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단위 근로시간 따른 불규칙성, 11시간 연속 휴식시간 미이행·임금 감소 가능성 대책 필요” 지적
환노위서 근로자 대표 제도 취약성 보완 가능성

국회 환경노동위 고용노동소위 김동철 위원장이 지난 19일 오전 소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회 환경노동위 고용노동소위 김동철 위원장이 지난 19일 오전 소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을 위한 입법 시 오남용 방지책을 보완할지 주목받고 있다. 일부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노동자 건강권 보호와 임금저하 방지 대책, 노동시간 불규칙성 확대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지난 2월 1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에 참여한 한국노총, 한국경총,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부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최장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경사노위의 탄력근로제 합의가 노동자의 노동시간 불규칙성을 확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합의한 여러 사안에 예외를 둬 노동자 교섭력이 약한 영세사업장이나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일수록 휴식권 확보와 임금 보전이 불리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경사노위 합의에 따르면 탄력근로제에 대해 근로시간을 기존 하루 단위에서 주 단위로 정하기로 바꿨다. 이 경우 일별로 근로시간을 정하지 않아도 되기에 1주 내에서 사용자가 일별 근로시간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노동자의 생활이 불규칙해질 수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탄력근로제 확대로 임금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탄력근로제 적용 기간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난 만큼 연장근로에 대한 임금 가산 (할증) 부분에서 임금이 줄어들 수 있다. 탄력근로제 적용 기간에는 일주일 노동시간 52시간까지 임금 할증을 적용받지 못한다.

이에 경사노위는 노동자들의 임금 손실을 막기 위해 합의문에 ‘사용자는 임금저하 방지를 위한 보전수당, 할증 등 임금보전 방안을 마련해 이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하고, 신고하지 않은 경우에는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합의문에 단서 조항으로 ‘다만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로 임금보전 방안을 마련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했다. 이는 노동자의 교섭력이 약한 영세사업장과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 경사노위 합의에는 임금보전 방안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조차 없다.

예외사항을 둬 노조가 없거나 교섭력이 약한 사업장 노동자에게 불리한 부분은 또 있다. 경사노위는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번 합의에서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의무화했으나 ‘불가피한 경우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이에 따른다’고 했다.

이에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국회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입법 과정에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29일 밝혔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국회는 입법 과정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 사안의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해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국회는 제도 도입 시 우려되는 노동자 건강권 확보와 임금감소 문제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제도의 오남용을 예방하기 위한 입법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구체적으로 “11시간 연속휴식시간 부여의무 관련해 ‘불가피한 예외사유’에 대한 엄격한 법적 규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대통령령으로 불가피한 예외사유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며 “또 불가피한 예외사유로 11시간 연속휴식 부여의무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법에 사용자의 휴가보상 상응조치 의무가 보완돼야한다. 11시간 연속휴식 부여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용자 처벌을 통한 실효성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실효성 있는 임금보전 방안에 대한 고용노동부장관 신고 의무, 신고의무 면제사유에 있어서도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로 임금보전방안을 마련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법에 필요하다”고 했다.

또 한국노총은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 의무의 법적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근로자대표 선출절차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 사항에 임금보전 방안 포함,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 불이행시 처벌조항 신설을 요구했다.

기간제 노동자나 중도 퇴사자 등 탄력근로 단위기간 보다 근로기간이 짧은 경우에 대한 대책도 요구됐다. 이 경우 초과 근무에 대한 사용자의 가산임금 지급보장 의무를 법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에서는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 의무의 법적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근로자대표 선출절차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을 검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은 근로자 대표가 근로자 권익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법에 근로자 대표 선출 절차나 보호책이 없어 지위가 취약하다. 사용자 영향력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근로자대표 선출절차에 대한 제도적 실효성 확보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노위는 다음달 1, 2일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를 논의한다.

한편 민주노총은 국회의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 처리 논의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탄력근로제 확대 자체를 반대한다. 단위 기간 확대 시 보완책을 마련하더라도 미조직 노동자 등은 장시간 노동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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