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레노이드밸브 고착은 세월호의 급격한 기울기를 설명하지 못 한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가던 6825t급 세월호가 침몰했다. / 사진=연합뉴스
2014년 4월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가던 6825t급 세월호가 침몰했다. / 사진=연합뉴스

세월호 5주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진상규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특히 세월호 사고 시점인 2014년 4월16일 8시49분 이후부터 시작된 선체의 급선회(ROT)와 급격한 기울기(ROH)의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세월호 방향을 조정하는 장치인 펌프 유압장치 ‘솔레노이드밸브’가 고착 되면서 세월호 타가 급격히 우현으로 전타해 급선회와 급격한 기울기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네덜란드 마린에서 실험한 결과, 설령 솔레노이드밸브가 고착돼 타기가 우현 전타(약 40도) 했다고 가정해도 세월호는 사고 당시처럼 약 50도까지 기울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 영상은 네덜란드 마린 3차 실험에서 진행된 세월호 모형 실험 영상이다. 실험 조건은 19노트, 40도 전타의 조건을 줬다. 화물 쏠림 조건은 주지 않았다.  복원성(GoM) 수치는 0.58m다. 선조위는 네덜란드 마린 3차 실험 전에 선체의 실제 화물조사를 진행하고 얻은 이 복원성 값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은 솔레노이드벨브 고착이 과연 세월호의 급격한 기울기와 급선회에 영향을 주는지 보는 실험이다. 모형 실험을 보면 세월호는 타기가 우현으로 전타가 됐다고 해도 25도 이상 기울지 않는다. 세월호 블랙박스 영상(아래)에 따르면 세월호 내부에 있던 차량들은 30도 이상 기울어야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실험은 솔레노이드밸브 고착에 의한 세월호 사고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영빈 변호사(전 세월호 선제조사위원회 소위원장, 특별조사위원회 1기 상임위원)는 시사저널e와의 인터뷰에서 “선조위의 마린 3차 실험에서는 솔레노이드밸브 고착에 대해 몇 가지 실험을 해봤는데 솔레노이드밸브 고착과 침몰 원인을 연결지어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솔레노이드밸브가 고착돼 우현 전타가 됐다면 (사고 당시 드러난 타도) 우현 전타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침몰 직전에 찍힌 영상을 보면 오히려 좌현 10도로 가 있었다. 솔레노이드밸브 고착이 침몰 원인을 설명하는 도구로는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선조위에서 내인설을 주장한 한 관계자는 “사고 당일 세월호 타기가 우현이 아니라 좌현으로 가 있는 것에 대해 아직까지 설명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화물칸 안에서 화물들이 공중부양 하듯이 갑자기 35도에서 40도 사이에 넘어진다. 그 전에 차량은 미끄러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화물에 의해 기울어진 것이 아니라 배가 기울어졌기 때문에 화물이 쏠린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블랙박스가 보여주는 것이 그것이다”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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