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근로단축 위반 시 시정명령 뒤 처벌···개선 안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형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법 국회 계류 중···일부 기업 근로단축에 어려움 느껴
고용노동부, 5월부터 근로시간 단축 정착 위해 근로감독 시행 예정

주 52시간 시행 현황. / 자료=고용노동부,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주 52시간 시행 현황. / 자료=고용노동부,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제도의 계도기간이 끝나면서 이달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단축 제도가 본격 시행된다. 주요 대기업은 일찌감치 근로단축 제도에 대비해왔지만, IT·게임 등 장기간 집중 근로가 필요한 일부 업계에서는 근로제도 변화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또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보완하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입법이 여전히 국회에 묶여 있어 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일 300인 이상 사업장의 주 52시간 근무제 계도 기간을 종료한다고 밝혀 이달부터 위반 기업에 처벌 절차가 진행된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강행규정이기 때문에 노사가 합의해도 주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이를 어길 경우 근로기준법 제53조에 따라 2년 이하 징역형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다만 주 52시간 근무제를 위반했다고 해서 바로 처벌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탄력근로제를 도입할 예정인 기업은 탄력근로제 확대 관련 법안이 시행될 때까지 계속해서 처벌이 유예되고 그 외 근로시간을 위반한 사업주에 대해서만 처벌이 본격화된다. 고용노동부는 주 52시간 근로제를 위반한 직원 300인 이상 기업에 우선 시정명령을 내리고 시정명령 기간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았을 경우 처벌할 방침이다.

◇주 52시간 근로제도 본격 시행에 건설·게임업종 기업 직격탄

주요 대기업은 이미 지난해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면서 제도 정착에 대비해왔기 때문에 근로단축 제도의 계도기간이 끝나 본격 시행된 후에도 근무체계 등에서 크게 바뀌는 부분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기업 인사처 관계자는 “매달 말쯤 직원들에게 월간 단위로 남은 근로시간을 알려주는 등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비하고 있다”며 “사원들의 정시 퇴근을 위해 회의시간을 단축하거나 협력 회사와도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장시간 집중근로가 필요한 정보기술(IT), 게임, 건설 등 일부 업종에서는 1주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들 업종에 종사자들은 ‘꼼수 연장근로’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제조업체에 다니는 이아무개씨(27)는 “1일부터 조기 출근을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출퇴근 시간을 앞당기라고 했다. 매일 야근을 하고 있는데 각자 알아서 근무시간을 기입해달라고 했다”며 “퇴근시간이 지나 회사 컴퓨터가 자동 꺼지는 PC오프제도 시행하고 있는데,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면 개인 노트북을 꺼내 일을 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게임 업계에 다니는 박아무개씨(26)는 “근무 가능한 시간은 줄었지만 절대적인 일의 양은 줄지 않았다. 매일 집에 남은 일거리를 가져가서 처리하고 있다”며 “게임 개발 아이디어 자체가 사무 업무처럼 바로 나오는 게 아니어서 거의 매일 야근을 하고 있는데 법 위반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팀장이 야근이 필요한 사람은 자체적으로 야근 신청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한다”고 토로했다.

회사 여건상 근로단축 제도를 대처하기 어려운 중소·중견기업들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300인 미만 사업장은 내년까지 적용이 유예되기 때문에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은 아니지만 긴장감 속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부품업 관련 업무를 하는 주아무개씨(27)는 “지금 당장은 괜찮은데 집중 생산에 들어가야하는 시기가 있다”며 “업무가 몰리는 시기가 되면 주 52시간제로 인해 납기를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분명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300명이 넘는 중소기업은 드물어 당장 어려움을 겪는 업체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비교적 규모가 큰 기업과 일을 하는 과정에서 생산 등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도 덩달아 영향을 받게 돼 걱정”이라고 말했다.

◇근로단축제도 보완할 ‘탄력근로제’는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

이에 따라 국회는 일정한 단위기간을 주고 이 안에서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는 논의를 진행 중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야당과 경영계가 단위기간을 최대 1년으로 하자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오는 5일까지 회기인 3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일 국회에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함께 탄력근로제 확대의 조속한 처리 필요성을 강조하며 여야의 협조를 구한 바 있다. 홍 총리는 “최저임금법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관련 법이 굉장히 절실하고 절박하다. 국회에서 오는 5일까지 이 법을 꼭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고용노동부 측은 “주 52시간 근로제도의 본격 시행을 위해 오는 5월 1일부터 6월 15일까지 3000여 곳을 대상으로 노동시간 단축 예비 점검을 하고 노동시간 위반 감독에 나설 예정”이라며 “근로자들이 요구하는 고용노동부 익명 신고 등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근로제도의 미비한 점을 보완할 계획이다. 서면신고는 이미 지방관서에 익명 신고를 받도록 지침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박지순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법학교수는 “근로시간 단축은 근로자와 기업이 노동 경쟁력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한 공동의 목표”라며 “근로시간 단축이 정착되면서 기업이나 근로자들이 어느 정도 부작용을 안게될 수는 있으나 서로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근로단축을 정착시키는 데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해외 주요 국가는 탄력근로제도, 재량근로제 등과 같은 자율적 근로방식을 활성화시키고 있지만 한국은 탄력적근로제도만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고 이마저도 국회에 계류 중인 게 문제”라며 “정부가 나서서 기업과 근로자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 등을 검토하는 것과 동시에 포괄적이고 다양한 근로제도(유연, 탄력 근무제도)를 활용하기 위한 제도 논의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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