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장관, 29일 워싱턴서 폼페이오 장관과 한미외교장관 회담
강경화 “폼페이오와 좋은 면담될 것”···이도훈 본부장 “중요한 것은 북미 협상 재개”
북한, 중·러와 경제 협력 강화 전략···한·미 회담 통해 대응 방향 마련할 듯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이도훈 외교부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8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이도훈 외교부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8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북미가 베트남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 등 협상에서 다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미 외교장관이 오는 29일(미국 현지시간) 워싱턴DC서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첫 회담을 갖는다. 한미 외교장관은 회담을 통해 하노이 회담 이후 상황을 평가하고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특히 북한이 최근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남·북·미 3국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한미 외교장관은 하노이 회담 직후 조속한 시일 내 회담을 개최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오는 29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올해 유엔 평화유지 장관회의(UN PKO)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하는 계기에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성사됐다. 이에 강경화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처음 마주하게 됐다.

이 자리에서 한미 외교장관은 하노이 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이후, 북한 문제와 관련한 최근 동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대화 재개를 위한 접점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 정부는 이번 회담을 통해 비핵화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정책적 방향 변화 여부를 파악할 것으로 관측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8일 출국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그간 상황 전개에 대해 인식을 공유하고 앞으로 어떻게 공조를 하며 나아갈지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며 “(한미 외교장관회담은) 좋은 면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는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배석한다. 이 본부장은 워싱턴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별도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 극비리에 이뤄진 비건 대표의 중국 방문 결과와 조만간 개최될 것으로 관측되는 북러정상회담 등에 대한 협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이 본부장은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북미 간 협상을 어떻게 재개하고 도울 수 있는지”라면서 “저는 러시아를 다녀왔고 비건 대표는 중국을 다녀왔는데 방문 결과를 서로 공유하고 이들 두 국가들과 어떻게 건설적으로 같이 대화 국면을 이어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얘기해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북한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 모색’이라고 언급한 후 북한의 배후 격인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집사격인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러시아에 다녀온 후 조만간 북러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 리수용 북한 노동당 국제 담당 부위원장으로 추정되는 북한 고위급인사가 중국을 방문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중국과의 경제 교류를 늘리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최종 목적을 분명히 하고 그 목적지까지 가기 위한 로드맵을 완성하길 원했으나 북한과의 이견 차로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이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폼페이오 장관 등이 ‘일괄타결식 해법’을 선호한다는 뜻을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 강화 문제를 놓고 북한을 압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북미 대화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경협 의지를 여전히 내비치고 있어 일각에서는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 공조에 이상이 감지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에 이번 회담에서는 대북제재를 강화하려는 미국 정부와 제재의 틀 안에서 남북 간 협력을 추진하려는 한국 정부 사이의 정책적 공조와 전략 일치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차재원 정치평론가는 “일단 북한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마무리되면서 러시아, 중국을 제3의 지렛대로 삼고 새로운 길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게 강하다”며 “현재 미국과 러시아 사이가 ‘신 냉전체제’로 전환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데 그 틈새를 노려 러시아와의 교류,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시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 교수는 “우리 정부는 한미 동맹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인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미간 관계를 강화하고 북한 문제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킬 전략인 것으로 보여진다”며 “미국도 문재인 대통령의 촉진·중재역할을 바라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가 다시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북핵, 경협 등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일 정치평론가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됐음에도 북미 양국은 대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만 북한은 여전히 단계적 비핵화를 할 때마다 상응되는 대북제재를 완화시켜달라는 것인데, 미국은 일괄타결을 고수하고 있다”며 “북미 이견차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한미 간 조율 후 판문점에서 실무적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서 문 대통령이 한미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갖고 적극 중재역할을 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평론가는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선느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킬 중재안을 마련할 것인데 북미 간 냉각기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인 만큼 문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풀려온 북미·남북 대화가 과거로 돌아가지 않도록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남북경협에 대한 의지를 미국에 재확인 시킬 것으로 보이나 현재로서는 비핵화 문제가 더 중요한 만큼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는 것을 우선적으로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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