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DVR 조작 의혹···“누군가 진실 숨기고 싶은 것”
“세월호 복원성불량 주장은 책임 회피하려는 태도”
“진상규명 위해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침몰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있다. 침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두 가지 모두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양면의 동전처럼 존재한다.”

권영빈 변호사(전 세월호 선제조사위원회 소위원장, 특별조사위원회 1기 상임위원)는 시사저널e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누가 세월호 침몰 시켰나?’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고의침몰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에 책임 있는 자, 혹은 범인일 수 있는 자들을 포괄해 우리 사회가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월호 5주기가 다가왔다. 하지만 세월호의 진실은 여전히 암흑 속에 가려져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누군가의 고의로 진실이 가려지고 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엔 세월호 CCTV DVR(영상 저장 녹화장치) 조작 가능성이 제기됐다. 세월호 특조위는 참사 발생 3분전 영상 등이 누군가의 고의로 삭제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조위는 해군을 의심하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분노에 치가 떨릴 지경”이라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4년 이상 세월호 특조위와 선조위에서 활동했다. ‘박근혜 7시간’을 조사해야 한다는 특조위를 당시 정부가 강제해산할 때 단식투쟁했다. 세월호 ‘외력’ 가능성을 공식화한 장본인이다. 세월호 진상규명 전에는 검사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 사건 당시 특별수사관으로 활동한 것도 그의 경력이다. 범죄가 발생하면 범인과 행동의 고의를 찾아야 한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일반사고가 아니라고 본다. 고의성이 있다고 의심한다. 

권 변호사를 1일 만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 CCTV 조작의 의혹이 나온 것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조작이 맞다면 ‘누가’ 했다는 것이다. 세월호만 나오면 누군가 증거물에 손을 대는 일이 일어난다. 

“유가족들도 현재 누군가 숨길 것이 있어서 조작한 것이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한다. 중요한 점은 국가기관에서 처음으로 CCTV조작 의혹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는 점이다. 후속조치로서 보다 더 결정적인 증거와 내용들이 나올 것으로 본다.” 

-특조위와 선조위 활동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작년 8월 선조위 활동 종료를 앞두고 목포 신항에서 세월호 좌현을 확인했다. 하지만 선조위 활동을 하면서 직립 이후 좌현의 리프팅 빔 제거, 선체 안전진단, 네덜란드 마린 3차 실험 등으로 좌현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선체는 직립 후에도 구체적인 점검과 체크가 부족했다. 따로 점검을 했다는 보고를 받은 적도 없다. 목포 신항에 있는 유가족이나 조사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선체 좌현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가 안 된 것은 맞다.” 

세월호 좌현 모습. / 사진=연합뉴스
세월호 좌현 모습. / 사진=연합뉴스
권영빈 전 세월호 소위원장이 문제제기한 선체 좌현의 손상 부위. / 사진=권영빈 변호인
권영빈 전 세월호 소위원장이 외력의 가능성으로 문제제기한 선체 좌현의 손상 부위. / 사진=권영빈 변호인

-선조위 최종 보고서가 ‘열린안’과 ‘내인설’로 나뉘었다. 세월호를 두고 첨예한 다른 주장이 나온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이유는?

“선조위 결론은 열린안 하나밖에 없다. 내인설은 기존 박근혜 정부에서 나온 결론, 즉 복원성이 나쁜 세월호가 화물을 많이 싣고 고박불량으로 침몰했다는 공식을 다시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새로운 결론이 아니다. 반면 열린안은 선조위 활동을 기초로 세월호 침몰 원인을 과학적으로 밝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열린안은 네덜란드 마린에서의 자유항주모형 실험, 블랙박스 동영상 분석을 통한 세월호의 급격한 횡경사(기울기) 등을 분석, 설명했다. 열린안은 침몰 원인에 대해 결국 밝혀야 한다는 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객관적 자료로 제시한 것이다. 복원성 불량, 과적, 고박 불량은 세월호 침몰 원인일 수 없다. 그렇다면 침몰 원인이 무엇이냐에 대해 다른 가능성을 제시해야 한다.” 

-세월호의 복원성이 사고가 발생할 만큼 나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맞나. 

“1기 특조위 때 저도 복원성이 나쁘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박근혜 정부가 내린 침몰 원인을 부정할 근거가 별로 없었다. 선조위 활동을 하면서 복원성에 대해 자세히 보게 됐다. 그리고 ‘세월호는 복원성이 나쁘지는 않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세월호가 복원성이 나쁜 배라는 인식은 뿌리 깊은 배경을 가지고 있다. 세월호 배 자체가 문제여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세월호는 인천항에서 출항하면 안 된다’라고 주장한다. 그럼 인천항에서 출항한 세월호는 병풍도까지 어떻게 12시간을 운행했을까. 복원성이 아주 나쁘면 항구에 정박하지도 못한다. 

