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LPG 충전소 수 주유소 대비 1/6 수준···인구밀집지역 상황은 더 심각
설립 규제 탓에 기존 충전소들도 접근성 떨어져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 일환으로 LPG 차량의 규제를 풀고 다양한 지원 확대를 예고한 가운데, 그 실효성을 두고 물음표가 붙는 모양새다. 확산에 앞서 선제돼야 할 LPG충전소 부족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업계 등에 따르면,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이 공포됨에 따라 지난 26일부터 일반인의 LPG 차량 구입·매매가 가능해졌다. 정부와 각 지자체 역시 LPG 가격 동결 및 세제혜택 등을 바탕으로 부흥에 나섰다. 하지만 근본적인 연료수급 문제에 대해서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사저널e가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 전국 LPG 충전소 수는 1950개로 주유소 수(1만1563개)의 1/6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LPG 충전소를 기준점 1로 놓았을 때 전국 주유소는 5.9를 기록했다.

17개 광역자치단체의 LPG 충전소 대비 주유소수를 수치화 한 결과, 일반 LPG 차량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인구밀집 지역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경기도는 9.6을 기록해 10배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이어 △세종(9.1) △대구(6.9) △서울·부산·울산(6.6) 등 순이었다.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인 제주에서도 주유소 수가 LPG 충전소의 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관련 차량 수요가 늘어날 경우 심각한 수급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구매자들 사이에서도 충전이 불편하다는 점이 구매를 꺼리게 되는 주된 이유로 꼽힌다.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으로 내놓은 LPG 차량 확대방안이 실제 미세먼지 해소에 도움이 줄 지에 대한 의문을 차치하더라도 해당 정책이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셈이다. 업계도 드라마틱한 LPG 차량 증가에 대해선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다. 수요가 늘면 자연히 공급도 늘어나겠지만 LPG 충전소를 신설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LPG 충전소는 거리와 건물벽 등에서 최소 24m 이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안전거리 2m 수준의 주유소보다 훨씬 까다롭다. LPG가 휘발유·경유 등보다 끓는점이 낮아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만큼, 폭발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이다. 문제는 사정이 이렇다보니 신설에 제약이 따르고 기존에 있던 LPG충전소들도 지가가 저렴한 외곽지역에 위치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서울 25개 자치구 중 경기도와 구 경계를 접하지 않은 구는 △동대문구 △동작구 △서대문구 △성동구 △영등포구 △용산구 △종로구 △중구 등 8개 구다. 서울 중심부에 가까이 위치한 곳들이다. 이들 중 용산·종로·중구에는 단 한 개의 LPG충전소가 입지하지 않았다. 용산·중구와 경계해 중심부에 속하는 마포구도 LPG충전소가 전무하다.

8개 구 중 동대문(4개)·영등포(3개)구 등을 제외한 동작·서대문(이상 1개)·성동(2개)구 등도 상대적으로 관내 LPG충전소 보유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3구’로 분류되는 강남·서초·송파구의 경우 각각 5개, 4개, 4개의 LPG충전소가 위치해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나타냈는데 모두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기도와 경계지역에 집중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신차구매계획을 갖고 있다는 정순석(43·남) 씨는 “정부의 규제완화 소식에 LPG차량을 고민했지만 결국 포기했다”면서 “집이 있는 서초구 방배동에서 회사가 있는 중구 충정로를 자가용을 이용해 오가는데 LPG차를 구매할 경우 충전소를 찾아 우회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정 씨는 “처음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출·퇴근길에 주유소는 눈에 띄는데 LPG충전소가 보이지 않아 찾아보니 이동경로 가까이에 없더라”라며 “동선을 확인하지 않고 덜컥 LPG차부터 구매했더라면 꽤나 난감할 뻔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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