용한 특정업무경비는 기재부 지침 뿐 아니라 감사원 감사결과도 위반한 것이다. 2013년 감사원은 특정업무경비에 대해 증빙을 철저하게 붙이고, 불명확하게 지출내역을 관리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국회사무처에 주의 조치했다. 당시 국회사무처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고도 이행하지 않았다.

20대 국회에서도 특수활동비는 국회의원들의 쌈짓돈처럼 불투명하게 쓰였다. 2016년 6월부터 12월까지 특활비는 각 정당 원내대표, 상임위원장, 특별위원장에게 정기적으로 배분돼 불투명하게 사용됐다. 지난 7월 참여연대는 2011∼2013년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결의서 1296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때도 국회의원들이 특활비를 쌈짓돈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국회는 이번 사전 정보공개 대상 방안에서 입법 및 정책개발비가 지출된 정책연구용역보고서 및 정책자료집의 과거 내용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20대 국회 일부 의원들이 용역 발주 후 돈을 돌려받거나 표절 등 비리 혐의가 있어 시민단체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이 보고서 본문은 국회의원 추가 비리를 밝힐 핵심 자료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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