결국 세월호 자체의 결함이 침몰 원인이라고 하면 책임을 벗어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세월호는 운행할 배가 아니었다는 인식으로 당시 유병언 등 회사 경영 쪽에만 주된 책임이 돌아가게 됐다.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그런 배경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배의 복원성 불량으로 가면 면책될 가능성이 있는 전문가들이 존재한다. 물론 세월호를 증축해서 복원성이 나빠졌다고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세월호를 인양한 후 화물량을 조사하고 선체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복원성 불량이라는 태도는 진상규명을 위해 바꿀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 마린의 3차 실험에서 복원성 수치(GoM)를 0.58m로 놓고 실험했다. 이 복원성으론 참사처럼 배가 50도까지 기울어지지 않는다. 그럼 이때 나오는 의심이 ‘외력의 존재’다. 세월호 자체 힘으론 참사 당시 기울기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3차 실험도 외력 실험이었다. 

GoM이 0.58m라는 것은 배가 잘 넘어지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마린에서 3차 실험을 0.58m로 한다고 했을 때 마린 측에서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럼 (모형) 배가 넘어질까요?”라는 반응이었다. 복원성이 0.58m가 되면 자체적으로 잘 안 넘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외력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열린안을 주장한 한 교수님도 복원성이 좋다는 객관적 근거를 인정하면서도 바로 외력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내부적 요인에 의한 사고 가능성도 설명한다. 결국 복원성이 좋다면 세월호 급격한 기울기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것대로 분석해야 한다. 다만 외력과 관련해선 좌현 핀 안정기의 과도한 비틀림을 보고 가능성을 제기했다. 선체 좌현의 스크래치, 변형 등 손상을 보면서 세월호 운항 중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나 해저 착지에 의한 현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이런 현상을 일으킬 힘의 근원이 외력일 수 있다고 보고 실험한 것이다.” 

인양된 뒤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에서 선체조사위원회 권영빈 상임위원이 조타실에 있는 침로기록장치를 확보하기 위해 선내에 진입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인양된 뒤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에서 선체조사위원회 권영빈 상임위원이 조타실에 있는 침로기록장치를 확보하기 위해 선내에 진입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솔레노이드밸브 고착에 의한 세월호 타기의 최대 전타(轉舵) 주장도 나온다. 

“솔레노이드밸브 고착으론 타기의 움직임이 직접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 특히 밸브 고착에 의해 세월호 타가 전타를 했다고 해도 세월호의 급선회를 설명할 수 없다. 급격한 기울기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세월호가 침몰 직전 드러난 타의 방향은 우현 전타가 아니었다. 오히려 좌현 10도에 있었다. 솔레노이드밸브 고착으로 침몰 원인을 설명하는 건 적절치 않다.” 

-세월호와 관련해 국정원과 기무사로 시끄러웠다. 세월호에 왜 정보기관과 군대가 나온 건가? 

“기무사가 세월호 수장 방안을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보도를 보고 저도 큰 충격을 받았다. 참사 초기부터 국정원 지적사항 등 국정원이 세월호 참사와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1기 특조위에서 국정원에 대해 조사를 하던 중 박근혜 정부에 의해서 특조위가 강제 해산 당해 조사가 중단됐다. 이번 특조위 2기가 기무사와 국정원 등 정보기관의 진상규명 방해, 은폐, 조사 개입 등을 주요 과제로 정하고 조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세월호처럼 인천-제주를 다니면 국정원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는데 그런 것인가?

“3000톤 이상 되는 배는 국정원이 관리한다. 1기 특조위 때 확인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관리라면 문제가 안 될 것이다. 세월호의 비상사항 보고체계도에 국정원이 있었고 실제로 청해진해운에서 참사 당일 국정원에 유선보고 했다는 내용도 있다. 일반적으로 3000톤 이상 되는 배를 관리하는 것과 국정원이 세월호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랐던 것 같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세월호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현 정부는 촛불 항쟁으로 출범한 정부다. 분명 참사의 진상규명도 잘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관심을 놓아선 안 된다. 지속적인 관심과 질문이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는 현재 제기되는 질문은 ‘누가 세월호 참사를 일으켰나’, ‘누가 세월호를 침몰 시켰나’에 있다. 고의침몰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참사부터 인양 등 책임질 주체들을 포괄해서 우리 사회가 질문해야 하고 답해야 한다. 침몰 원인과 책임자 처벌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함께 찾아야 한다. 그래야 유가족과 국민이 세월호로 겪은 상처가 치유되고 극복된다. 이것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모두 함께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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