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흥미로운 조사 하나가 눈에 띠었다. 정부가 발표한 2018년 문화예술행사 관람 조사가 그것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한해 동안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한 여가 활동은 영화관람 이었다. 분야별로 보면 영화가 4.0 회로 가장 많이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고 그 다음으로 미술 전시회와 연극이 각각 0.3회, 문학행사가 0.2회, 서양음악이 0.1회, 무용이 0.03회로 조사됐다. 또 독서는 OECD 국가 가운데 꼴찌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우리 국민들의 여가생활이 지나치게 영화로 쏠려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멀티 플렉스등 대형 영화관은 자주 찾으면서도 순수 공연예술의 공연장은 거의 안 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중 문화 산업으로의 편중 현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조사로 보면  영화가 우리 국민들의 최고 엔터테인먼트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일년에 연극 한편 볼까 말까하는데 영화 관람을 12번 이상을 하니 말이다. (지금까지 이런 나라는 없었다. )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이젠 영화산업은 고부가가치의 미래 첨단 사업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우리 관객들의 지적수준과 다소 다혈질적인 기질, 예술적인 성향, 영화를 접하는 사회적인 태도 그리고 지금의 멀티플렉스 극장환경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인터스텔라’‘보헤미안 랩소디’‘택시 운전사’‘극한 직업’등이 실례다.

사실 우리 관객들은 적당한 위안과 가끔은 지적인 충족감을 주면서 예술적인 취향까지도 고려해 영화를 보는 편이다. 현재 게임이 문화산업 가운데 최고 매출과 수출액을 자랑하고 있지만 문화 콘텐츠가 주는 예술적인 만족도 측면에선 영화에 떨어진다.

이처럼 영화가 다른 그 어떤 여가활동보다 압도적으로 선두인 이유는 복합적이다. 일제시절부터 가장 오래된 전통적인 오락 문화중 하나였다는 것, 90년대 스크린쿼터 운동, 창의적인 감독등 고급 인력의 유입,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 출현 및  멀티플렉스의 등장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조사는 영화산업이 다른 문화예술의 축소를 더 가속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도 들게한다. 어차피 한정된 여가문화에서 쉽게 접근할수 있는 영화 산업으로  기울어 순수 문화예술 영역이 갈수록 설 땅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공연 전시등 문화예술 영역의 축소 뿐만 아니라 국민의 문화 향수권측면에서 긍정적이지 않다. 특히 청소년의 정서 교육측면에서 소망스럽지 않다.

국내 영화인구는 2억명에, 시장은 2조원이다. 미국영화협회 발표한 2017년 세계영화시장 보고에 따르면 세계 영화시장은 884억달러(한화 94조 6322억원). 세계 극장 매출은 406억달러이고, 홈엔터테인먼트 시장 매출은 478억달러쯤이다. 이중  한국 극장매출은 세계 6위다. 결코 작지 않은 시장이다.

주지하다시피 영화 산업은 부침이 심한 사업이다. 매번 모험을 해야 한다. 글자 그대로 벤처다. 한편의 영화성공이 산업전체를 키우다가도 한편 실패가 업종전체를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미국의 메이저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한편의 성패에 따라 미디어 재벌간의 기업 합종연행이 이뤄진다.

이번 정부 조사 결과는  돈이  되는 문화산업만 살아남고 여타의 문화예술의  창조행위와 향유는 심각하게 위축된다는 것 다름아니다. 이는 문화예술의 다양성은 차치하더라도 결국 문화산업을 포함한 전 문화 영역과 활동에도 악영향을 끼칠수 있다. 따라서 영화를 포함한 모든 복제 예술 및 영화업 종사자들은 다른 순수 문화 예술 창작자에게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면  너무 꼰대 같은 언사일까? 실제로 종합예술이라 불리는 영화는  소설 시나리오 연극 음악 미술 등  문화예술 분야에 상당부분 기대고 있으니 말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