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빅3, AI 연구 활발…“사용자 실력따라 맞춤형 대결”

이미지=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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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블레이드앤소울’ e스포츠 글로벌 결선 현장에서 의문의 인물과 프로게이머와의 이벤트 경기가 펼쳐졌다. 해당 인물은 프로게이머와 대등한 실력을 보여줬다. 경기가 끝난 후 밝혀진 그의 정체는 관중들을 놀라게 만들기 충분했다. 의문의 인물은 엔씨소프트가 개발 중인 ‘비무 인공지능(AI)’이었다.

최근 게임사들이 AI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규모가 큰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이른바 ‘빅3’를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사들이 AI 연구에 이처럼 앞다퉈 나서는 이유는 AI를 통해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게임속 몬스터의 경우 보통 정형화된 전투방식을 보인다. 유저들은 몇 번의 전투를 통해, 몬스터의 패턴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패턴 파악이 끝난 이후, 유저와 몬스터의 대결은 유저들의 일방적인 학살로 막을 내리게 된다. 

이에 등장한 것이 AI 기술이다. AI 기술이 적용된 몬스터는 상대 유저의 실력에 따라, 다양한 패턴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유저들은 마치 실제 다른 유저와 전투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사람들이 가장 희열을 느끼는 경우는 이길 듯 말 듯 한 상황에서 이기는 것”이라며 “게임속 몬스터가 너무 쉬우면 지루함을 느끼게 되고, 반대로 너무 어려우면 포기하게 된다. AI 기술을 활용하면, 상대 유저 실력에 맞게 적절한 난이도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현재 AI센터와 NLP센터(자연어처리센터, Natural Language Processing Center)를 주축으로 AI를 연구하고 있다. 2개 센터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직속 조직이며 산하에 5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AI센터의 게임 AI랩, 스피치랩, 비전TF, NLP센터의 언어 AI랩, 지식 AI랩이 총 5개의 기술 영역을 연구하고 있다. 소속된 AI 전문 연구 인력은 150여명이다.

엔씨는 최근 열린 글로벌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GDC 2019’에서 게임 AI 기술을 발표하기도 했다. 엔씨가 선보인 비무 AI는 블소의 1:1 이용자 간 대전(PvP) 콘텐츠인 ‘비무’를 이용하는 AI다. 엔씨는 딥마인드의 알파스타·알파고 등 게임 AI의 핵심 기술인 강화학습 기술을 적용해 상용 게임에서도 프로게이머 수준의 실력을 가진 비무 AI를 개발했다. 이용자 로그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학습하는 방식과 스스로 대결하며 성장하는 방식을 병행했다. 현재 약 1주일, 35만번의 게임이면 프로게이머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넥슨도 지난 2017년 ‘인텔리전스랩스’ 설립을 계기로 본격적인 AI 연구를 시작했다. 넥슨은 현재 이상탐지 기능 등에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게임내에서 유저가 불법 프로그램 등을 이용할 경우, AI가 이를 적발해 개발자에게 보고하는 식이다. 지난해 1월 출시된 모바일 MMORPG ‘야생의 땅: 듀랑고’에도 AI 기술이 적용 됐다. 넥슨은 AI 기술을 통해, 이용자들이 정착할 섬을 자동으로 생성하고 동식물을 기후에 맞게 배치하도록 했다.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도 최근 주주총회에서 올해 주요 육성 분야로 AI를 제시했다.

넷마블은 지난 2014년부터 AI 게임서비스 엔진인 ‘콜럼버스’를 개발 중이다. 넷마블은 향후 콜럼버스를 통해, 지능형 게임을 선보일 방침이다. 특히 지난해 AI 센터장으로 이준영 박사를 선임하기도 했다. 이준영 센터장은 미국 IBM 왓슨 연구소(IBM T. J. Watson Research Center) 등에서 약 20년 간 빅데이터, 클라우드, AI, 블록체인 관련 IT 플랫폼 및 서비스의 기술 전략을 제시해 온 인물이다.

넷마블은 최근 AI 기술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이른바 넷마블 3.0을 목표로 AI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넷마블이 온라인 게임 시장에 안착한 시기가 1.0, 모바일 중심으로 변화하는 트렌드에 적응해 급성장한 시기가 2.0이라면 AI 사업에 속도를 내는 올해는 3.0이라는 설명이다.

넷마블은 또 게임 개발과 플레이를 지원하는 마젤란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마젤란은 이용자의 숙련도, 이용 패턴 등을 복합적으로 분석해 최적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넷마블은 올해 하반기에 출시하는 게임부터 마젤란 기술을 본격적으로 적용하고 콜럼버스 서비스 영역도 확대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게임사들의 AI 분야 투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유저들의 눈높이가 점점 더 높아지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단순 패턴의 몬스터 등으로는 유저를 만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특정 몬스터 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까지도 AI가 컨트롤해 각기 다른 플레이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속에서 만나는 NPC와 몬스터들의 경우 일종의 AI라고 볼 수 있다”며 “게임사들은 오래전부터 AI 연구를 계속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다른 산업의 AI와 다른 점은 게임은 ‘재미’를 추구한다는 점”이라며 “사람마다 재미를 느끼는 부분이 다르기에 이를 수치화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 게임사들은 유저들에게 더 큰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AI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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