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공유-택시업계 합의안 도출에도 갈 길 멀어···택시와 국민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안 고민해야

지난 3월 7일 차량공유 서비스업계와 택시업계 간 갈등을 풀기 위해 마련된 사회적 대타협기구에서 합의안을 내놓았다. 평일 출퇴근 시간4시간 동안만 카풀을 허용하고, 플랫폼 기술을 자가용이 아닌 택시와 결합해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그 밖의 내용들은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지적 받아온 택시 서비스 품질 개선에 최선을 다한다는 내용이다. 오랜 기간 극한으로 치닫던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는가 싶었지만, 이번에는 합의안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렇듯 국내의 자동차, 모빌리티 업계에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다른 업계와 비교했을 때 매우 까다로운 편이다.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제도와 같은 규제혁신 노력을 통해 더디더라도 각 분야에서 변화를 위해 많은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지만 자동차, 특히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 만큼은 성역이나 다름없다. 철옹성 같던 금융 분야도 다양한 핀테크 기업들이 활약하고 있는데, 자동차는 왜 어려울까? 바로 그 중심에 택시가 있다.

생각해보면 혁신을 이루는 많은 경우가 관점의 전환에서 출발한다. 전화기를 전화기로 보지 않은 데서 아이폰이 등장했고, 당연히 있어야할 것으로 여겨지던 버튼을 없애는 데서 아이팟이 나왔다. 즉, 당연함을 당연시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택시는10년, 20년 전과 근본적으로 똑같다. 손을 흔드는 사람을 태우고,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고, 돈을 받는다. 물론 카카오 택시의 등장으로 인해 우리가 택시를 이용하는 행태는 큰 변화를 맞이했다. 택시가 고객의 위치로 찾아오면서, 손을 흔드는 사람 뿐 아니라 숨어있는 고객까지 태우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카카오가 만들어낸 모습이고, 택시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는 동안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대체재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많아졌다. 

오래된 아파트들을 보면 2중, 3중으로 주차된 차들로 인해 아이들이 자전거와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아파트 앞에서 뛰놀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그 정도로 차가 넘쳐나고 있고, 교통체증과 주차전쟁은 일상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의 도로 대중교통 수단을 버스와 택시로만 한정시키는 것은 국가적으로 볼 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미 소비자들은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모빌리티 서비스들이 제공하는 편리함과 새로움에 가치를 느끼고 기꺼이 돈을 쓰고 있다. 

쏘카의 자회사 VCNC의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의 이용 요금은 택시보다 약 20%이상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승객용 편의장치와 친절한 서비스를 무기로 지난해 10월 서비스 개시 후 약 4개월 만에 회원수는 43만명을 돌파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반면, 택시는 이동수단 제공 외의 고객의 니즈들을 제대로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불친절, 승차거부 등의 문제만으로 택시가 소비자들로 부터 외면받기 시작한 것이 아니다. 구체적인 전략이나 계획이 없이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합의안에서 택시 서비스 품질을 어떻게든 올린다고 다짐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모든 택시의 서비스 품질이 좋아지길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택시는 도로의 주인이 아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도로 대중교통 수단으로 버스 이외에 택시만 이용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택시회사가 앞으로 10년 뒤에도 지금의 택시회사로서만 스스로를 바라본다면, 그래서 국민들이 새로운 이동수단을 이용할 권리가 침해된다면,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상생은 ‘둘 이상이 서로 북돋으며 잘 살아감’ 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지금의 형태가 택시와 국민 모두가 편익을 누리며 진정 상생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볼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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